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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청와대 춘추관은 유신시대인가

  • 기자칼럼
  • 입력 2018.12.07 17:01
  • 수정 2018.12.08 06:05
  • 호수 1468
  • 댓글 5

“(칼럼 중)대통령이 바티칸을 방문해 교황을 알현했다는 대목이 마치 인권위나 저희 쪽에서 봤을 때는 꼭 (대통령이) 오는 것처럼 말씀하신 것처럼 연관시켜 보여져서 그래요.”

청와대 춘추관으로부터 기자칼럼 ‘인권의날 기념식 장소 더 신중한 고민 필요하다’는 내용을 수정해달라는 전화가 왔다. 행정관이라고 본인을 밝힌 이모씨였다. 대통령의 일정을 기사에서 밝히지 않는 일명 ‘경호 엠바고’를 요청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표현과 논리도 쉽게 이해되지 않지만 더 이상한 것은 해당 칼럼에서 대통령의 참석 여부를 언급한 바가 없다는 점이었다. 재차 확인을 요청한 기자에게 돌아온 행정관의 대답은 그야말로 귀를 의심케 했다.

“(대통령이)가신다는 말이 안 들어갔다는 것은 아는데, 제가 개인적으로 봤을 때도 솔직히 (인권의날 기념식을) 성당에서 한다는 자체가 역사적인 상징이 있어서 하는 거지…”

경호 엠바고 사유가 아님을 알면서도 이를 핑계로 기사 수정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더구나 청와대 춘추관이라는 공식적인 이름으로 전화를 건 행정관이 ‘개인적으로 봤을 때’라며 수정을 요구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행태다.

기사의 관점이 비판적이거나 심지어는 권력자의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사사로이 언론의 보도를 수정하고 삭제하려던 시절이 있었다. 유신독재 그리고 군사정부시절 권력기관에서 벌이던 가장 비민주적인 언론탄압 가운데 하나였다. 그런데 유사한 일이, 지금 벌어지려는 것인가.

“경호 엠바고에 대한 것이 아니고 기사의 관점에 대해 이견이 있다면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서 이의를 제기하거나 의견을 제출하라”는 한마디로 그의 ‘개인적인 관점’을 ‘잘라’버렸다. 잠시 침묵하던 행정관은 “네, 그렇게 쓰세요. 알겠습니다”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 억양에서 느껴지던 불쾌감은 굳이 문제 삼지 않겠다.

기자실이 위치하고 있는 청와대 춘추관은 청와대와 언론의 통로이자 청와대의 입장이 국민들에게 전달되는 프레스센터다. 결코 언론을 통제하거나 기사에 ‘칼질’을 해대는 곳일 수 없다.현 청와대에서 그럴 의도가 있어 보인다는 의혹까지 제기하지는 않겠다. 가톨릭 편향적으로 보이는 청와대의 행보에 불편함을 감추지 않는 교계와 교계언론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벌어진 일인지 역시 확인하기는 어렵다. 그러니 이 어처구니없는 일이 현 청와대 춘추관의 관점과 성향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개인의 일탈이나 실수였는지를 판가름하기가 쉽지 않다. 그 행정관에게 사과를 요구하지 않은 것도 이에 대한 판단이 아직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수연 기자
남수연 기자

하지만 이 일을 곰곰이 생각하며 떠오른 또 하나의 생각은 이 사람이 정말 청와대 춘추관 행정관이 맞을까라는 의구심이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언사이기도 하지만 전화가 왔던 번호로 재발신하면 개인 핸드폰으로 연결되는 특이한 구조라 청와대 춘추관 연락처 여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혹여 청와대 춘추관 행정관이 아니라면 이는 사칭이다. 청와대 춘추관 차원의 공식적 대응이 필요한 일이다. 그러니 청와대 춘추관은 지금이라도 이모 행정관의 신분과 발언에 대해 확인하고 이에 대한 책임 여부를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1468호 / 2018년 12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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