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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문 없이 태어난 미숙아 “꼭 안아주고 싶어”

  • 상생
  • 입력 2018.11.16 20:10
  • 수정 2018.11.16 20:22
  • 호수 1465
  • 댓글 0

조계사·화계사·법보신문 이주민돕기 공동캠페인

태국 출신 이주민 칸라야씨 가족
조산으로 아기는 인큐베이터 행
병원비 3000만원 절망 속에서도
아기 건강 발원하며 부처님께 기도

 

태국 출신 이주민 칸라야씨는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인큐베이터 속 아이를 바라보기만 했다.
태국 출신 이주민 칸라야씨는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인큐베이터 속 아이를 바라보기만 했다.

“아기를 꺼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수술하지 않으면 산모도 아기도 살기 힘듭니다.”

지난 11월6일, 진료 중 의사의 말을 들은 칸라야(27)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높은 혈압과 양수과다로 임신 7개월째에 아기를 세상 밖으로 내보내야했기 때문이다.

힘겨운 이민생활 중 찾아온 아기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바로 입원해 다음 날 응급제왕절개로 아기를 출산했다. 보통 신생아보다 3개월가량 일찍 세상에 나오다 보니 출생 당시 아기의 몸무게는 1kg이 조금 넘는 수준. 거기에 아기는 항문이 없는 항문폐쇄증으로 태어나자마자 수술대 위에 올랐다. 다행히 항문 수술은 잘 됐다고 하지만 앞으로 수술을 언제까지 이어 가야 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지면 부서질 것만 같은 작은 몸에 심장박동 센서, 수액관, 인공호흡기 등 보조장치를 줄줄이 달고 힘들게 버티고 있는 아기의 모습을 지켜만 봐야 하는 엄마, 아빠의 가슴은 무너진다. 뱃속에 제대로 품어주지도 못한 채 너무 빨리 세상과 만나게 한 미안함에 엄마 칸라야씨 눈에는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 이런 부인을 옆에서 지켜보는 아빠 니곰(36)씨도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프다. 수술 며칠 전부터 유난히 몸이 좋지 않은 기미가 보였지만 아기가 태어나기 전까지 한 푼이라도 더 벌겠다며 일을 나가는 아내를 말리지 않은 것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

칸라야씨와 니곰씨는 2017년 봄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국을 다녀온 후 집안 형편이 나아진 이웃을 만나고 나서 한국행을 결심했다. 태국에서 용접일을 했던 니곰씨였기에 어디서든 기술로 먹고 살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부부는 인천의 한 플라스틱 공장에 취직해 하루하루를 견디며 지냈다. 상황이 녹록지 않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최소로 먹고 검소하게 생활하며 매달 태국에 계신 부모님께 용돈도 보냈다. 1년이 채 되지 않아 한국에 올 때 진 빚 500만원을 다 갚았다. 그즈음 이들 부부에게 새 생명이 찾아왔다. 시장통에 있는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25만원 지하단칸방을 얻었다. 곰팡이가 가득한 집이었지만 새로운 식구를 맞을 기대로 틈이 날 때마다 닦고 또 닦으며 집을 가꿨다.

“아기가 생겼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뻤지요. 공장에서 올라오는 악취가 너무 심해 속이 좋지 않은 거로만 알았거든요. 3개월만에야 아기의 존재를 확인하고 가장 먼저 부처님께 감사기도를 올렸어요. 둘 뿐이었던 타국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갈 가족이 생긴 거잖아요.”

칸라야씨는 임신 기간 내내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임신 초기 때부터 자궁수축이 와 조기진통도 왔지만 순간순간을 참으며 일했다. 엄마와 아기 모두 위험하다는 진단으로 수술대에 오르면서 칸라야씨는 본인은 어떻게 되더라도 아기만은 살려달라고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생명의 힘은 위대한 걸까. 선천성 병을 안고 세상의 빛을 조금 일찍 본 아기는 지금 인큐베이터에서 생사의 고비를 씩씩하게 버텨내고 있다. 부부는 아기에게 ‘논타왓’이라는 예쁜 이름을 지어줬다.

태어난 지 딱 1주일 되던 날, 신생아 집중치료실로 면회를 하러 간 칸라야씨가 인큐베이터 앞에서 아기 이름을 부르며 노래를 흥얼거리자 논타왓이 눈을 떴다. 태어나 처음으로 뜬 눈이었다. 칸라야씨의 눈에서 감격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의료진들도 “엄마 목소리를 알아들은 것”이라며 “엄마 아빠의 진심 어린 사랑과 믿음에 아이가 반응한 것”이라고 함께 기뻐했다.

칸라야씨도 사실 지금 갑작스러운 수술로 몸이 성치 않다. 제왕절개 수술 후 자가호흡이 어려운 상태까지 가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았다. 배를 가른 곳이 아물지 않은 상태라 혼자 몸을 가누기도 힘든 상태다. 하지만 칸라야씨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사투를 벌이고 아기를 생각하면 이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하루빨리 논타왓을 꼭 안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태어난 지 일주일 만에 밀려있는 병원비만 3000만원. 절망하고 낙심할만한 상황들의 연속에도 애써 웃음을 보인 칸라야씨가 간절하게 말했다.

“논타왓이 건강해지길 부처님에 함께 기도해주세요.”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72-01 (사)일일시호일. 02- 725-7010

인천=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465호 / 2018년 11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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