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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마크 트웨인의 돈

기자명 김정빈

“빚 청산 과정 어찌나 즐겁던지 취미로 가져보게”

‘톰 소여의 모험' 집필한 소설가
파산으로 진빚 9만5천달러 갚아
빚 갚는 과정에서 큰 희열 느껴
부처님과 고대 철학자 한결같이
만족이 으뜸가는 재산이라 강조

그림=근호
그림=근호

구두쇠로 가장 유명한 인물은 디킨즈의 작품 ‘크리스마스 캐럴’의 주인공인 스크루지일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샤일록 또한 법정에서 꾸어 준 돈을 갚지 못하는 밧사니오의 심장을 베어낼 것을 요구하는 구두쇠로 이름이 높다.

이솝 우화에도 구두쇠 이야기가 있다. 어느 부자가 황금을 모아 마당 한구석에 몰래 파묻어 두었는데 어느 날 도둑이 들어 황금단지를 가져가 버렸다. 그가 엉엉 울자 그의 친구가 말했다. “어차피 쓰지 않을 돈이니 지금도 거기에 있거니 하고 여기면 마찬가지가 아니겠나?”

이들은 문학작품 속의 주인공들이지만 이런 사람은 실제로도 있었다. 1976년 석유왕 폴 게티는 60억 달러의 재산을 남기고 죽었다. 당시 그는 세계 최고의 거부였다. 그는 사망하기 20년 전에 이미 미국 최고의 부자였으며, 그의 재산은 하워드 휴즈, 조지프 케네디, 록펠러, 멜런트, 듀판트, 애스터 등보다 많았다.

그런 부호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굉장한 구두쇠였다. 게티는 런던의 리츠 호텔에 머물 때마다 가장 싼 방을 예약했고, 다른 사람과 만날 때 밥값을 상대방에게 치르도록 하거나 자기 몫만 치르는 때가 많았다. 외국에 사는 어떤 사람이 소포로 게티에게 회중시계를 선물한 일이 있었다. 그는 소포 수령을 거부하고 그 나라를 여행 중인 사람에게 다시 부쳐 관세를 물지 않는 방법을 택했다.

1959년에 그는 자기 집에 공중전화를 가설하고 다른 전화에는 잠금 장치를 했다. 그는 공중전화 가설에 대해 묻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손님이 내 전화로 10분 이상 통화를 하면 요금이 너무 많이 나올 거 아니오? 나도 다른 사람 집에 가서 전화를 써야 할 경우에는 인근에 있는 공중전화를 쓴다오. 이렇게 공중전화를 설치하면 뒷날 손님과 나 사이에 돈 문제를 정산하지 않아도 되니까 좋기도 하고.”

사뮈엘 타퐁이라는 사람은 돈 많은 양조업자로서 큰 포도원도 갖고 있었다. 1934년 그는 투자에 실패하여 7만5000달러를 잃자 절망하여 자살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을 상점으로 밧줄을 사러 간 그는 주인과 승강이를 벌여 기어코 값을 깎아 밧줄을 샀다. 그는 그 밧줄로 목을 매어 죽었다. 죽을 때 그가 남긴 재산은 200만 달러였다.

구두쇠를 소재로 사람을 웃긴 희극 배우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잭 베니인데, 그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로 사람들을 웃기곤 하였다. 어느 때 베니가 병원에 입원했는데 간호사가 빈 병을 주면서 소변 검사를 해야 되니 소변을 받아두라고 말했다. 방금 화장실에 다녀온 그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소변을 볼 수 없었다. 소변의 양이 매우 적은 것을 본 간호사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하는 것이었다. “진짜 구두쇠군요!”

베니가 어느 날 밤에 길을 걷고 있다가 강도를 만났다. 강도가 총을 구두쇠의 옆구리에 대고 으르렁거렸다. “돈을 내놓을래, 목숨을 내놓을래?”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베니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강도가 총으로 베니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재촉했다. “빨리 말해!” 그의 대답이 걸작이다. “지금 생각하고 있잖아?”

어느 때 연예와 오락 전문지인 ‘버라이어티’가 베니와 막스 가(家) 형제들이 팀을 이루어 활동할 경우 일주일에 2만 달러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그는 곧 편집장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다. “세상에서 중요한 것은 오로지 돈뿐이라는 생각을 갖고 계신 것 같군요. 아무렴, 그렇고말고요.”

어떤 희극배우가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다. 그래서 나는 돈을 사랑한다.”

돈에 대해 남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톰 소여의 모험’으로 잘 알려져 있는 소설가 마크 트웨인이 그중 한 사람이다. 그는 돈을 좋아하여 일확천금을 꿈꾼 적이 있다. 금, 은 투기가 한창 불붙던 시기에 그는 한몫 잡기 위해 캘리포니아로 가서 한창 주가가 오르고 있는 광업주를 주당 300달러에 신용매입했다.

주가는 1000달러를 넘어 2000달러를 돌파했다. 당시 스물일곱 살이던 그는 주가가 600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었기 때문에 주식을 팔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빗나갔다.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마지막에 호텔비를 치른 다음 그의 손에 남은 돈은 50달러뿐이었다.

그 후 그는 돈을 벌기 위해 부인이 친정에서 물려받은 6만5000달러를 자신이 이사로 있는 출판사에 쏟아 부었지만 출판사는 파산하고 말았다. 식자기에 ‘꽂혀서’ 한 달에 3000달러를 투자한 적도 있다. 그러나 그가 투자한 제품은 실용성이 낮은 것으로 판명났다. 그는 “인간이 자신에게 얼마나 무지한지, 자신을 얼마나 쉽게 속일 수 있는지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출판사 일로 그에게는 갚아야 할 부채가 생겼지만 그것은 도의적인 것일 뿐 법적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그 빚을 갚기로 하고 열심히 일했다. 극도의 절약생활을 하며 집필과 강의에 집중했다. 그는 그 빚을 갚는 과정에 큰 기쁨을 느꼈다. 그는 한 친구에게 “빚을 청산하는 과정이 어찌나 즐겁던지 그런 취미를 가져볼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네”라는 편지를 썼다.

1898년 1월 말, 그는 파산한 지 4년 만에 9만5000달러의 빚을 모두 갚았다. 갚지 않아도 되는 돈을 갚은 그의 행위는 여러 신문에 보도되었다. 안타까운 것은 그에게 억만장자가 될 기회가 있었다는 점이다. 그는 그레이엄 벨로부터 자신이 발명한 전화기에 500달러를 투자하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던 것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그에게 부를 안겨줄 것이 아니라 부자가 되고자 하는 그의 욕망을 제거해주어야 한다”고 말했고, 유대인의 지혜서인 ‘피르케아보스’는 “행복한 사람은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하는 사람”이라고 답하고 있다. 축재의 주요 동인은 사랑, 권력, 안정, 자유이지만 돈이 그것들을 온전하게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약성서가 말하는 것처럼 “은을 사랑하는 자는 은으로 만족하는 법이 없다.”

부처님께서도 “만족이야말로 으뜸가는 재산”이라고 설하고 계신데, 똑같은 말을 윌리엄 셰익스피어도 했다. 프랑스 속담 그대로 “돈은 좋은 하인일 수도, 나쁜 주인일 수도 있다.” 마크 트웨인은 돈의 하인으로부터 시작하여 돈의 주인이 되었다. 끝까지 돈의 하인에서 벗어나지 못한 구두쇠들에게 그는 바보 같은 사람일지 모른다. 그러나 부처님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는 우리들에게 그는 정신으로써 돈의 힘을 이겨낸 위대한 인물이 아닐 수 없다.

김정빈 소설가 jeongbin22@hanmail.net

 

[1469호 / 2018년 12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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