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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마음과 행동의 근본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순조롭지 않고, 말이 순조롭지 않으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결국 백성이 손발을 둘 곳이 없게 된다.”

이 말은 공자가 이름을 바로잡아야 할[正名] 필요성을 이야기하면서 한 말이다. 요즈음 여당을 중심으로 하여 혐오와 차별 표현 증가 방지를 위한 조치들이 강구되는 모습을 보면서 새삼 공자의 말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단순히 그런 좁은 차원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자리 잡고 있는 이름과 말이 바르게 쓰이지 않고 있는 현상에 대하여 심각한 반성을 하게 된다.

인간의 사유라는 것은 실상 알고 보면 말의 연결이라고 할 수 있다. 생각하는 동물, 그 인간의 특성은 바로 말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말이 바르지 않으면 생각이 바르게 될 수 없다. 말이 아름답지 않으면 생각이 아름다울 수 없다. 말이 선하지 않으면 생각이 선할 수 없다. 그리고 생각이란 바로 마음의 핵심적인 역할이다. 맹자가 “마음이 맡은 작용은 바로 생각이다”고 한 것은 바로 이를 강조하는 말이다. 결국 생각이 바르지 않다는 것은 곧 마음이 바르지 않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불교에서 가장 빈번하게 쓰는 말이 바로 “모든 것은 마음이 짓는다”[一切唯心造]인데, 그 보이지 않는 마음을 드러내는 것은 말일 따름이다. 그러니 말이 바르지 않다는 것은 마음이 바르지 않다는 것이요, 결국 세상이 바르지 않게 되는 것이다. 부처님 말씀이나 공자 말씀이나 모든 일의 가장 중요한 뿌리가 말이라는 것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 사회는 정말 그토록 중요한 말에 대하여 이토록 무심할 수가 있는가를 탄식할 정도로 말살이를 황폐화시키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늘 접하는 중요한 안내문이나 표지판을 보라. “…하시오!”하는 표현이 난무하고 있지 않은가? 그토록 딱딱한 명령투의 말을 일상적으로 보게 되면 자연 마음도 그렇게 딱딱한 자세로 변해버리지 않겠는가? 타인을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는 마음을 만들지 않겠는가? ‘입욕시 주의사항’이라는 말을 “탕에 들어가실 때는”이라고 부드러운 표현으로 시작한다면 그것을 읽는 마음들도 그만큼 부드러워지지 않겠는가? 그렇게 우리 주변의 말살이에 관심을 기울여 아름답고 바르게 고쳐나가는 것이 바로 우리 마음을 아름답고 바르게 만들어 나가는 과정 아닐까? 어떤 지역이라도 시범적으로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안내문이나 표지판을 모두 아름답고 바르게 고쳐나가는 운동을 시작하고, 그것을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 국민의 마음을 아름답게 하고 바르게 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주장을 하면 정말 무슨 실효성도 없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하느냐는 비웃음이 돌아오기 십상일 것이다. 공자의 제자인 자로도 공자가 이름을 바로잡는 것의 중요성을 말했을 때 “선생님은 정말 너무 현실과 거리가 먼 생각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고 할 정도였으니, 오늘의 현실에서 이런 반응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겠다.

그렇지만 아무리 부정해도 말이 근본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며, 그것을 바르게 하지 않고서는 마음이 바를 수 없고 또 세상이 바르게 될 수 없다는 것도 틀림없다. 바르지 않은 마음은 바르지 않은 말을 내고, 바르지 않은 말은 다시 바르지 않은 마음을 만든다. 이렇게 계속 악순환의 증폭이 일어나면 결국 우리 국민이 ‘손발을 둘 곳이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다. 여당에서 문제로 제기하고 있는 ‘혐오와 차별 표현’은 이러한 악순환의 증폭이 극에 이르러 나온 가장 말단적인 현상인 것이다. 가장 피폐하게 된 마음의 특질은 바로 ‘양극화’로 치닫는 마음이며, 그 마음의 현상이 바로 ‘혐오와 차별 표현’이다. 그리고 그것이 다시 양극화를 부추긴다. 여당이 이 문제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은 매우 다행이다. 그렇지만 그 현상의 뿌리에 놓여있는 양극화의 문제를 바로 보기를 바라며, 또한 우리의 황폐화된 말살이의 환경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으로 나가기를 촉구한다.

성태용 건국대 명예교수 tysung@hanmail.net

 

[1472호 / 2019년 1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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