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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형 국장 “현실 외면한 불교 설자리 잃는다”

  • 교계
  • 입력 2018.12.14 19:09
  • 호수 1469
  • 댓글 7

교육원 전문연구자 세미나
‘키워드로 보는 불교’ 발제
한국불교 직면한 현실문제
비판․대안 제시해 관심모아

“불교가 대중에게서 멀어질수록 불교의 생명력은 퇴색한다. 현실을 외면하고서 불교가 설 자리는 없다.”

이재형 법보신문 편집국장은 조계종 교육원이 12월14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교육아사리 등 전문연구자를 대상으로 개최한 ‘한국불교의 좌표와 나아갈 방향’ 세미나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국장은 이날 ‘키워드로 보는 한국불교’라는 기조발제를 통해 ‘불자감소’ ‘기도’ ‘민주’ ‘비판’ ‘총무원장’ ‘평등’ ‘종교용어’ 등 올해 유독 많이 사용됐거나 관심을 모았던 단어를 소개하면서 오늘날 한국불교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해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이국장은 ‘불자감소’와 관련해 2016년 말 발표된 통계청 종교인구조사에서 불자 인구 300만명이 감소한 결과를 두고 무분별하게 제기된 책임론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국장은 “불자인구 300만명이 감소했다는 조사결과에 대해 신중하게 분석하기보다는 일부 재가단체 등은 전임 총무원장의 책임전가에 급급했다”며 “불자 300만명 감소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정치투쟁에 악용하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국장은 ‘2015년 통계청 종교인구 조사결과에 대한 분석이 쉽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인용하면서 조사결과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국장은 “몇몇 재가단체들은 전 총무원장 체제의 문제점으로 인해 불자 300만명이 떠났음을 기고와 집회를 통해 반복적으로 각인시켰다”며 “(그런 논리라면) 온갖 성추문과 범법행위, 반기독교 정서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개신교의 인구가 오히려 늘고, 김수환 추기경 서거와 프란치스코 가톨릭 교황의 방한 등 굵직한 호재 속에서도 가톨릭 인구가 감소한 이유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따라서 이국장은 “이제 신도 숫자보다는 불자다운 불자가 얼마나 되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국장에 따르면 오늘날 불교계에서는 불교에 호감이 있으면 재가불자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이렇다보니 불자들의 정체성은 희박하다. 한국갤럽 등 통계조사결과에 따르면 불자들이 종교활동에 참여하거나 종교관련 서적을 읽는 빈도에 있어 다른 종교에 비해 현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이는 불자들의 종교적 신념과 열정이 이웃종교에 크게 미치지 못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다.

따라서 이국장은 “우리가 이웃종교를 부러워해야 할 것은 신도 숫자가 아니라 신도들의 정체성과 신심의 문제일 것”이라며 “제1종교의 위상을 되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자들이 불자답게 살아가도록 만드는 풍토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도’문제와 관련해 이국장은 “기도는 불교에서 일상적으로 쓰는 용어이고, 일선 사찰에서도 수많은 기도들이 성행되고 있지만 ‘하근기 수행’으로 평가절하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국장은 “자력종교에 대한 과도한 편중과 기도에 대한 부정은 심각한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며 “불교의 종교성을 탈색시킴으로써 불교가 힘겨운 상황에 처한 이들의 의지처가 되기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국장은 ‘기도는 악을 멸하고 선을 닦는 것으로 기도가 수행이고, 수행이 기도’라는 중앙승가대 명예교수 종범 스님의 말을 인용하면서 “기도에 관심을 갖고 정당한 복권을 시도할 때 불교의 종교성이 풍성해지고 기도하는 불자들도 당당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국장은 ‘민주’와 관련해 “엄밀한 의미에서 불교와 민주주의는 지향하는 바가 서로 다르다”고 밝혔다. 이국장에 따르면 아무리 천민이라도 출가해 승가의 일원이 되는 순간 완전한 평등이 보장되고 타고난 신분이 아닌 법랍이나 수행정도에 따라 위계가 정해지는 등의 불교적 가치로 인해 흔히 ‘불교는 곧 민주주의’로 간주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불교와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바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불교는 재물, 성욕, 음식, 명예, 수면 등 욕망을 넘어 번뇌의 불길이 꺼진 열반을 지향하는 반면, 민주주의는 권력의 배분이 핵심이다. 불교가 출세간의 원리라면 민주주의는 세간의 원리에 가깝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을 강조하지만, 불교는 아무리 다수의 의견일지라도 비법비율(非法非律)일 경우 받아들여서는 안 되며, 아무리 소수의 의견일지라도 교법과 율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으면 다수를 설득해 공동체를 올바른 방향을 이끌어 간다는 것이다.

이국장은 “그럼에도 조계종은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세속의 선거제도를 받아들여 논란과 시비가 끊이질 않는다”며 “세속의 제도를 받아들인 이상 그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불교적 방안과 제도적 장치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국장은 ‘비판’과 관련해 “불교적 비판은 고성과 낙인찍기에 있지 않다”며 “비판을 하더라도 ‘누군가가 잘못됐다’는 방식이 아니라 ‘누군가의 어떤 점이 잘못이다’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국장은 또 ‘총무원장’에 대해서는 “조계종 역대 총무원장의 평균 임기가 1년 10개월에 불과하다는 것은 허약한 불교계의 기반을 반영한 것”이라며 “이런 악순환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총무원장이 초심을 잃지 않고 대중들과 소통하며 화합을 이끄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이국장은 “불교계 내부의 비구니 차별은 남녀평등의 시대적 흐름을 역행하는 일이자 불교의 평등정신에도 위배된다”며 “비구니차별이라는 역주행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보편적인 ‘종교용어’가 특정종교의 전유물로 인정받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면서 “이를 방치하기보다는 불교계가 나서 적극적으로 지적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교육위원회 위원장 종호 스님과 교육아사리 등 전문연구자 스님 60여명이 참석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469호 / 2018년 12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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