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진다. 피가 돌았던 365일의 삶들이 곧 추억의 틀에서 굳은 채 1살의 나이로 치환될 것이다. 해가 바뀔 때마다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중생의 업력을 지닌 이상 후회란 생사를 초월한 인간의 숙명일 것이다. 그러나 반성과 참회, 이를 통한 정진의 열망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기에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성불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불교에는 4개의 큰 명절이 있다. 부처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부처님오신날, 성도를 위해 카필라 성벽을 넘은 출가절, 위대한 깨달음을 얻은 성도절, 부처님의 육신이 소멸한 열반절이 그것이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명절이 없지만 불자로서 가장 중요한 단 하나의 명절을 꼽으라면 성도절이다. 성도절은 인간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얻어 부처님이 되신 날이다. 불교는 바로 그날 그 깨달음의 빛으로부터 시작됐다.
물론 부처님오신날도 거룩한 명절이다. 그러나 축제의 의미를 넘어 가르침의 본질을 추구한다면 성도절은 불자들이 가장 찬탄해야 할 명절이며 수행의 벼리로 삼는 특별한 날로 기억돼야 한다.
성도절은 새해와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다. 음력 12월8일 성도절은 기해(己亥)년인 내년 1월13일이다. 사찰에서는 성도절을 즈음해서 일주일 혹은 삼일 용맹정진을 한다. 성도절 당일에는 철야정진도 이어간다. 그러나 연말연시의 어수선함과 시무식 등 각종 업무, 민족의 대명절인 설을 준비하다 보면 성도절을 무심하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불자라면 성도절을 기억해야 한다. 부처님께서 고행을 버리고, 명상에 잠겨 7일 만에 성도를 이루셨듯이, 우리 또한 성도절까지의 일주일 용맹정진을 불자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귀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 “나의 몸이 완전히 무너지고 파괴되어, 살과 뼈가 마르고 썩어 이 몸이 없어질지언정, 완전한 정각을 이루기 전에 절대 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 보리수 아래서 명상에 들기 전, 부처님의 서원은 이제 우리의 몫이 됐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469호 / 2018년 12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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