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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법성게’ 제10구 : 일체진중역여시(一切塵中亦如是)

기자명 해주 스님

낱낱 티끌에 시방법계가 들어있고 시방법계가 낱낱 티끌에 들어간다

시방이 미세한 티끌에 들어가니
모든 존재 구족하여 걸림이 없어

티끌과 티끌, 세계와 세계 겹쳐도
낱낱 존재들 제 모습 온전히 지녀

이런 까닭에 어떤 한 중생이라도
여래지혜 갖추지 못한 이가 없어

티끌도 여래지혜도 모두 다 마음
일체 또한 내 마음 아님이 없다

마음 따라 육진 현상계 펼쳐지니
그 낱낱 존재가 서로 걸림이 없어

하나의 미세한 티끌에 시방세계가 다 들어있듯이 티끌 티끌마다 시방세계가 다 들어있다고 해서 “일체진중역여시(一切塵中亦如是)”라고 한다. “모든 티끌 가운데도 또한 그러하다”는 ‘법성게’ 제10구이다.

광대한 시방세계가 미세한 티끌에 다 들어가니 아무리 좁은 공간이라도 좁지 않고 아무리 넓은 세계라도 넓지 않다. 좁고 넓음은 단지 구함에 따라 구한 것일 뿐이다. 큰 것을 구하면 곧 크고[須大卽大] 작은 것을 구하면 곧 작다.[須小卽小] 수즉수(須卽須)인 것이다. 또한 하나의 티끌만이 아니라 티끌 티끌마다 모두 다 시방세계를 머금고 있으니 좁은 공간이 거듭거듭 시방으로 광활하다.

이 ‘일체진중역여시’의 경계를 설하는 ‘화엄경’ 말씀을 몇 가지 들어보자.

“하나의 미세한 티끌처럼 일체 티끌도 또한 그러하니, 세계가 다 그 가운데 들어가 이와 같이 불가사의하다.” [如於一微塵 一切塵亦然 世界悉入中 如是不思議] (‘普賢行品’)
“낱낱 미세한 티끌 중에 무량 부처님 세계가 있으니 하나 가운데 무량을 알고 무량 가운데 하나를 안다.” [一一微塵中 有無量佛剎) 一中知無量 無量中知一] (‘普賢菩薩行品’)
“이 연화장 세계내 낱낱 미세한 티끌 가운데에서도 일체 법계를 본다.
[於此蓮華藏 世界海之內 一一微塵中 見一切法界]” (‘盧舍那佛品’)
“그 낱낱 티끌가운데 다 십불세계 미진수의 모든 광대한 세계가 있다.” [彼一一塵中,皆有十佛世界微塵數諸廣大剎] (‘如來現相品’)
“일체 부처님 세계 미세한 티끌의 낱낱 티끌 가운데서, 열 불가설불가설 부처님세계 미세한 티끌 등 세계와 그 모든 부처님을 다 뵙고, 그 모든 여래께서 설하신 정법을 다 듣고 받아 지닌다.” [於一切佛剎微塵 一一微塵中 悉見十不可說不可說佛剎微塵等世界 及彼諸佛 彼諸如來所說正法 悉聞受持] (‘入法界品’)

이처럼 하나의 미세한 티끌에 무진세계를 부수어 나오는 티끌 수 만큼 많은 부처님 세계가 있고, 그 세계의 티끌 마다마다에 한량없는 부처님께서 설법하고 계신다. 그래서 낱낱 사법에서 부처님을 뵙고 부처님 설법을 듣고 무진법계를 볼 수 있다.

‘보왕여래성기품’에서는 하나의 미세한 티끌에 한량없는 모든 세계가 다 들어있고, 일체 세계의 낱낱 티끌 가운데도 똑같이 그러한 것은, 모든 경계가 다 마음 따라 연기(無量諸境界 悉從心緣起)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새벽종성에도 보이듯이 진진혼입(塵塵混入)이라 티끌과 티끌이 서로 섞여 들어가고, 찰찰원융(刹刹圓融)이라 세계와 세계가 원융하여 걸림이 없다. 티끌과 세계가 그러하듯이 티끌과 티끌, 세계와 세계가 겹쳐져도 이지러지지 않고 낱낱 존재가 그대로 제 모습을 온전히 지니고 있다.

의상 스님은 사법(事法)에 즉(卽)하여 법을 포섭하는 분한을 밝히는 연기도리를 인다라니[因陀]와 미세다라니[微細陀]의 예를 들고 있다. 인다라니는 ‘인드라망[帝網]의 다라니’로서 낱낱 법과 법이 거듭거듭 서로 포섭해서 다함없고 다함없는 세계이고, 미세다라니는 미세한 법 중에 일체 제법이 가지런히 나타나 명료하지 않음이 없는 경계이다.(‘법융기’)

이들은 상즉· 상입의 중중무진(重重無盡)을 드러내는 십현문(十玄門) 중, 각각 인다라망경계문과 미세상용안립문(微細相容安立門)에 해당한다. 인다라망의 보배구슬이 서로서로 비추어 사무치고 거듭거듭 사귀어 비추어서 낱낱의 보배 가운데 여러 모양이 다함없음과 같이, 낱낱 미세한 티끌 가운데 시방 법계를 포함하고 시방 법계가 낱낱 미세한 티끌에 들어간다.

순천 송광사 화엄경변상도. 송광사성보박물관 제공
순천 송광사 화엄경변상도. 송광사성보박물관 제공

십현문의 총상은 동시구족상응문(同時具足相應門)이다. 낱낱 사법에 서로 상대적으로 보이는 모든 존재[十普法]가 동시에 구족하여 걸림 없다는 것이다. 이는 바닷물의 방울방울마다 큰 바다의 열 가지 공덕이 다 들어있는 것에 비유된다. 유문 스님은 ‘법성게과주’에서 ‘일체진중역여시’를 일체 티끌과 티끌이 동시에 서로 상입하여 무애한 경계라 하고, 동시구족상응문으로 설명하고 있다. 큰 바다의 열 가지 공덕이란 바다가 차례로 점점 깊어지며, 죽은 송장을 받지 않으며, 물이 본래의 이름을 여의며, 모두 한 짠맛이며, 한량없는 보물이 있으며, 바닥까지 이를 수 없으며, 넓고 커서 한량이 없으며, 큰 짐승들이 살며, 조수가 시한을 넘기지 않으며, 큰 비를 모두 받아도 넘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십지(十地)의 수행 공덕을 차례로 견주어 말한 것이다. 즉 큰 서원을 내어 점점 깊어지며, 모든 번뇌의 때를 여의며, 세간에서 붙인 이름을 여의며, 부처님의 공덕과 맛이 같으며, 한량없는 방편을 내며, 인연의 깊은 이치를 관하며, 광대한 지혜로 바라밀을 실천하며, 광대하게 장엄하며, 세간의 교화에 시한을 어기지 않으며, 부처님의 큰 법비를 받되 만족함이 없는 까닭이다.
의상 스님은 십지가 같지 아니하나 오직 초지(初地)에 있으니, 일지(一地)에서 일어나지 아니하고 널리 일체 모든 지의 공덕을 포섭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초지가 십지를 다 포섭하는 것처럼, 낱낱 지 또한 십지를 다 포섭한다.

하나의 티끌처럼 모든 티끌에도 시방 법계가 다 들어있음에 대하여, 진수 스님은 하나의 티끌 가운데 시방법계가 들어가 모자람도 없고 남음도 없다면, 어떻게 다시 시방법계가 티끌 티끌마다 들어갈 수 있는지에 대해 ‘진수기’에서 다음과 같이 문답하고 있다.

문. 하나의 티끌을 이루는 때에 시방을 거두어들여 다한다면 다시 남음이 없는데, 어떻게 새롭게 새롭게 포함하는가?
답. 이것은 그럴 필요가 있는 곳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티끌을 이루는 때에 시방을 필요로 하면 다하고, 새롭게 새롭게 포함함을 필요로 하는 때에도 역시 뒤에 뒤에 일어남을 장애하지 않는다. (‘총수록’)

‘일체진중역여시’ 역시 필요로 하고 구하는 대로인 수즉수(須卽須)이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삼천대천세계의 일을 다 담고 있는 삼천대천세계만한 경권이 아주 미세한 티끌 가운데 있다는 ‘미진경권유(微塵經卷喩)’도 ‘일체진중역여시’ 도리를 잘 드러내고 있다.

“불자여! 비유하면 큰 경권이 있어서 양이 삼천대천세계와 같고 삼천대천세계 가운데 일을 서사하여 일체를 다한다…. 이 큰 경권이 비록 양이 대천세계와 같으나 전체가 하나의 미세한 티끌가운데 있고, 하나의 미세한 티끌처럼 일체 미세한 티끌도 다 또한 이와 같다.” [佛子 譬如有大經卷 量等三千大千世界 書寫三千大千世界中事 一切皆盡 <中略> 此大經卷 雖復量等大千世界 而全住在一微塵中 如一微塵 一切微塵皆亦如是] (‘여래출현품’)

여기서 경권은 일체를 다 아는 여래의 지혜를 상징한다. 여래의 지혜가 곳마다 이르지 못함이 없으니, 한 중생도 여래지혜를 갖추어 있지 못함이 없기 때문이다. 경권을 담고 있는 미세한 티끌은 가지고 있는 지혜를 쓰지 못하는 중생마음 즉 여래장(如來藏)을 의미한다.

‘여래출현품’에서는 이어서 티끌을 깨뜨려 경권을 꺼내어 중생들에게 이익을 준다는 말씀이 이어지고 있으니, 이것은 곧 망상과 집착을 여의어 부처님의 지혜인 일체지· 자연지· 무애지가 곧 현전하게 됨을 말한다. 그러므로 티끌도 경권도 다 마음이다. 일체가 내 마음 아님이 없다. 마음 따라 낱낱 티끌에서 한량없는 부처님세계가 펼쳐진다. 마음 따라 육진(六塵) 현상계가 펼쳐지니 그 낱낱 존재가 서로 걸림이 없다. 육진 속의 나이고 내안의 육진이다. 허공에서 내리는 방울방울 비가 온 우주 법계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해주 스님 동국대 명예교수 jeon@dongguk.edu

 

[1464호 / 2018년 11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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