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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살 청년 안드레의 거짓말

기자명 이재형
  • 데스크칼럼
  • 입력 2018.12.21 12:15
  • 수정 2018.12.24 11:16
  • 호수 1470
  • 댓글 29

사회주의변혁당 가입한 목사 아들
재가연대 뜬금없이 불자상 수여
거짓말은 불교·기독교 모두 비판
정치인 꿈꾼다면 ‘정직’이 기본

어부 안드레는 예수의 첫 번째 제자였다. 형제인 베드로에 가려 존재감이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신앙심은 매우 깊었다고 한다. 예수의 최측근으로 그리스에서 선교활동을 펼치다 십자가에 처형됐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기독교 수호성인이라는 안드레의 이름이 몇 해 전부터 불교계에 종종 등장한다. 안드레라는 학생이 2016년 불교종립 동국대의 제48대 총학생회장으로 출마해 당선되면서부터다. 자신이 목사 아들이자 개신교인임을 공개적으로 밝혔다는 안드레는 4년 전 동국대 총장 선출과정을 거치며 불교 인터넷 매체에 이름이 자주 오르내렸다. 당시 그가 핵심 멤버로 활동하는 ‘미래를 여는 동국추진위원회’(미동추)에는 노동자 총파업과 민중항쟁을 기반으로 한 사회주의 혁명을 목표로 하는 사회변혁노동자당에서 활동하던 이들이 여럿 포함됐다는 얘기들도 나왔었다.

불교와는 전혀 상관없이 살아갈 것 같았던 이들이 불교계에 깊숙이 개입한 것은 일부 불교단체가 미동추와 손잡고 조계종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나서면서부터다. 이어 안드레를 비롯한 미동추 회원들을 독실한 재가불자로 둔갑시킨 것은 참여불교재가연대였다. 지난해 말 재가연대가 미동추에 ‘올해의 불자상’을 수여한 것이다. 당시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병기 교원대 교수는 “미동추에 개신교인이 포함돼 있는 줄은 몰랐다”고 항변했고, 김형남 재가연대 공동대표는 “미동추에 기독교인이 포함돼 있더라도 그가 부처님 법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면 재가불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빈축을 샀다. 한때나마 재가불교를 대표했던 단체의 책임자가 할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얼떨결에 ‘불자상’까지 받았던 안드레가 지난 11월13일 동국대 만해광장 옆 10m 높이 조명탑에서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명분은 동국대 총장 직선제와 보광 스님 총장 연임 반대였다. 내심 보광 스님의 총장 임기가 끝나가지만 예전과 달리 조용한 학내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의도가 있었을 수 있다. 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 중에는 보광 스님이 입장을 표명한 뒤에 본격적인 선거활동에 나서겠다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안드레의 고공농성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일부 인터넷매체가 안드레의 일상을 생중계하다시피 보도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되레 10여명의 총장 후보들이 보광 스님의 거취와 관련 없이 각자 선거운동에 돌입하는 분위기였다. 지난 4년간 380억원의 부채를 갚는 등 빚에 허덕이던 고질적 경영구조를 개선하고 국내외 대학평가에서 역대 가장 높은 성적으로 끌어올린 보광 스님이었지만 안드레로 말미암아 더더욱 거취를 표명하기 어려웠다. 연임을 않겠다고 밝히면 마치 안드레 때문에 밀려나는 상황으로 오해받기 십상이었다.

이는 동국대 이사들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안드레는 이사들에게 현 총장 연임을 막아 자기를 살려달라는 문자까지 보냈다지만 별다른 호응이 없었다. 12월18일 이사회에서는 보광 스님의 ‘연임’이라는 단어조차 언급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사들은 일각의 매도에 가까운 비난을 받으면서도 지난 4년간 동국대의 기반을 다진 보광 스님에게 찬사의 박수를 보냈다. 이에 따라 안드레는 영락없이 총장 후보가 마감되는 1월 중순까지 철탑에서 내려갈 명분이 없어진 셈이다.

이때 안드레는 노회한 정치인 뺨치는 자신의 입장을 일부 매체를 통해 표명했다. “어제 이사회에서 한태식 총장의 연임 반대에 대한 입장이 표명됐다. 이사회에서조차 반대 입장이 나왔다는 것은 사실상 연임이 불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37일간의 고공농성을 마치고 내려왔다. 미동추도 기자회견을 열고 이러한 내용의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했다.

불교계에 줄곧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냈던 MBC야 그렇더라도 적지 않은 언론들이 안드레와 미동추의 입장을 그대로 보도했다. 설마 학생들이 거짓말을 하겠냐는 근거 없는 믿음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안드레와 미동추는 고공농성을 끝내려고 저열한 거짓말을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연임강행 혹은 연임포기 의사를 내비친 적 없는 보광 스님의 연임을 막은 것이 자신들의 끈질긴 투쟁의 결과인양 허세를 부렸다.

사실 안드레의 거짓말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 12월 미동추 소속 최장훈 대학원 총학생회장이 이사 전원이 사퇴하지 않으면 투신하겠다며 압박했을 때에도 총학생회장 당선자였던 안드레는 기자회견에 수갑을 들고 나와 최장훈의 손목을 묶어 투신을 막으려고 했지만 끝내 막지 못했다며 최장훈을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경영대·법과대·공과대 학생회는 최장훈이 애초 투신 목적이 없이 이사회 압박을 위해 숨어 있었고 안드레는 이 사실을 총학생운영위원회 카톡방에 공유했으면서도 대중들을 기만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진실만을 추구한다던 안드레 당선자가 학우들을 기만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년도 학생사회가 어떻게 흘러갈까 걱정이 들었다”고 지적한 후 “이러한 정치적 퍼포먼스를 주도한 미동추는 학칙을 넘어선 월권행위를 멈추고 해체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밖에 안드레는 총장 논문표절 의혹을 혹독히 비판했지만 함께 퇴진 운동을 벌이던 전 교수회장의 논문표절 의혹은 철저히 외면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는가 하면, 자신의 페이스북 라이브방송에서 스님의 속명을 부르며 “개소리” “광냉이 털리고 싶냐” 등 욕설에 대해 사과조차 않으면서 심각한 도덕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안드레가 다닌 동국대의 건학이념인 불교에서는 거짓말 하지 않는 것을 불자로서 지켜야할 기본적인 덕목으로 삼는다. 안드레와 그의 집안에서 믿는다는 기독교 성서에서도 ‘진실한 입술은 영원토록 굳게 서지만 거짓된 혀는 기껏해야 한순간이다’라고 경고하고 있다.

안드레가 사회변혁노동자당 정치노선처럼 자본주의를 철폐하고 사회주의를 이루기 위한 혁명가가 되고 싶은 건지 아니면 급진적인 정치인을 꿈꾸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안드레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거짓은 순간적인 난관을 모면하고 대중을 선동하는데 효율적일 수는 있어도 깊은 신뢰를 주거나 긴 생명력을 얻기는 어렵다. 28살의 젊은 안드레는 2000여 년 전 거짓과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위해 기꺼이 죽음을 선택했던 그 옛날의 안드레를 배워야할 때다. 그 시작은 진실을 말하는 데에 있다.

mitra@beopbo.com

 

[1470호 / 2018년 12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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