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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지금, 그대로 느끼고 떠나보내는 게 무애”

기자명 법보
  • 기고
  • 입력 2018.12.11 16:43
  • 수정 2018.12.17 10:49
  • 호수 1469
  • 댓글 2

김선아 감독의 ‘화쟁 원류를 찾아서’ 순례기

‘원효 다큐’ 만든 후 대중들과 순례
제석사·초개사·골굴사 등 사찰 참배
강한 호기심 갖게 된 외국인 친구들
세계와 ‘한국 원효’ 말하는 날 소망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화쟁위원회는 11월23~25일 경산과 경주지역에 분포된 원효 스님과 관련된 사찰을 ‘화쟁의 원류를 찾아서-원효의 발자취 순례’를 주제로 순례했다. 원효 스님의 삶과 사상을 다큐멘터리 ‘원효를 만나다’로 재조명했던 김선아 감독이 화쟁위원회 요청으로 순례기를 보내와 전문을 게재한다. 편집자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화쟁위원회는 11월23~25일 경산과 경주지역에 분포된 원효 스님과 관련된 사찰을 ‘화쟁의 원류를 찾아서-원효의 발자취 순례’를 주제로 순례했다. 초개사를 방문한 순례단.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화쟁위원회는 11월23~25일 경산과 경주지역에 분포된 원효 스님과 관련된 사찰을 ‘화쟁의 원류를 찾아서-원효의 발자취 순례’를 주제로 순례했다. 초개사를 방문한 순례단.

원효 스님을 세상에 알리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겠다는 열정 하나로 18년의 이민생활을 접고 한국에 들어온 지 벌써 5년 반의 시간이 흘렀다.

올해 부처님오신날 특집으로 부산 MBC에서 50분 버전 ‘원효를 만나다’를 방영하긴 했지만, 예산부족으로 아직 장편버전을 마무리 짓지 못한 상태에서 조계종 화쟁위원회의 ‘원효순례’를 제안 받고 내심 기뻤다. 그동안 내가 숨 쉬고 호흡했던 원효 스님의 이야기를 펼쳐놓을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준다면 난 어디든 뛰어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암스테르담 다큐멘터리 영화제에 참여하고 돌아온 바로 다음날, 새벽부터 일어나 서울 조계사로 향했다.

제석사를 찾은 순례단.
제석사를 찾은 순례단.

2013년 한국에 들어온 후, 가장 먼저 만나 뵈었던 도법 스님이 함께 해주셔서 참으로 기쁘고 감사했다. 비구스님, 비구니스님, 재가자 그리고 내가 초청한 외국인 영화감독, 사진작가 등등. 말 그대로 사부대중이 함께 한 순례여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첫 촬영 후 3~4년 만에 찾은 원효 스님의 고향 경산과 경주에서 전과는 다른 풍경을 마주하게 되었다. 작은 마을의 골목길에 위치했던 제석사의 맞은편에는 공원과 주차장이 들어서 있었다. 초개사엔 작은 연못이 생겼고, 황룡사지터에는 현대식 박물관이 들어서 있었고, 분황사는 안타깝게도 지난 지진의 피해로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무엇하나 옛 모습 그대로인 것이 없다. 그러니 내가 봤다고, 내가 경험했다고, 이렇다 저렇다 판단하고 주장하는 것이 다 부질없다. 과거에 얽매이거나 미래를 걱정하는 것도 다 하릴없다.

겨울의 초입이었지만 기온은 그리 낮지 않았고, 비가 오면 오는 대로, 해가 나면 나는 대로, 운치 있다 느끼며 사찰들을 둘러보았다. 마지막 코스였던 기림사는 원효 스님이 말년에 주석하신 곳이라 하는데, 천년의 세월이 그대로 느껴지는 고풍스러운 건물과 웅장하면서도 친근한 거목들, 그리고 아직 가을의 때깔을 그대로 간직한 예쁜 꽃들이 우리들을 맞이했다. 마치 원효 스님이 ‘잘 왔다. 또 올거지’ 라고 속삭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곳에서 난 온전히 원효 스님의 기운을 느꼈다.

‘지금 이 순간, 이 느낌. 그대로 느끼고 나누고 떠나보내는 것이 바로 일심이고, 화쟁이고, 무애이다.’

김선아 다큐멘터리 감독.
김선아 다큐멘터리 감독.

‘원효순례’가 끝난 후, 외국인 친구들의 감상을 들었다.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강좌의 내용들은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한국 사찰의 다양한 모습들에 매료되었고, 원효 스님의 삶과 사상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난 외국인들 및 영어를 구사할 줄 아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참여하는 ‘원효순례’가 정례화 되기를 꿈꿔본다. 그들이 세계 문화와 사상, 또는 삶에 대한 고민을 나눌 때 소크라테스, 공자, 노자를 논하는 선상에서 ‘한국의 원효’를 함께 얘기하는 그런 날을, 난 오늘도 꿈꾸고 있다.

후반작업 예산이 마련되어 장편 버전이 완성되면 UCLA 대학을 시작으로 세계의 많은 대학에서 영화상영과 토론의 시간들을 마련할 것이고, 나의 꿈은 곧 현실이 될 것이다. 이번 ‘원효순례’가 그 시발점이 되어 줄 것이란 걸 느꼈고, 나와 함께 했던 모든 분들이 조금은 더 자유롭고, 더 자애로운 삶을 펼쳐갈 영감을 얻고 가셨기를 바라고 바란다.

[1469호 / 2018년 12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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