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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의현 총무원장과 노태우의 끈끈한 인연

기자명 이병두

국민 아닌 정권만 바라본 총무원장

국민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두환 4·13조치에 환영 성명
대선 당시엔 노태우 지지법회

노태우 후보를 반갑게 맞이하는 의현 조계종 총무원장.
노태우 후보를 반갑게 맞이하는 의현 조계종 총무원장.

1987년 1월14일 발생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이후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는 시위가 전국에서 이어졌다. 그러나 4월13일 대통령 전두환은 국민의 바람과 완전히 어긋나게 “여야 합의 개헌 전망이 절망적이라 임기 중에 개헌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면서 “평화적 정부이양과 서울올림픽이라는 양대 국가대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개헌논의를 지양”하라고 요구하였다.

4월13일 대한변호사회를 시작으로 야당과 종교계‧학계‧문화계를 비롯한 각계각층에서 이 ‘4‧13호헌조치(4‧13조치)’를 반대하는 성명이 이어졌고, 전국 대학에서는 이 조치를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가 끊이지 않았으며, 날이 갈수록 종교인‧정치인과 재야단체 회원들 중에 단식농성을 펼치는 사람이 늘어갔다.

그러나 전두환이 4‧13조치를 내놓던 날,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 의현 스님(이하 ‘의현’)은 국민 정서와 사회 분위기를 외면한 채 “조계종은 4‧13호헌 조치를 고뇌에 찬 충정의 구국(救國)의지로 지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였다. 물론 곧바로 이에 대한 반발이 이어져 4월16일 젊은 스님 500여 명이 서울 개운사에서 4‧13조치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고 가두시위에 나섰다가 경찰에 저지당하였고, 5월16일에는 조계종 스님 746명이 성명서 ‘민주화를 위한 우리의 견해’를 발표하여 ‘4‧13조치 철회’와 ‘민주개헌’을 촉구하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전두환은 정권 연장 계획을 강행하여 노태우를 민정당 후보로 선출하였고, 노태우가 ‘6‧29선언’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를 수용하여 개헌이 이루어졌다. 이렇게 해서 1971년 4월 이래 만 16년을 훌쩍 넘겨서야 국민이 대통령을 직접 뽑는 선거가 실시되었고, 각 후보들은 표를 구하러 곳곳을 찾아다녔다.

이 사진은 당시 조계사를 찾아온 노태우 민정당 후보를 의현이 반갑게 맞이해 포옹하는 장면이다. 국민들의 눈에는 종교지도자를 찾아온 대통령 후보를 맞이하는 의례적인 인사라기보다는 오랜만에 만난 ‘아주 가까운 친구’ 사이에서 벌어지는 정겨운 모습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런데 의현의 노태우에 대한 지지와 애정 표현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12월16일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전국 본말사에 “불교를 이해하는 분이 국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호국불교의 전통을 계승하자”며 “12월1~15일 사이에 ‘국가 안정과 불교진흥을 위한 기원법회’를 봉행하라”고 촉구하며 노골적으로 노태우 지지를 요구하였다.

통합종단 조계종 출범 이후 처음으로 재임에 성공했던 의현이 그 뒤 종도들의 정서와 종헌 질서를 어기고 무리하게 3선을 추진하려다 1994년 봄에 총무원장에서 쫓겨나고 멸빈(滅擯)까지 당하게 된 단초(端初)가 1987년부터 이미 보였던 것인데, 그 뒤로 7년을 더 버텼으니 그의 정치 수완이 뛰어났던 것은 분명한가 보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472호 / 2019년 1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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