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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계체론

기자명 법장 스님

불교적 판단·대처에 보호막 역할하는 계의 기능

율장계체는 색법계체로 불려
바라이죄 등 중죄 범하면 소멸
보살계의 계체는 심법계체로
발심이 중요, 마음 없으면 부재

불교에 관심을 갖고 절을 다니다 보면 수계식에 참가하여 계와 법명을 받게 된다. 수계식에 참가하는 것은 불교의 구성원인 사부대중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전까지는 간절함을 갖고 기도를 하거나 의지처로써 절을 찾았다면, 계를 받고 승가의 구성원이 되면 계율을 지키며 정식 불교인으로써 책임감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

그러나 계를 받는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막연한 경우가 있다. 계율의 내용을 잘 지키며 생활하는 것에 대한 이해는 문제되지 않으나, 계를 받는다는 것이 다소 생소한 개념이다. 계를 받는다는 것은 경전이나 계첩(戒牒)을 받는 것과는 다소 다른 개념이다. 그리고 계를 받겠다는 마음이 생겨서[發心] 수계식에 참석해 계를 받고[受戒] 그것을 잘 지니고 지키는 생활[受持]을 하는 일련의 과정에 있어서 율장과 보살계에 차이가 존재한다.

계를 받아 지닌다는 것은, 계라는 보호막을 자신에서 씌우는 것과 같다. 어떤 행동을 하거나 상황에 처했을 때 불교적인 판단을 하여 그것에 대처하는 것이다. 이러한 보호막 역할을 하는 계의 기능을 ‘계체(戒體)’라고 부른다. 이 계체에는 크게 2종류가 있다. 우선, 율장의 계체는 ‘색법(色法)계체’라고 하여 물질적인 형태로 존재한다. 불교에서는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형태로 존재하는 물질을 ‘색(色, rūpa)’이라고 하는데, ‘반야심경’에서 ‘색즉시공’의 ‘색’도 이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 색법계체는 수계식에서 계율을 지키겠다고 서약할 때 우리 몸에 씌워진다. 그러나 물질로 설정되어 있기에 바라이죄 등의 중죄를 범하거나 출가자의 신분을 버리면 사라져 버린다.

율장과 달리 보살계의 계체는 그 토대를 달리한다. 특히 ‘범망경’은 ‘범망경노사나불설보살심지계품제십’이라는 본래의 경명과 같이 마음에서 생겨나는 ‘심법(心法)계체’이다. 이 심법계체는 대승불교의 핵심사상인 불성론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모든 중생이 부처님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인 불성을 지니고 있으나, 그것을 모르거나 의심하여 깨달음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발심해서 불교에 입문하여 수행하면 점차 불성이 밝아지고 자신도 깨달을 수 있다는 신심을 갖게 된다.

심법계체도 이처럼 본래부터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이나, 그 존재를 인식하지 못해서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발심하여 수계를 받으면 불성과 함께 마음속에서 나와 불교인으로써 수행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보호막 역할을 해준다. 그리고 마음을 토대로 하기에 모든 사람들이 본래부터 지니고 있고[一切衆生悉有佛性], 마음은 영원하기에 한 번 수계하면 깨달음에 이를 때까지 사라지지 않는다[一得永不失].

이러한 심법계체이지만, 그것에 대한 마음이 없으면 영원히 나타나지 않는다. 즉 색법계체와 달리 심법계체는 발심을 더욱 중시한다. 그 발심이란 대승불교의 수행자로써 나와 남을 함께 이롭게 한다는 자리이타의 마음인 것이다. 이것을 발보리심이라 하며, 수계자는 철저히 자신을 희생하고 타인에게 자신의 공덕을 나눠주는 회향을 실천해야 한다. 지금의 자원봉사와 기부(보시)야말로 바로 이 보살계의 실천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실천행 속에서 생겨날 수 있는 계율에 어긋나는 상황을 심법계체는 물질이 아닌 마음을 토대로 하기에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가능성인 ‘지범개차(持犯開遮)’를 지니고 있다. 계율을 철저히 지키는 것도 수행자로써 중요한 덕목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상대를 위해 계율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때에 계율을 어기며 타인을 도와주는 것을 파계행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참된 계율의 실천으로 보는 것이 지범개차이다. 그러나 지범개차는 반드시 계율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갖고 행동해야 하는 것으로, 자칫하면 파계행이 되거나 사회로부터 큰 질타를 받을 수 있다. 그러기에 앞으로 현대사회에서 보살계를 어떻게 실천하고 활용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472호 / 2019년 1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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