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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수행 김정연-상

기자명 법보

일주일 중 특별한 목요일 만나
불교대학 공부하며 신심 증장
유산 아픔 참회 108배로 위로
아상 내려놓는 길 알려준 절

53, 선진심

누군가에게 목요일은 한 주의 마감으로 바쁜 날일 수 있다.

적어도 내게 목요일은, 행복한 요일이다. 바쁜 직장생활에도 목요일만큼은 불교대학으로 공부하러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기초반이 끝나고 경전반에 등록할 때만 해도 남편은 직장일도 바쁘고 힘든데 공부까지 한다고 싫어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지금은 목요일 오전이 되면 지각하겠다며 먼저 전화해주고, 힘들어서 빠지고 싶다고 넋두리를 할 때면 오히려 독려해주는 남편이 요즘은 너무 고마울 뿐이다.

내가 불교대학에 다닌 후부터 우리 부부의 신심은 더욱 깊어졌다.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주말마다 산사순례도 다니게 되었다. 산사에서 좋은 공기도 마시고 멋진 풍경도 구경하고 부처님께 삼배도 드리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달라이라마 존자의 일본법회에 다녀왔다. 일본으로 떠난 법문 여행은 가슴 속 뜨거운 감동이 되었다.

나날이 남편의 신심이 깊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느낀다. 그동안 나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불교대학에서 공부하며 듣게 되는 스님의 말씀이 나를 변할 수 있게 만들었고 우리 가정에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공부하기 전에는 매사 만족스럽지 않고 집착과 불만이 많았다. 하지만 불교대학에 다니면서 스님의 말씀대로 모든 집착을 내려놓는 연습이 몸에 익어가는 것 같다. “행복의 결정은 내가 한다. 내가 행복하다 하면 행복이고 불행하다 하면 불행하다.” 이 말씀을 가슴에 깊이 새기며, 나의 마음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는 것을 조금씩 깨달으면서 남편과 두 딸들을 대하다 보니 감사한 일만 생기고 행복의 연속이 되는 것 같다.

아무튼 그래서 내게 있어 목요일은 특별하다. 목요일마다 절에 가서 부처님께 삼배 올리고 청법가와 보현행원 찬불가를 부를 때 종종 환희심으로 눈물이 날 때가 있다. 수업 도중 스님의 말씀을 듣다가 울컥 눈물이 쏟아지기도 한다. 스님 말씀에 따라 공부를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진정한 참 나를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 복습을 하고 혼자 공부하는 것도 일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나에게 무한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졸업 없이 평생 불교대학 학생이 되어 공부를 할 수 있기를 발원한다. 단 직장일로 바쁜 탓에 사찰에서 봉사를 못하는 것이 항상 미안함으로 남는다. 인연이 닿으면 꼭 봉사도 하고 공부도 하리라 다짐해본다. 이렇듯 불교대학을 통해 불교공부의 행복을 만났다면, 수행은 다른 길을 펼쳐보여준 귀한 인연이다. 특히 절수행은 경전이나 불서의 글로만 접하던 ‘아상을 내려놓는 참 불자의 길’을 발견할 수 있게 해주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젊은 시절부터 가사장삼만 봐도 좋았다. 결혼 후 이생에는 남편과 자식이 있으니 출가는 못했지만 이번 생에서 열심히 수행해 다음 생에는 출가 인연을 만나고 싶다는 발원도 갖고 있다. 그렇게 막연히 좋게 생각만 하던 불교라는 종교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을 갖고 공부하게 된 인연은 절수행이라는 계기가 있었음이 분명했다. 18년 전 한참 직장이 잘 운영될 때였다. 직장생활에 쫓기며 하루하루 빠듯하게 살아가기를 반복하던 시기, 임신 4개월 째 결국 유산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태아를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이 컸던 나는 태아 영가를 위한 기도로 108배 참회기도를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는 오후에 출근을 했기에 매일 오전 사시예불 시간에 맞춰 절을 찾았다. 절에 가지 못하는 날에는 BTN 사시예불을 틀어놓고 집에서 예불을 올렸다. 그리고 예불 뒤에는 꼭 108배 참회 절수행을 했다. 매일매일 이어가는 절수행의 감사함 그리고 내려놓음의 가치를 당시 조금이나마 경험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다시 절수행을 만났다. 인연은 2년 전인 2016년 연말, 사찰에서 매년 12월31일 송년법회에서 1000배 정진을 하는 법석이 마련된다는 사실을 듣고 무조건 동참하리라 결심을 세웠다. 때마침 집을 방문한 친지들과 남편도 함께 동참을 했다.


[1470호 / 2018년 12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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