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21. 유류세 인하

기자명 최원형

화석연료 소비증가로 미세먼지 오염농도 가중

미세먼지 확산되는 상황서
유류세 인하는 ‘조삼모사’
자가용 운전 없이도 편한
교통 인프라 구축이 우선

매우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 전국이 침잠했었다. 지난주 초고농도 미세먼지에 갇혀버린 풍경이 딱 그랬다. 오염물질 배출량은 증가하는데 공기가 정체돼 있으니 오염 농도가 증가하는 건 너무 당연한 일 아닌가. 그리고 그곳에 살고 있는 우리의 폐 속으로 이 오염물질들이 흡입되었다. 매순간 숨을 쉴 때마다.

한 치도 어긋남 없는 인과법칙의 적용이다. 기차를 타고 남녘으로 가는 와중에 본 미세먼지의 위력은 대단했다. 차창 바깥은 운무에 완전히 묻혀버린 듯 운치마저 느껴졌다. 운해라고 상상하니 차창 밖 풍경은 볼만했다. 이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미세먼지로 인한 공포심에 질려버릴 것 같았다. 물이나 음식을 섭취하지 않고는 몇 십일을 버틸 수 있다. 그런데 숨을 쉬지 않고는 단 한순간도 견딜 수가 없다. 그러니 생존에 깨끗한 공기는 필수다. 미세먼지는 인체에 치명적인 1급 발암물질로 세계보건기구 국제암연구소는 규정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11월6일부터 유류세 15%를 6개월간 한시적으로 인하했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겨울부터 봄까지의 기간과 딱 겹친다. 미세먼지로 인해 온 나라가 뿌옇던 와중에 나온 조치라고는 도무지 믿겨지지가 않았다. 국제유가는 하락하는데 국내유가는 그에 못 미치고 있다는 비판이 그간 꾸준히 제기되어 오던 터에 나온 결정이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를 억제하기 위해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왜 국제유가는 하락할까? 바로 그 때문에 하락하는 것이다. 내연기관을 장착하지 않은 전기 자동차가 이미 세계적으로 큰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기름의 수요처가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도 국제유가 하락에 일정부분 기여를 했다. 국내에서는 재생에너지에서 유해물질이 다량 나온다는 등 유언비어가 극성이지만 세계적인 흐름은 이미 재생에너지다.

지난해 서울은 미세먼지(PM2.5) 초과일 수가 63일로 5.8일에 하루 꼴로 기준(35㎍/㎥)을 초과했다. 재생에너지도 안 되고 유류세는 인하하고 그러면 우리는 숙명처럼 미세먼지를 들이마시고 살아야 한다는 걸까? 특히나 노후한 석탄 화력발전소와 차량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이 미세먼지의 주요한 원인제공자인데! 유류세는 비행기를 탈 때 한번쯤 들어보긴 했으나 대체 그게 어떤 명분과 어떤 구조로 이루어진 세금인지는 알지 못했다. 비행기를 타게 되면 탄소를 배출하니 일정부분 책임을 지우는 정도의 세금이라고만 혼자 이해했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게 된 것은 원유를 모두 외국에서 수입해오기 때문에 좀 과도하다 싶은 유류세에 대체로 관대했던 것 같다. 다만 금액이 만만찮게 든다는 생각을 아주 가끔 비행기를 탈 때 공항에 가서 하곤 했다. 사실 국제유가가 내려도 주유소에 찍힌 리터당 기름 가격은 체감할 수 없을 만큼 꿈쩍도 하지 않아 의아하기도 했지만 한편 비싸기 때문에 자동차를 덜 탈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다지 반감은 없었다. 나부터도 자가용 운행을 자제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번에 한시적이긴 해도 유류세 인하로 기름값이 조금이라도 싸진다면 운수업을 하는 개인이나 영세한 사업장에서 이득이 발생할 수 있는 장점이 없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화석연료의 소비를 늘리는 일이다. 영세한 사업자에게 정말 혜택을 주고 싶다면 그 방법이 유류세 인하여야 했을까? 세금감면이나 복지 확대 등 얼마든지 다른 방법이 가능하다. 유류세 인하로 가계에 보탬이 될 거라는 기대는 조삼모사 아닐까? 기름 소비를 부추기는 일은 온실가스를 증가시키고 미세먼지 농도를 더욱 가중시키는 일이다. 그리고 그 미세먼지는 다시 우리의 호흡기를 타고 내 몸으로 들어온다. 결과적으로 의료에 쓰이는 국가의 의료비 총량이 늘어나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전력 생산에 따른 탄소배출이 전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든다. 그런 처지에서 유류소비를 부추길 개연성이 충분한 유류세 인하는 대체 무슨 생각에서 꺼내든 카드일까? 오히려 거둬들인 유류세로 대중교통 시스템을 더욱 촘촘하게 세워 자가용 운전 없이 편히 다닐 수 있는 공공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지출하는 게 지속가능한 방법 아닐까?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 발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6월 노후 석탄발전소 5기 가동 중단으로 미세먼지는 약 1055톤이 저감됐고, 충남 지역에서 미세먼지 농도 개선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최근 고농도 미세먼지(PM2.5)의 원인으로 국내 요인이 더 컸다고 발표했다. 결국 미세먼지 증감은 우리의 결정에 달려있다는 얘기다. 이 와중에 유류세 인하는 엇박자도 보통 엇박이 아니다.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 eaglet777@naver.com

 

[1464호 / 2018년 11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