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불교 변화 원동력 기도 올바로 세우자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19.01.02 17:09
  • 호수 1471
  • 댓글 1

수행 관통하는 키워드는 기도지만
기도 방법·연구논문 극소수에 불과
기도, 수행 한 축으로 떳떳이 세워야

조계종을 대표하는 수행법은 단연 간화선이다. 하안거 동안거 결제 때마다 전국 100여 선원에서 2000여명의 수좌들이 좌복에 앉는다. 사중 업무를 처리해야하기에 부득이 입방하지 못한 스님들까지 더하면 간화선 수행승을 기록한 막대그래프는 2000보다 훨씬 높은 곳을 가리킬 것이다. 그렇다 해도 간과할 수 없는 건 조계종 승려 1만3000여명이 모두 화두를 드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조계종을 떠받치는 수행법이 하나 더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간경·사경수행을 들 수 있고, 염불 수행도 꼽을 수 있다. 절과 진언 다라니 수행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이중 간화선과 대등한 선상에 놓을만한 수행법 하나만을 꼽으라면 난처하다. 늘 우리 곁에서 보고 행한 수행법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수행법들을 하나로 관통할 수 있는 키워드가 있다. 기도다. 너무나 우리 가까이 있어 보지 못한, 누구나 쉽게 하고 있다고 생각해 미처 인식하지 못한 수행법이다.

누군가는 ‘모든 수행·의식 속에 녹아든 기도’이기에 수행법이 아니라고 할런지도 모를 일이다. 조계종출판사는 ‘절 수행 입문’ ‘간경 수행 입문’ ‘염불 수행 입문’ ‘진언 다라니 수행 입문’ 등의 수행서들을 펴냈지만 ‘기도(수행) 입문’이라는 책은 선보이지 않았다. 조계종출판사의 문제가 아니다. 기도를 향한 관심부족 내지는 폄하인식이 빚은 결과라 할 수 있다. 기도수행에 대한 원리·방법을 담은 서적도 광덕 스님이 지은 ‘행복을 창조하는 기도’(불광출판사) 등 몇권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 기도를 논한다면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불보살의 가피를 통해 복을 빌고 재앙을 소멸시키려는 기도가 있었다는 사실을 ‘삼국유사’를 통해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라에서는 불교를 수용하기도 전에 묵호자가 기도를 올려 공주의 병을 치료했다. 의상 대사도 낙산사에서 기도하며 관세음보살을 친견했다고 전해진다. 소수림왕이 불교를 수용했던 이유는 ‘국가를 이롭게 하고 백성에게 복이 된다’고 보았던 데 있었다. 광개토왕이 백성들을 향해 부처님과 복을 구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는데 이 역시 기도를 권한 것의 다름 아니다.

그 기도는 고려와 조선을 넘어 과학의 시대를 사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절에 처음 가서 접하는 것이 기도다. 수행이라고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르침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도 전에 지켜야 할 계율적 규제 하나 올곧이 서 있지 못하다. 사찰과 스님의 견처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다. 마음챙김을 바탕으로 한 인지치료(MBCT) 등이 발전해 다양한 명상심리 치료 프로그램이 개발되는 현 시점에도 기도치유 프로그램은 찾아볼 수 없다. 이는 기도에 대한 학술적 성과가 축적돼 있지 않은 결과이기도 하다. 2018년 12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등재 학술지에 발표된 기도 관련 논문은 2400여건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절대 다수가 기독교 유관 논문들이다. 불교 논문은 ‘있다’고 표현하기도 어려울 만큼 극소수다. 기도를 ‘타력 신앙’이라고 치부한 결과다.

이제 기도를 다시금 양지로 이끌어내야 한다. 신비로움을 내세운 방편적 포교라는 굴레를 우리 스스로 거둬들여야 한다. 기도 중에 일어나는 현상들을 두려워할 이유가 있는가? 오히려 그 현상들을 교학과 과학의 눈으로 조목조목 분석하고 가름해 수행체계로 확립해야 한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심리치유 과정도 파악해 내야 한다. 위파사나, 지관법, 간화선도 그 선상에서 출발했다.

불교적 가치를 올곧이 담아 수행의 한 축으로 떳떳하게 세워야 한다. 조계종과 동국대, 유수 사찰들이 전문가를 발굴해 기도 교학의 토대를 다져가야 할 때다. 한국불교를 변화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신심임을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1471호 / 2019년 1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