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 연재를 마치며
93. 연재를 마치며
  • 황순일 교수
  • 승인 2018.12.24 15:49
  • 호수 14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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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타카, 불교적 삶의 태도 핵심적으로 보여주는 것

동아시아서 성행했던 자타카
국내서 사라진 건 진한 아쉬움
자타카, 부처님 전생이야기로
불교 인간적·감성적 특정 담아
태국 방콕의 불교사원에서 한쪽 면을 장식한 다양하고 화려한 자타카들.
태국 방콕의 불교사원에서 한쪽 면을 장식한 다양하고 화려한 자타카들.

자타카는 동아시아 불교권에서 ‘본생담’으로 알려져 있으며 불교의 핵심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문학작품으로 받아들여졌다. 기본적으로 자타카는 교리적인 측면보다 설화적인 측면이 강했고 과거 부처님의 모습은 전설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부처님께서 전생에 동물을 포함한 다양한 모습을 했다는 것은 윤회를 기본적인 세계관으로 받아들이는 인도에서 큰 문제가 없었지만 윤회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동아시아에서는 조금은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한국의 경우 고려 시대 몇몇 예외적인 부조를 제외하고 불교 사원을 장식하고 신도들에게 종교적인 영감을 부여하는 것으로써 자타카의 역할은 거의 사라졌다. 한국불교는 고려 중기 및 조선 초기부터 교학보다는 수행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나갔으며 다양한 선불교의 수행방식 중에서 간화선이라는 한 방향으로 집중했다. 이 속에서 선불교와 연관이 없는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들은 한국의 사찰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되었고, 심우도와 같은 선불교 수행과 관련된 벽화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던 것이다.

비록 자타카가 오랫동안 한국 불교계의 관심 밖에 있었지만, 자타카는 우리들에게 부처님이 어떤 분이었던가를 이야기로써 보여주고 있다. 부처님은 전생에 동물로서 재가자로서 나타나며 항상 스스로의 한계를 초월하는 자기희생을 통해 수없이 많은 공덕을 쌓고 있다. 또한, 부처님은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지혜와 그 누구도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덕행을 몸소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전생의 부처님은 아직까지 완전한 깨달음을 얻은 존재가 아니다. 따라서 부처님은 인간으로서 고뇌하고 반성하며 때로는 실패하면서도 결코 낙담하지 않고 당당하게 삶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재가불자들에게 불교적인 삶의 태도가 어떤 것인가를 자타카의 부처님이 직접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사회에서 불교는 교리적이고 철학적이며 수행적인 측면으로 다가온다. 수많은 불자들은 4성제 8정도 12연기를 불교 공부의 출발점으로 하고 있으며 점차적으로 무아, 유식, 공, 선 등으로 앎을 확대하고 있다. 이와 같이 지적인 측면에서 불교에 접근하는 것에는 많은 장점들이 있지만, 종교로서 불교가 가지고 있는 감성적인 측면을 쉽게 지나쳐버릴 수 있다. 자타카는 과거 부처님의 다양한 삶을 통해서 우리들을 자연스럽게 불교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자타카는 복잡한 교리나 난해한 철학적 개념을 앞세우기보다는 흥미진진한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를 통해서 부처님의 인간적인 측면을 드러낸다. 이는 정서적으로 메마른 현대인들에게 종교적인 영감을 부여하며, 부처님의 삶의 행적을 스스로의 삶의 이정표로 삼도록 만들 수 있다.

현재 한국불교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는 청소년 포교이다. 이제 막 인생의 출발점을 내딛는 청소년들에게 앞으로 너희들이 살아갈 세계는 괴로움(苦)으로 가득 차 있다고 불교를 설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고대 인도에서 그리고 현대 동남아시아에서 수많은 청소년들은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를 통해서 불교를 만난다. 이들은 항상 스스로를 먼저 희생하고 충만한 지혜와 아름다운 덕행으로 모든 생류들을 위하는 부처님의 모습에서 종교적인 감성을 느끼며 불교인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많은 한국의 불자들이 흥미진진한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를 읽으면서 불교의 인간적이고 감성적인 측면을 느꼈으면 한다.

황순일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sihwang@dgu.edu

 

[1470호 / 2018년 12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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