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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강증산과 미륵불

기자명 이제열

불교 왜곡하고 불자 현혹시킬 뿐

강증산, 미륵불 동일시하지만
전혀 관계없는 억측에 불과해
미륵불로 불자 현혹 안타까워

종로 2가를 걷다보면 가끔 행인들을 향해 말을 거는 젊은이들을 만나게 된다. 지나는 사람들 중에 대화가 통할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골라 접근한다. “공덕이 많게 생기셨습니다.” “복을 많이 지으신 것 같습니다.” 등등 말을 건넨 뒤 상대방이 관심을 보이면 “차 한 잔 사주시면 저희가 행복한 삶을 살도록 안내해드리고 싶은데 어떠하신지요?”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다가선다.

알고 보면 그들은 특정 종교 전파를 위해 거리에 나온 사람들로 조선 말기 출현한 민족종교의 창시자들 중 한 사람인 강증산이라는 교조의 가르침을 따른다. 강증산을 천지만물을 창조한 상제님 즉 하느님으로 신봉하고 후천개벽, 원시반본, 해원상생, 천지공사 사상의 교리를 추종한다. 그들 교리에 의하면 지금은 하늘과 땅의 질서가 바뀌는 시대로 사계절로 치면 가을에 해당한다. 사계절 중에 가을이 그동안 지어온 곡식들을 추수하는 계절인 것처럼 지금이야말로 모든 인류가 행복하게 살아가게 되는 천지대운의 시대이다. 불교의 극락정토에 해당하는 조화선경이 하늘과 땅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런데 그들의 주장이 흥미로운 것은 그들의 신앙대상자인 증산상제를 불교의 미륵불과 동일시 한다는 점이다. 증산상제는 살아생전에 자신을 하느님이면서 곧 미륵불이라고 지칭하였으며 석가, 공자, 예수 등 모든 성인은 다 자신이 보내서 세상에 왔다고 한다. 이중 석가모니 부처님도 예외는 아니다. 증산상제는 우주와 세상의 일을 그동안 성인들을 내려 보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였으므로 자신이 직접 내려와 해결하게 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그 종교에서는 불교에서 추앙하는 석가모니 부처는 믿을 필요가 없고, 오로지 미륵불만 믿으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교 입장에서 보면 그 종교의 미륵불에 관한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 종교에서 강증산을 상제라고 하건 하느님이라고 하건 시빗거리는 못된다. 또 후천개벽이니 천지공사니 하는 등의 모든 교리들에 대해 왈가왈부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강증산을 불교의 미륵불과 동일시한다는 것은 불교의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도 있다. 불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미륵불과는 거리가 먼 주장을 그 종교에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불교는 기본적으로 세상을 창조했다는 하느님(상제)를 인정하지 않는다. 천지만물은 신에 의해 창조된 것이 아니라 연기(緣起)라는 법칙에 의해 생주이멸한다.

둘째, 석가모니 부처는 미륵불의 지시를 받지 않는다. 오히려 미륵불은 석가모니 부처님에게 출가하여 제자가 된 후 미래의 부처로 예언을 받아 성불하게 되어있다. 석가모니불을 미륵불의 하위 개념에 두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셋째, 불교의 미륵불은 강증산의 예언처럼 활동하지 않는다. 미륵불은 지금 이 시대에 나타나는 부처가 아니라 앞으로 56억년 후에나 출현하는 부처이며 천지공사처럼 세상의 법칙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다만 설법으로 중생을 교화시킨다.
넷째, 미륵불과 석가모니불은 개별적 존재가 아니라 동체적 존재라는 점이다. 강증산은 자신을 상제이며 미륵의 위치에 두고 석가모니불을 자신이 보냈다고 말한다. 하지만 불교에서는 석가모니불과 미륵불은 모든 진리 그 자체로써의 법신불이 화현한 존재들로 그 본질에 있어서는 하나이다.
다섯째, 강증산의 설법은 불교의 가르침과 전혀 합치하지 않는다. 불교에서는 모든 부처님은 동일한 내용의 설법을 한다고 가르친다. 그 가르침은 삼법인, 사성제, 팔정도, 십이연기, 공 등인데 그 종교에는 이런 가르침들이 조금도 들어 있지 않다.

이렇게 불교는 그 종교와는 전혀 무관한 입장에서 미륵불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들은 불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오로지 자신들의 교리에 입각해 포교에 열성을 기울인다. 문제는 불교를 가장하여 불교를 왜곡시키고 불자들을 현혹한다는데 있다.

이제열 법림선원 지도법사 yoomalee@hanmail.net

 

[1465호 / 2018년 11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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