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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구술사 진행…출·재가자 500여명 인터뷰

  • 교학
  • 입력 2019.01.11 10:07
  • 수정 2019.01.12 19:06
  • 호수 1474
  • 댓글 2

불교구술사 연구 개척 김광식 동국대 특임교수

김광식 동국대 특임교수가 2006년 9월 공주 갑사의 정영 스님을 만나 동산 스님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김광식 교수 제공
김광식 동국대 특임교수가 2006년 9월 공주 갑사의 정영 스님을 만나 동산 스님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김광식 교수 제공

근현대불교연구 권위자이자 불교구술사 개척자인 김광식 동국대 특임교수가 최근 ‘고승 연구와 불교 구술사’(전자불전 제20집)를 통해 자신이 20년간 진행해왔던 구술사 작업에 대한 정리를 비롯해 불교구술사 현황, 문제점, 모순 해소 방법, 전망 등을 제시했다. 또 불교사 연구 자료 문제를 타개할 수 있는 대안으로 구술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이를 위해선 불교 구술사연구소, 학회, 포럼 등 필요성을 역설했다.

구술사(oral history)는 개인이 기억하는 과거사건과 행위, 그에 대한 해석을 면접과 육성구술을 통해 기록화 하는 사료수집방법이다. 주로 문서기록에만 의존하던 전통적인 역사사료의 범위를 일반 대중의 기억으로 전면 확대시킨 역사학 방법론이기도 하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구술사가 학계에서 크게 주목받으면서 이에 대한 괄목할 만한 성과들이 다수 선보였다.

한국역사학연구회가 일제강점기와 해방공간에서 활동했던 장기수들의 구술을 토대로 편찬한 현대사증언록 ‘끝나지 않은 여정’(1996), 서울시립대 서울학연구소가 개인생애사와 마을 단위의 역사를 접목시킨 ‘주민생애사를 통해 본 20세기 서울현대사’(2000),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기억으로 다시 쓰는 역사-강제로 끌려간 조선인 군위안부들(2001)’ 등이 그것이다.

불교계에도 구술사의 필요성이 점점 더 요구됐다. 당시 불교계에서는 근현대불교사 정립을 위해 다각적인 자료 수집을 전개했고 구술과 증언에도 주목하게 됐던 것이 직접적인 배경이 됐다. 선우도량의 ‘22인의 증언을 통해 본 근현대불교사’(2002)는 불교계 구술사의 첫 성과물로 많은 이들의 노력에 의해 나올 수 있었다. 그렇더라도 구술사 연구의 정립을 위해선 갈 길이 멀었다. 이런 가운데 본격적인 구술사 연구에 뛰어든 이가 김광식 교수다. 1990년대 초부터 근현대불교사에 관심을 갖고 이 분야에 괄목할 만한 연구 성과를 발표하던 그는 일찍이 불교계의 구술사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실무작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런 김 교수가 첫 단독작업으로 주목한 인물은 조계종 종정과 총무원장을 역임한 청담(1902~1971) 스님이었다. 선우도량이 ‘22인의 증언을…’ 펴내기 2년 전인 2000년, 청담 스님에 대한 구술 증언을 채록하고 그것을 도선사가 발행하는 ‘여성불교’에 매월 게재했다. 인터뷰는 스님, 재가자, 전문가 중 적절한 인물이 정해지면 인터뷰를 요청해 진행됐다. 대부분의 증언자들이 사뭇 진지하게 인터뷰에 응했지만 때로는 약속을 어겨 헛걸음하는 일도 있었다. 이렇게 3년간 스님 19명, 일반인 17명을 인터뷰했고, 2004년 5월 ‘아! 청담’(화남)을 출간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불교계에서 개인이 펴낸 첫 구술사였다. 이 과정을 통해 김 교수는 구술사란 철저히 증언자와 진행자의 공동 작업임을 깨달았고, 인터뷰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치밀한 사전준비, 관련 문헌 조사, 다양한 경험, 임기응변의 대응 등이 선행돼야 함을 거듭 확인했다.

2000년 청담 스님 구술사 작업
한암, 춘성, 동산, 보문 스님 등
근현대 고승 11명 구술사 편찬
올해 6월에는 ‘경봉 스님’ 출간

인터뷰 위해 수만km 찾아다녀
증언자가 약속 어겨 헛걸음도
화산·정영 스님 ‘눈물’ 못잊어

구술사는 부족한 불교사료 대안
전문연구소·학회·포럼 등 필요

김 교수는 이어 2004년 12월부터 한 해 동안 한암 스님을 직접 만난 스님과 재가자 22명을 비롯한 총 25명의 인터뷰를 진행해 2006년 4월 ‘그리운 스승 한암 스님’(민족사)을 펴냈다. 오대산 월정사의 적극적인 협조로 진행된 이 책은 한암 스님의 인간적 면모, 생활상, 수행, 성격, 정체성 등이 잘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당시 인터뷰에 응했던 증언자 대부분이 지금은 입적했다는 점에서 사료적인 가치도 매우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교수는 구술사 작업에 더욱 매진해 ‘춘성-무애도인 삶의 이야기’(중도, 2007), ‘동산대종사와 불교정화운동’(영광도서, 2007), ‘범어사와 불교정화운동’(영광도서, 2008), ‘처처에 나툰 보살행-석암 스님의 수행과 가르침’(석암문도회, 2011), ‘오대산의 버팀목-만화 희찬선사의 수행과 가르침’(월정사, 2011), ‘보문선사-신화 속으로 사라진 선승’(민족사, 2012), 탄허 스님 관련 증언을 집성한 ‘방산굴의 무영수’(상·하)(민족사, 2013), ‘청백가풍의 표상-벽안 스님의 수행과 가르침’(벽안문도회, 2013), ‘자운대율사’(자운문도회, 2017), ‘관응 대종사 황악일지록’(관응문도회, 2018)을 잇따라 펴냈다. 지금은 통도사의 고승 경봉 스님과 관련된 50여명의 인터뷰를 마친 상태로 올해 6월 출간될 예정이다.

김 교수가 지난 20년간 구술사를 진행하며 인터뷰한 인물이 무려 500여명이다. 이들을 만나기 위해 오고간 거리도 수만 km에 이른다. 이 중에는 한 차례 만난 인물이 있는가하면 전 총무원장 월주 스님처럼 수차례 인터뷰를 했던 인물도 여럿이다.

20여년간 구술사를 진행하며 잊지 못할 추억들도 쌓여갔다. 한암 스님을 떠올리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던 대구 보광원의 화산 스님, 동산 스님을 한없이 그리워하던 맑은 눈의 공주 갑사 정영 스님. 그 스님들 모두 지금은 입적했지만 김 교수는 당시의 모습을 여전히 잊지 못한다. 또 용성 스님을 시봉하고 자료보관, 유훈 전달 등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동헌 스님 구술사 사업이 한창 추진되다 중단된 일도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누군가의 일생이 스러질 때 숙명처럼 사라져갈 기억들. 그 기억들이 김 교수를 만나 구술이 되고, 구술은 다시 의미 있는 기록이 되어 대중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머물 수 있게 됐다. 그 공덕은 인터뷰 당사자와 후원자들, 그리고 이를 기획·진행하고 최종 편집까지 담당한 김 교수에게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불교구술사 작업이 계속 추진돼야 한다는 김 교수. 그는 구술사가 보다 발전하기 위해선 △구술사 작업의 다양성, 심화에 의한 작업 기획·추진 △불교 구술사 성과에 대한 분석, 검토 작업 뒷받침 △불교구술사 작업에 보편적 관점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이론, 문제점 해소 방법 등 수용 △구술사를 실행하는 후속세대 양성 △불교구술사연구소, 학회, 포럼 등 창립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한편 전자불전 20집에는 △호암당 채인환 회고록의 구술사적 가치(최동순/ 동국대) △천태종단사와 구술사(황상준/ 동국대) △불교구술 아카이브 구축과 활용(이재수/ 동국대)도 수록됐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473호 / 2019년 1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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