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등은 자에 아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

일제의 잔혹한 식민통치에 저항하며 침탈당한 주권을 회복하기 위해 온 국민이 봉기한 3·1운동이 올해로 100주년을 맞는다. 정부와 종교계는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그 의미를 재조명하고 조국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선조들의 애국심을 선양하기 위한 기념행사들을 잇따라 개최한다.

1919년 3월1일 서울 탑골공원을 중심으로 시작된 3·1운동은 근대 민족의식 성장의 기폭제이자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의 발판이 되는 등 한국사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전국적으로 200만여명이 동참해 외세의 국권침탈에 항거한 비폭력저항운동이었다는 점에서 세계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사건으로 평가된다. 

3·1운동은 불교를 비롯해 천도교, 기독교 등 종교계가 주도했다. 불교계는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용성‧만해 스님이 이름을 올렸으며, 중앙학림과 지방학림에서 수학하던 학인스님들이 본말사의 전국 조직망을 활용해 ‘독립선언서’를 배포하는 등 3·1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3·1운동 당시에도 범어사, 봉선사, 해인사, 통도사, 표충사, 동화사, 도리사, 김용사, 대흥사, 송광사 등 전국 16곳의 사찰에서 대규모 만세시위에 참여했다. 3·1운동 이후에는 김법린, 신상완, 백성욱, 김상헌, 정병헌, 김대용, 오택언, 김봉신, 박민오 등 만해 스님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불교청년들이 주도적으로 항일운동을 이끌었다. 그렇기에 불교계에서 3·1운동 100주년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불교계는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범종단 차원에서 다양한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매년 범어사를 중심으로 3·1운동 기념법회를 봉행해 온 부산불교연합회는 3월1일 오전 10시 부산지역 1700여개 사찰에서 일제히 범종을 울리는 타종식을 거행한다. 33번의 범종을 치는 것은 민족대표 33인의 뜻을 기리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어 각 사찰별로 기념법회를 진행해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순국선열을 추모할 예정이다. 부산종교지도자협의회는 이날 기념법회에 이어 여여선원에서 3·1운동 만세시위를 재연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조계종을 비롯해 29개 종단이 가입돼 있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3월1일 오전 3·1운동 100주년 기념법회를 공동으로 봉행한다. 불교계 독립운동가에 대한 추모와 불교인 단합 및 3·1운동의 의미를 기리기 위한 기념법회는 각 종단 대표와 신도 등 10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다만 정부차원에서도 종교계 대표들이 참석하는 3·1운동 100주년 기념식을 계획하고 있어 이를 병행할지 여부를 두고 정부 측과 협의를 진행한 뒤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종단협은 또 불교계 3·1운동을 조명하는 학술세미나도 진행한다. 불교학술단체와 연계해 불교계 3·1운동의 전개와 성과, 향후 과제를 조명하는 학술세미나는 2월 중순 경 열릴 예정이다.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2월27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학술세미나를 개최한다. 3·1운동 당시 불교계의 지대한 역할에도 불구하고 전문 연구자 부족과 사료발굴 미흡으로 불교계의 항일운동사에 대한 조명이 다른 종교에 비해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2017년부터 불교계 항일운동을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진행해 온 불교사회연구소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불교계 3·1운동의 성과와 의미를 집중 조명하는 학술세미나를 준비했다. 학술세미나에서는 ‘불교, 3·1운동의 이념’(김순석) ‘불교, 3·1운동 정신의 계승’(김경집) ‘해인사의 3·1운동’(최화정) ‘김룡사의 3·1운동’(한상길) ‘통도사의 민족교육과 폐교 사건’(김광식) ‘미 연구된 불교독립운동’(이경순) 주제의 논문이 발표된다. 

지난해 국무총리실 산하에 3·1운동 및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설치한 정부도 3월1일 대규모 행사를 준비했다. 이날 오전 기념식에 이어 오후에는 종교계 등 민간단체들과 공동으로 범국민대회를 개최한다. 특히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는 불교(평화재단), 천도교, 기독교계 등과 함께 기념사업을 준비, 2월24일~3월1일 3·1운동 100주년 기념 주간으로 설정하고 공동 기념사업을 진행한다. 2월24일 천도교, 25~26일 기독교, 27일 불교주관 행사를 연다. 2월27일 불교주관으로 진행되는 기념행사는 조계종의 후원으로 평화재단이 주관한다. 평화재단은 용성‧만해선양사업회 등과 공동으로 용성 스님과 만해 스님의 삶과 사상을 조명하는 심포지엄을 계획하고 있다. 또 법보신문 자회사인 모과나무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항일운동에 앞장 선 민족대표이자 한국불교의 근대화를 이끈 용성 스님의 삶과 사상을 조명한 평전을 발간하고 봉정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종교계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사업도 준비된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2월 중 세계종교지도자를 초청, 3·1운동이 활발히 전개된 주요 지역을 순례하고 임진각이나 도로산역에서 남북평화통일을 염원하는 평화기도회를 가질 예정이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471호 / 2019년 1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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