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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영어와 자동번역기 한계

  • 데스크칼럼
  • 입력 2018.12.03 13:33
  • 수정 2018.12.03 13:58
  • 호수 1467
  • 댓글 0

불교학계 기계번역 활용 늘어
불교용어들 번역 한계도 명확
한국불교학 망신거리 될 수도

2018년 11월 현재 대한민국 인구는 5163만여명. 이들 대부분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말을 사용하며 한국인으로 살아가지만 영어 때문에 곤란을 겪지 않은 이들이 드물다.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거나 혹은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처음 배우는 영어는 입시, 입사에서 비껴하기 어려우며 종종 진급에도 크게 작용한다. 곳곳에서 조기영어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영어 교습비가 대학 등록금보다 비싼 곳도 적지 않다. 지난 10월 스웨덴 교육기업인 EF에듀케이션퍼스트가 발표한 국가별 영어능력지수(EPI)에서 한국이 31위로 대만(48위), 일본(49위) 등 대다수 아시아 국가들보다 높은 것도 한국인의 영어 교육열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한국사회 분위기에서 영어를 능숙히 구사하면 우월감을, 서투르면 콤플렉스에 벗어나기 힘든 것도 당연하다.

근래 영어 울렁증 환자들의 희망으로 떠오른 것이 구글, 네이버, 카카오의 기계번역 서비스다. ‘언어 장벽 없이 대화하는 세상을 꿈꾼다’는 슬로건처럼 통역·기계번역 서비스에 AI기술이 가세하면서 품질이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특히 기계번역 서비스는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지식인 사회인 학계에서도 대단히 유용하게 사용된다. 연구하고 논문 쓰는 일을 업으로 살아가는 학자라고 영어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영문 서적을 술술 읽거나 영어로 대화하는데 큰 무리가 없는 학자이더라도 영문 작성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오랜 세월 숙련되고 지속적으로 사용해야 자연스런 문장을 구사할 수 있지 그렇지 않으면 어색하기 일쑤다. 한국어를 잘 하는 외국인이라도 글쓰기는 힘들어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이유로 학자들 사이에서 논문에 꼭 첨부하는 영문 초록 작성에 기계번역 서비스를 활용하는 일들이 잦아지고 이는 불교학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불교학자들의 어깨가 조금은 가벼워졌을 수 있겠지만 실상 오류는 더욱 심각해졌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기계번역 서비스가 불교라는 전문 용어를 온전히 번역하기에는 아직 요원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번역기들이 ‘절’을 ‘템플(Temple)’로 번역해야 할 곳에 ‘절하다(bow)’로 번역하는가 하면, ‘대승보살(大乘菩薩)’을 입력하면 ‘Great buddhist Bodhisattva’(구글) ‘a great victory’(파파고), ‘great bodhisattva’(카카오)라고 엉뚱하게 번역하는 등 오류가 많다. 여기에다 많은 논문작성법 결여, 전혀 딴판인 한글 제목과 영어 제목, 영어 문법 오류, 한글제목 자체의 애매모호함까지 겹치면서 영문초록이 예전보다 수준이 현격히 떨어졌다는 얘기들이 공공연히 나온다.

기계번역 서비스의 한계로 인해 영문학과 대학원생들에게 불교논문 영문초록을 번역을 의뢰하는 일들도 있다지만 다소 까다로운 불교용어는 한글을 그대로 로마나이즈로 옮기는 방식을 취하는 등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도 있다. 20세기 최고의 한학자라는 위당 정인보 선생이 난해한 불교 용어가 있으면 불교학자 권상로 박사를 찾아가 물었다고 하니, 영어만 잘 한다고 불교번역까지 잘 하길 기대하는 건 애초 무리일 수 있다.

따라서 종립대학이나 불교학계는 이제라도 근본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공신력 있는 기관과 업무협약을 맺어 석·박사학위 및 일반논문의 영문초록의 전문성을 기하는 것도 논문 질을 높이고 불교 번역 전문가도 양성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국제화 시대에 외국 학자들을 위해 논문의 핵심사항을 정리한 영문초록의 비중은 갈수록 커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지금처럼 기계번역 등에 의존하는 현재의 풍토에서는 한국불교학의 세계화는커녕 망신거리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mitra@beopbo.com

 

[1467호 / 2018년 12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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