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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비로자나불상인가?

기자명 이숙희

진리 자체를 상징하는 법신 부처

통일신라 후기 때 크게 유행
옛 비로자나불 150여구 남아
신앙과 역사 등 가치 알릴 것

해인사 법보전 목조비로자나불(883년).
해인사 법보전 목조비로자나불(883년).

불상은 원래 석가모니를 조형화한 것이다. 남방불교에서는 오직 석가상에만 제한되었으나 대승불교시대에는 진리를 관(觀)하여 깨달음을 얻은 존재를 모두 의미하였기 때문에 많은 불상들이 나오게 되었다.

석가불, 아미타불, 약사불, 미륵불, 비로자나불을 비롯해 관음, 대세지, 문수, 보현, 지장보살 등 모든 불·보살상이 대승불교 교리와 흥기로부터 성립된 것이다. 불상마다 의미가 다르고 그 역할에 차이가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으뜸은 불교의 진리를 상징하는 법신불인 비로자나불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비로자나불상이란 불교에서 어떤 존재였을까? 비로자나불 연원은 분명하지 않지만 광명신 또는 태양신의 성격이 강하여 인도 고대신화의 대표적 신인 아수라(Asura)에서 유래된 것으로 본다. 따라서 비로자나불은 ‘온 세계의 모든 것을 두루 비추어 어둠을 없애주고 그 광명은 항상 빛나고 생멸하지 않아 세상 모든 것을 밝게 해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로자나불은 여러 경전에 주불로 등장하지만 그 의미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5세기에 한역된 ‘잡아함경’권22에 태양을 의미하는 신으로 처음 등장한 이래 ‘화엄경’에 이르러 보편적, 무제한적인 시방편만불(十方遍滿佛)의 개념을 가진 법신불로서의 성격을 갖게 되었다. 즉 비로자나불은 대승경전인 ‘화엄경’의 법신불에서 발전한 개념으로 역사적인 존재가 아니고 불교 진리 그 자체를 상징하는 법신으로서의 부처를 말한다.

비로자나불상은 그 연원을 인도와 중국에 두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8세기 중엽에 출현하기 시작하여 9세기 중엽인 통일신라 후기에 크게 유행하였다. 이후 고려, 조선시대에도 대형의 비로자나불상과 삼존불 또는 삼신불 형식의 비로자나불상이 조성되면서 이어졌다.

현재 남아 있는 비로자나불상은 약 150여점에 이르는데 시대에 따라 다른 모습을 하면서 많은 얘기를 전하고 있다. 완전한 형태를 갖춘 비로자나불상에서부터 목이 잘려 불신만 남아 있거나 팔, 다리가 훼손된 비로자나불상, 심지어 형체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불상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또한 국보, 보물 등 문화재로 지정된 비로자나불상뿐 아니라 잘 알려져 있지 않거나 절터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비로자나불상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모든 불상은 그 시대를 상징하는 이미지와 종교적 이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불상으로부터 깊은 종교적 신앙심과 역사적 상상력, 예술적 감동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의미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불상은 그저 커다란 돌덩어리에 불과하며 아무런 감동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앞으로 1년간 전국에 산재해 있는 비로자나불상을 소개하여 널리 알리고자 한다. 그동안 불상의 명문이나 복장물에 의해 조성연대를 알 수 있거나 기존에 알려져 있는 비로자나불상들은 물론이고 원소재지를 알 수 없거나 새로 발견된 비로자나불상들까지도 가능하다면 그 존재가치를 알리고 싶다.

많은 불상 가운데 비로자나불상만 따로 모아 알리는 일은 불교조각을 공부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또 다른 의구심을 풀어주는 실마리가 되리라 생각한다.

이숙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shlee1423@naver.com

 

[1472호 / 2019년 1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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