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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구조 개선과 출산율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여·야간 육아와 출산에 관한 복지정책안 합의가 이루어졌다. 아동수당, 출산장려금 등 명목으로 1조원의 예산을 늘리는데 합의한 것이다. 출산감소로 인한 인구 감소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임을 여야가 모두 인식한 결과이다. 이런 중대한 문제에 대해 여야가 합의를 이루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출산장려금으로 250만원을 지급하고, 일정 연령 이하의 아동들에게 월 10만원을 준다는 식의 정책이 과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또한 저출산 문제의 원인에 대한 근본적 이해가 바탕이 되어 이런 정책안이 나왔는가도 의심스럽다.

과연 무엇이 출산율 감소의 근본원인일까? 몇 십 년 전과 지금의 출산에 관한 의식, 그리고 출산과 육아의 환경을 비교해 보면 그 근본문제가 드러난다. 예전보다 우리의 생활수준이 전반적으로 떨어졌는가? 예전보다 아이들 키우는 환경이 그렇게 나빠졌는가? 당연히 아니다. “그런데 왜 아이를 낳으려 하지 않는가?” 하고 물어보면, 절대적 조건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적 조건의 문제라는 것이 바로 드러나는 것이다.

양극화의 심화가 근본적 원인이다. 내 아이를 남들 아이처럼 키울 수 없다는 두려움이 근본인 것이다. 또한 사회구조가 경직되어 노력에 의한 신분상승 기회가 거의 없으며, 출생이 사회에서의 신분을 결정짓는다는 의식이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하는 풍토를 낳는 것이다. 금수저, 흙수저 하는 이야기가 바로 그런 의식들을 단적으로 반영한다. 이런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출산을 장려한다 해도 그리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사회구조가 경직되어 노력에 의한 신분상승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패배주의가 만연해 있고, 거기에 SNS를 통해 너무도 많은 정보들이 범람한다. 그 위에 올라오는 정보들은 거의 모두가 자기의 ‘가장 좋은’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들이다. 그런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은 더더욱 위축된다. “내가 저렇게 살 수 있을까?”하는 물음이 출산과 육아 문제에 적용되어 “내 아이를 저렇게 키울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된다. 그런 악순환이 계속되면 결국 모두가 패배자가 되고 마는 것이다.

국가가 해야 할 것은 이런 근본구조를 개선하는 일이다. 현 정권의 속성은 기본적으로 양극화를 지양하고 평등을 중시하는 입장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무엇보다도 출산율 감소의 근본원인을 해결하는데 적극적일 수 있을 것이다. 지원금이나 장려금을 넘어서서 사회구조의 근본 틀을 개선해나가는 정책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추고 있다는 믿음이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경쟁으로 인해 모든 이들이 패배감에 젖어들게 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정책을 펴는 것은 가능하며, 그것은 사회 기저에 평등의 기본 회로를 깔아놓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회로가 공적인 바탕 위에 깔려야 한다. 유아교육으로부터 모든 교육의 영역에서 공교육을 다시 되살려내야 한다. 그 교육만으로도 사회 진출에 ‘기본’은 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야 한다. 놀음판에 비유를 하자면 지금은 무조건 따는 사람만 계속 따는 놀음판이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다른 면에서는 큰 판돈을 가진 이와 작은 판돈을 가진 이가 하나의 판에서 놀음을 하여, 결국 큰 판돈을 가진 이가 무조건 이기게 만드는 놀음판과 같다. 이런 양상이 계속되면 놀음판을 뒤집어엎어 버리자는 논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패배감이 심화되면 분노가 되기 마련이다.

근본원인을 해결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오랫동안 쌓여온 모순을 한 번에 해결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올바른 방향성을 지니지 못하면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은 ‘언 발에 오줌 누기’가 되어 버린다. 출산율 문제에 대해 한걸음 나간 여야의 예산안 합의,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정말 근본적인 원인 해소를 위한 대승적 인식으로 나가기를 촉구한다.

성태용 건국대 명예교수tysung@hanmail.net

 

[1467호 / 2018년 12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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