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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기본교육기관 구조조정 늦출 일 아니다

며칠 전 한 원로 교학자 스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종립대학교수로 재직했던 이 스님은 조계종 기본교육기관 운영에 대해 한 걱정을 털어놨다. 스님은 “학인수는 갈수록 줄어드는데 사찰마다 예전 그대로 승가대학을 운영하다 보니 어떤 곳은 한 학년에 2~3명이 안 되는 곳도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제대로 된 교육이 되겠느냐”고 토로했다.

이 노스님의 걱정이 아니더라도 기본교육기관 운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출가자 감소가 지속되면서 사찰승가대학에 입학하는 학인수 감소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제213차 정기중앙종회에 조계종 교육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기본교육기관으로 지정돼 있는 14개 사찰승가대학 가운데 최소 정원(학년당 10명, 총 40명)을 채운 곳은 운문사와 통도사, 단 2곳에 그쳤다. 그나마 통도사도 전체 학인수가 47명에 불과해 최소 정원을 간신히 넘긴 수준이다. 운문사(90명)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사찰승가대학이 학인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총 학인수가 10명이 안 되는 사찰승가대학도 3곳이나 됐고, 어떤 사찰은 올해 신입생을 한명도 받지 못했다. 갈수록 출가자 수가 감소하는 것을 감안하면 사찰승가대학의 학인수급 상황이 개선될 여지도 많지 않다.

그럼에도 종단차원에서 기본교육기관 조정에 대한 논의는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12일 조계종 교육원 교육위원회가 교육종책 세미나를 열어 기본교육기관 조정에 대해 각계의 의견을 처음으로 청취했지만, 더 이상 논의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교육원 관계자에 따르면 기본교육기관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고, 교구본사의 반발이 워낙 거세 말을 꺼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교구본사가 반발하는 주된 이유는 승가교육의 다양성과 승가대학의 전통계승 등이다. 무엇보다 교구본사 운영에 있어 승가대학 학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물론 획일화된 교육보다는 사찰의 특수성과 전통을 살린 교육의 다변화도 필요하다. 그러나 해당 사찰의 한정된 교육예산과 교육자 수급문제 등을 고려하면 양질의 교육을 진행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더구나 사찰승가대학 학인들의 상당수가 일정교육시간 외에 해당 사찰의 허드렛일에 동원되는 일이 잦은 상황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기본교육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거론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권오영 기자

14개에 달하는 사찰승가대학을 대폭 줄이거나 중앙승가대로 기본교육기관을 일원화해 종단차원의 교육예산을 집중 투자하고,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진행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일 수밖에 없다. 심각한 학인수 감소를 고려한다면 기본교육기관 구조조정은 더 이상 늦출 일이 아니다.

oyemc@beopbo.com

 

[1469호 / 2018년 12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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