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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암 스님과 고 김창호 대장

  • 데스크칼럼
  • 입력 2018.11.19 10:36
  • 수정 2018.12.03 13:46
  • 호수 1465
  • 댓글 2

2005년부터 김 대장과 교유
힌두쿠시 시리즈 출간도 계획
희생자 모두 극락왕생하기를

안성 도피안사 주지 송암 스님은 요즘 부쩍 한숨이 늘었다. 산악인 고 김창호 원정대장과 대원들이 네팔 히말라야 구르자히말에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으면서부터다.

김창호 대장의 원정대가 히말라야 구르자히말 남벽 직등 신루트 개척에 나섰다 참변을 당한 것은 지난 10월10일쯤이었다. 총 45일간 계획했던 이들의 여정은 10월17일 원정대 전원이 주검으로 발견되면서 막을 내렸다. 김 대장은 세계 최단 기간인 7년 10개월 6일 동안 히말라야 14좌를 무산소 완등한 세계적인 산악인이었다. 신중하고 담대했던 김 대장이 주도한 코리안웨이 프로젝트는 미등정봉에 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등반선을 만들자는 목표로 진행됐으며, 2018 코리안웨이 구르자히말 원정이 3번째 코리안웨이 프로젝트였다고 한다.

송암 스님이 김 대장과 인연이 닿은 것은 2005년 무렵이다. 출판사 종이거울을 운영하던 스님은 의사이면서 히말라야를 수차례 등반했던 임현담씨의 히말라야 책 시리즈를 펴냈다. 이때 임씨는 친분이 깊었던 송암 스님에게 김 대장을 소개했고, 우연찮게 고향이 같았던 두 사람은 곧 친숙한 사이가 됐다. 이후 서울 인사동에서 세 사람이 함께할 때가 잦았고, 스님과 임씨는 김 대장을 ‘힌두쿠시 산신령’이라고 부르고는 했다. 스님은 종이거울에서 좋은 책이 나올 때면 김 대장에게 보내주었고, 만남이 깊어지면서 그의 힌두쿠시 책 시리즈도 계획했었다.

김 대장이 히말라야 14좌 최단기간 무산소 등반을 비롯해 코리안웨이 개척으로 클라이밍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황금피켈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을 때 누구보다 기뻐했던 게 스님이었다. 김 대장이 도피안사를 찾는가 하면 스님도 뒤늦게 결혼하는 그의 예식장을 찾아 축하해주었다. 마지막 등반을 앞둔 9월22일에도 스님은 김 대장에게 문자 메시지로 안부 인사를 전했다. 김 대장도 “예 스님, 감사합니다.…저는 9월28일 네팔 히말라야에 원정등반갑니다. 다녀와서 인사드리겠습니다”는 답변이 왔다. 그것이 이생에서 마지막으로 주고받은 인사였다.

히말라야에서 김 대장과 대원들의 시신이 국내에 돌아왔을 때 스님은 장례식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김 대장과 그들을 위해 지극한 마음으로 염불했다. 스님은 김 대장과 대원들을 ‘히말라야의 수행자’라고 여겼다. 천길 벼랑에 아슬아슬 매달려 촌각에도 몇 번이나 생사를 넘나드는 절체절명의 삶을 살면서 많은 이들에게 불굴의 용기와 도전정신을 온몸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김 대장과 대원들을 만난 적 없는 많은 이들까지 마음 아파하고 애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보았다.

스님은 그들을 추모하고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사십구재를 열어 고인들뿐만 아니라 유가족, 가슴 아파하는 사람들을 위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11월25일 도피안사 대웅보전에서 사십구재를 올린다는 뜻을 유가족과 지인들에게 알렸다. 그분들은 비록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들이 남긴 고귀하고 훌륭한 정신세계를 기억하자는 뜻도 담겨있었다. 부천에서 티베트음악원을 운영하는 카락 뺀빠씨도 사십구재에 참여해 티베트 고유 음악으로 고인들의 넋을 위로해주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이재형 국장

그러나 스님은 사십구재 계획을 접어야 했다. 유가족 중 한 명이 완강한 반대의사를 표명해왔던 것이다. 스님은 안타까웠다. 자신의 종교관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불교에 호감을 가졌던 고인과 다른 이들 아픔은 헤아리지 않는 것 같아 서운한 마음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스님은 이런 마음을 내려놓았다. 스님 자신이, 우리 불교계가 신뢰를 얻지 못했기에 벌어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란다. 몇 차례 문자와 통화를 주고받으며 스님의 씁쓸함이 전해져왔다. 스님으로서도 우리 불교계로서도 안타까운 일이다. 김 대장과 대원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한다.

mitra@beopbo.com

 

[1467호 / 2018년 12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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