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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지역단 서부총괄 군포교팀 김정연-상

기자명 김정연

내리막 인생 되돌린 가르침 모두와 나누고 싶어

지방서 20년 공직생활하면서
원인 모를 루머 연루돼 고통
향림사 광주불교대학서 공부
군청 공불련 창립하며 환희

68,선철

‘왜 그럴까….’

수천 번 곱씹어도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지방에서 공무원으로 봉직하며 남에게 해코지 않고 살아왔건만. 보상 같은 건 바라지도 않았다. 평탄하게만 흘러갔으면 하는 바람이 보상심리라면 어쩔 수 없지만. 삶의 방향은 항상 내리막이었다. 나쁜 소문과 여론에 자꾸 연루됐다. 악재는 연거푸 이어졌다. 갈수록 삶은 버거워졌다. 결국, 악성 루머에 휩싸여 본의 아니게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아주 잠시 사회와 조금 떨어진 곳에 있어야 했다. 그때가 1994년 봄이었다.

출감 후 그해 여름, 부모님이 자주 오르내리시던 대흥사 말사 법천사에서 인연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인연의 직업은 선생님이었다. 일면식이 없던 인연이었지만 내 사정을 알고 있었다. “불교를 알면 (마음이) 좀 좋아질 겁니다. 불교대학을 다녀보세요.” 이 몇 마디가 인생의 방향을 바꿨다.

지금은 광주 무각사불교대학이 포교사 배출의 요람이지만, 당시엔 향림사였다. 유난히 미약한 호남지역 불교중흥의 원을 세우신 대흥사 천운 스님께서 1991년 호남불교교육 중심지로 세운 게 광주불교대학인데 향림사에 있었다. 광주불교대학에 발을 내디딘 해도 1994년이었다.

공교롭게도 20년 동안 쫓아다니던 끈질긴 악재가 거짓말처럼 끊어졌다. 부처님 도량에 있어서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정말 환희심이 났다. 부처님 가르침에 심취했다. 사성제, 고집멸도, 팔정도, 육바라밀, 부처님의 생애 등등. 알면 알수록 이 좋은 가르침을 왜 이제야 찾아왔을까하는 후회가 들었고, 지금이라도 만나서 다행이라는 마음이 컸다. 대학원까지 4년 꼬박 쉬지 않고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익혔다.

대학 2년 동안 불교학개론, 인도·중국·한국불교사, 불전개설, 포교방법론, 불교윤리, 대승불교사상, 불교사회복지론, 불교미술사, 유식사상 등 기초에서 전문교육과정까지 빈틈없이 구성된 교과과정을 수료했다. 야외법회는 물론 큰스님 친견법회, 쳘야정진법회, 수련회 등 신행과 수행 실참까지 이어졌다. 불교대학 졸업 후 입학한 대학원에서는 교리 중심의 커리큘럼이 보완된 교육을 받았다. ‘금강경’ ‘법화경’ ‘아미타경’ ‘관무량수경’ ‘화엄경’ 등 경전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배웠다.

이 좋은 가르침을 혼자 알고 끙끙 댈 수 없었다. 봉직하고 있는 군청에서 불자들 모임을 만들고 싶었다. 당시엔 종교를 밝히는 게 미덕이 아니었다. 불자들 스스로 종교를 밝히는 일을 꺼려하는 경향도 적지 않았다. 불자이거나 친불교인 선후배 공무원들을 찾기란 좀처럼 쉽지 않았다. 선후배 직원들에게 군청 공무원불자연합회 창립을 권선하기에 이르렀고, 얼추 30명 정도 법회에 참석하겠다는 확답을 받았다. 직장 내 모임을 만들려면 군수에게 보고를 해야 했다. 군수는 창립법회에 참석하는 직원 숫자를 묻고 나서 격려차 방문하겠다고 했다.

일과시간이 끝나고 저녁 7시가 다가오자 조금 초조해졌다. 앞에서는 참석하겠다고 했던 선후배 직원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무안 약사사 법당이 한산했다. 초청법사로 광주전남지역에서 천운 스님 다음 가는 백양사의 암도 스님을 어렵게 모셨는데…. 창립법회 시작 전 약사사 법당에는 5명만 와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에잇! 이 사람!” 군수는 법당 안을 보더니 발도 들여놓지 않고 등을 돌려 절을 빠져나갔다. 그 말을 암도 스님이 듣고 말았다. 앞으로 벌어질 상황이 눈앞에 그려졌다. 난감했다. 큰스님을 모셔놓고 5명만 초라하게 군청 공무원불자연합회를 창립한다고 하니 죄송했고, 어렵게 시간과 마음을 낸 5명에게도 미안한 마음이었다.

암도 스님은 법석에 올랐다. 그리고 입을 열어 법문을 시작하기 전, 한 마디 말씀으로 군청 공무원불자연합회에 힘을 북돋았다.

kjy83628@daum.net

 

[1467호 / 2018년 12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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