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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사, 광덕 스님 선양사업까지 손대나

  • 데스크칼럼
  • 입력 2018.12.07 15:32
  • 수정 2018.12.10 11:09
  • 호수 1468
  • 댓글 34

불광연구원 ‘12월 말 폐원’ 통보
일각에서는 ‘보복성 결정’ 비판
‘종무원 불이익’ 합의 파기 논란

전법과 교화의 학술적 지평을 열어간다는 모토로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던 불광연구원이 문을 닫는다. 불광연구원 운영 주체인 서울 불광사가 최근 불광연구원에 12월을 끝으로 폐원한다는 입장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광사가 내세운 표면적인 이유는 재정 문제라지만 속내는 보복성 결정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온다. 불광연구원에서 근무하던 연구원들도 당장 해고될 상황에 내몰렸다. 지난 9월28일 지홍 스님이 불광사 창건주 자리를 내놓으면서 문도들과 합의했던 ‘불광사 산하기관 종사자에 대하여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음에 따라 “서명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합의를 파기했다” “불광사의 갑질” 등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2010년 7월, 불광사는 광덕 스님의 전법행을 계승해 오늘 여기서 불교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길로 가야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탐구하고 바른 길을 모색하겠다며 불광연구원을 개원했다. 광덕 스님이 평소 사회과학연구소를 설립해 교단과 사회 현안에 대한 폭넓은 연구를 통해 불교가 나아갈 바를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 공헌 및 불교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광연구원은 광덕 스님의 뜻을 가장 잘 계승한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취지로 개원한 불광연구원은 기존의 학회들과는 지향점이 확연히 달랐다. 현재 불교 관련 학회들은 20~30여개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 학회 대부분 교학과 역사, 문헌학이 중심이고, 현실의 불교는 학문 영역에서 배제돼 왔다. 불광연구원이 ‘전법학연구’ 창간호에서 지적했듯 불교학의 연구대상은 시간적으로는 수백 년, 길게는 2000년 전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있었으며, 지리적으로는 중국에서 멀리 인도로 확장 됐지만 정작 바로 지금 여기 한국불교의 문제를 연구하고 토론하는 실사구시의 불교학은 취약했던 것이다.

불광연구원은 개원 이후 참신한 주제의 발표와 토론으로 관심을 모았다. ‘광덕 스님의 사상과 불광운동’ ‘광덕 스님의 인간관과 무한생명사상’ ‘보현행원의 길’ ‘광덕 스님의 불광사상과 시대적 의미’ ‘순수불교 운동과 바라밀운동의 이념과 실천’ ‘광덕 스님의 법문과 저술의 문학성’ ‘광덕 스님의 법등운동과 호법사상’ 등을 주제로 광덕 스님의 생애와 사상을 연달아 조명했다.

이와 함께 ‘부처님의 전법행과 전법교화의 방향’ ‘불사, 대중의 원력과 참여의 결정체’ ‘대만불교의 실천이념과 운영시스템’ ‘의례의 한글화와 문화예술을 통한 전법’ ‘신도교육’ ‘교과서의 불교서술 체재와 내용’ ‘종교공동체의 역할’ ‘감동적 법회를 위한 설법의 구성과 내용’ ‘저출가 시대와 한국불교의 미래’ ‘탈종교화 시대, 종교의 위기인가 기회인가’ ‘불교발전을 이끈 우바이들의 삶과 신행’ 등 주제의 연찬회를 통해 현재의 한국불교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지난 9년간 ‘전법학연구’가 13호까지 나올 수 있었으며, 여기에 게재된 논문이 160여편에 이른다. 이 논문들 대부분 불자들의 신행과 사찰운영에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한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 없다. 뿐만 아니라 불광연구원은 2012년부터 전법학술상 공모도 실시함으로써 학자와 불교계 종사자들이 현실불교를 연구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러나 새로운 불교학 영역의 기반을 구축하던 불광연구원은 이제 모든 사업을 접어야 한다. 올해 공모했던 제7회 전법학술상도 공모에 참여한 이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취소를 알렸다고 한다. 광덕 스님은 “전법(傳法)으로 정토를 성취하겠다”고 늘 발원했다. 그런데 “개혁”을 외치던 이들이 합의문을 지키기는커녕 광덕 스님을 선양하는 사업까지 없애겠다는 것을 누가 선뜻 이해할 수 있을까. 정체성을 상실하는 순간 불광은 더 이상 불광일 수 없다. 불광사의 진짜 위기는 어쩌면 이제부터다.

mitra@beopbo.com

[1468호 / 2018년 12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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