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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마음 안 부처가 아니다

기자명 이제열

아무리 불성이라도 절대화는 금물

마음은 안팎도 위대함도 없어
마음에 부처 있다는 건 위험해
마음의 무아성, 무자성 알아야

지난주에 혜해 선사의 ‘마음 안에서 도를 구하면 마귀’라는 법문을 소개했다. 이에 대해 많은 불자들과 수행인들이 혼란을 일으키는 것 같다. 부처나 법은 결코 마음을 떠나 존재하는 것이 아닌데 마음 안에서 구하지 않으면 어찌 하란 말이냐는 것이다.

그러나 ‘마음 안에서 도를 구하면 마귀’라는 말씀은 천하의 명법문이다. 많은 경전이나 선지식 법문에 ‘마음 밖에서 부처나 법을 구하지 말라’는 가르침은 있었어도 ‘마음 안에서도 부처나 법을 구하지 말라’는 충고는 없었다. 그렇다면 대체 부처와 법은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여기서 부처란 인격화된 성인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깨달음의 성품, 즉 불성(佛性)을 뜻하고, 법은 석가모니가 설한 교법이 아니라 깨달음에 의해 드러난 진리를 뜻한다. 혜해 선사는 이와 같은 부처와 법은 마음 밖에서도 마음 안에서도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심즉불(心卽佛)이요 심외무법(心外無法)이거늘 어째서 혜해 선사는 ‘마음 안에서 도를 구하지 말라’고 했을까? 알다시피 불교에서는 마음을 중시한다. 마음은 일체만법의 근원이며 생사해탈의 본원이다. 마음을 제하면 이 세상 어느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마음이라는 놈이 이러한 원리를 지니다 보니 사람들로 하여금 오해를 낳게 한다. 마음을 실체화시키고 절대시하는 것이다.

부처님은 몸과 더불어 마음에 온(蘊:skandha)이라는 글자를 붙여 사용하셨다. 여기서 온은 묶음, 다발이라는 의미로 마치 여러 개의 장작을 한 다발로 묶은 것처럼 마음도 하나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구성요소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마음 하나가 보기도 하고 듣기도 하고 화내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마음, 듣는 마음, 화내는 마음, 웃는 마음이 각각 다르고 이들이 발생하고 소멸하는 과정도 정해져 있지 않다. 근(根)과 경(境)에 의지 않고서는 어떠한 마음도 만들어질 수 없으며 한 찰나도 머무르지 못한다. 그러므로 마음이란 허깨비 같고 신기루 같고 물거품 같아서 마침내 그 안에서건 밖에서건 단 하나의 실다운 법을 얻을 수 없다.

마음은 온갖 법을 만들기도 하지만 반대로 온갖 법에 의해 만들어지는 성질을 지닌다. 이 때문에 마음은 무자성이며 무아이고 공이다. ‘원각경’에서 ‘끝내 마음을 얻을 수 없다’고 한 말씀도 이와 같은 이치에 의해서이다. 그렇다면 ‘마음이 곧 부처’라고 말하는 의미는 무엇인가? 이는 마음이 곧 무아이며 무자성이며 공으로 부처를 삼고, 법을 삼는다는 뜻이다.

마음은 안도 없고 밖도 없으며 위대할 것도 없고 뛰어날 것도 없다. 혹 그 마음이 미진 겁을 갈고 닦아 신묘한 경지에 이르렀다 해도 그 허깨비 같은 성품을 여의지 못한다. 더구나 중생의 마음은 현란하기 그지없는 무명 망상의 덩어리인지라 잘못하면 홀리기 십상이다. 자칫 마음 안에 실다운 무언가가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지닌 채 수행했다가는 혜해 선사의 말씀대로 마귀가 되고 만다. 실제로 교계에는 마음 안에 제 부처가 있다고 여기고 그로부터 답을 구하는 수행단체가 있다. 참으로 위험천만하다. 그들은 마음의 무아성, 무자성, 공성을 불성인 줄 모르고 마음 안에 자신의 근본, 자신의 뿌리, 자신의 주인이 들어 있다고 철썩 같이 믿는다. 그리고 그 놈이 일체 만법근원이며 불성이고 부처라고 의지한다.

현재 일어나는 그 마음이 그대로 무아이고 무자성이고 공임을 안다면 마음 안에서도 밖에서도 따로 도를 찾을 필요가 없다. 마음이 곧 부처이지 마음 안의 부처[心內佛]가 아닌 것이다. 불교는 인간 마음 밖에 존재하는 외재신(外在神)도 인정하지 않지만 인간 마음 안에 존재하는 내재신(內在神)도 인정하지 않는다. 불성이나 부처를 신격화·절대화 시키지 말아야한다. 마음은 부처의 속성을 지니지만 마귀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안이건 밖이건 얻으려는 마음부터 쉬어야한다.

이제열 법림선원 지도법사 yoomalee@hanmail.net

 

[1470호 / 2018년 12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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