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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단 진공묘유팀장 윤영란-상

기자명 윤영란

자신뿐 아니라 타인 위한 전법 원력 세우다

딸 부잣집 칠공주 막내로 출생
남동생 이른 사별 겪으며 성장
임신 중 졸면서 예불 참석하다
‘금강경’ 사경하며 기도 알아가

58, 여원진

그 시절은 남아 선호사상이 강하게 작용하던 시절이었다.

딸 부잣집 칠공주의 막내로 태어났다. 아들 없는 딸 일곱으로 부모님은 성에 차지 않으셨던 것 같다. 막내였던 난 어머니의 기도처였던 사찰에 종종 동행하곤 했다. 아들에 대한 열망으로 다니시던 곳이었다. 열심히 기도하신 어머니는 아들인 동생을 낳으셨다. 하지만, 동생은 세상 빛을 본지 7일째 되던 날 우리의 곁을 떠났다. 부모님은 통곡하셨다. 결국 아들은 단념하셨다.

불연의 끈은 이어져 왔던 모양이다. 갓 결혼한 새댁이 됐고, 주변 어머님들 따라 절에 갔다. 임신한 새댁은 예불시간에 쏟아지는 잠에 못 이겨 졸았다. 그렇게 발길을 이어가던 중 딸과 아들을 낳아 키웠고, 통도사 주변에 집을 장만해 이사했다. 초하루와 보름엔 자식들을 유모차에 태워 법문을 들었고, 불교에 한 발씩 더 다가갔다.

오랜 시간 다른 환경에서 자란 남편과는 가끔 말다툼도 했다. 집 밖에 나와도 갈 곳이 없어 통도사로 향했고, 참배하고 조용한 용화전에 들어가 미륵부처님께 답답한 마음을 하소연하기도 했다. 풀고 풀어내고 풀어보니 잘못은 내게 있었다. ‘조금만 인내하고 참았으면 되었을 텐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108배 참회 절을 했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달래며 집으로 겨우 돌아왔다. 그 후에도 용화전 미륵부처님께 하소연 하러 다녔다. 언제부터였을까. 환한 미소로 바라보는 미륵부처님을 뵙고 집에 오곤 했다.

그러다 부산 범일동에서 식당을 하게 됐다. 유치원생 딸과 5세 아들을 보살피다 난생 처음 하는 일이 너무 힘들었다. 마음까지 추스를 수가 없었다. 남편에 대한 원망이 마음 한구석에서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 하루 대부분을 함께하는 시간이 고통스러웠다. 식사시간 외에는 앉을 여유도 없었다. 하루하루가 고통으로 시작해 고통으로 끝났다.

마음을 고쳐먹었다. 식당 문을 열고 주방에 들어가면 녹음기를 틀고 ‘천수경’을 들었다. 하루의 시작을 바꿨고,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도 편해졌다. 늘 음식 준비로 분주한 주방이었지만 음식을 드시는 분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밥상을 냈다. 더 분발했다. 언니가 가져다준 ‘금강경’을 하루 중 틈이 나는 시간을 택해 30여분씩 사경했다. 무비 스님의 ‘금강경’을 한 줄 읽고 한 줄 사경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 알았다. 어머니가 “아들 낳게 해 주세요” “직장 갖게 해 주세요” “부자 되게 해 주세요”라고 빌었던 소원이 기도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 기도가 부처님 가르침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다. ‘금강경’을 읽고 사경하면서 힘들고 고달픈 시간들을 이겨내는 힘이 생겼다. “모든 일들은 내가 있으므로 시작” 됐다는 사실도 알았다.

식당은 6년 동안 운영했다. 건강이 여의치 않아 보금자리를 옮겼고, 남편은 새 직장을 구했다. 나 역시 가정에 도움이 되고자 비교적 시간이 자유로운 일을 갖게 됐다. 쓸 시간이 생기자 부처님 가르침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었고, 불교기초신행교리를 배웠다. 야간 불교대학 경전반에 들어갔다.

어려운 용어들과 잘 이해하지 못한 내용들이 적지 않았다. “내가 모르면서 공부를 해야 하나” 하는 의구심이 들 때였다. 범어사 용학 스님께서 ‘금강경’ 강의를 하시던 중 “콩나물시루에 물을 부으면 물은 아래로 빠지지만, 콩나물은 자란다”고 말씀했다. 차근차근 끈기 있게 배우려고 노력했다.

좋은 도반들 덕분이다. 포교사를 품수했다.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는 아름다운 사명을 갖게 됐다.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더 많은 시간이 주어졌고, 허투루 쓰지 않았다. 지금까지 나만을 위해 내 가족만을 위해 살아왔던 삶에서 방향을 바꿨다. 이웃을 위해 주변을 위해 함께 해야겠다는 원력을 세웠다. 포교사로서….

yun1077@naver.com

 

[1465호 / 2018년 11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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