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1운동과 연대의 힘

기자명 이경순

연초부터 학계와 종교계,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할 것 없이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각종 행사로 떠들썩하다. 불교계도 3·1운동 관련 학술사업과 다양한 이벤트가 예고되었다.

하지만 불교계에서 3·1운동에 대한 관심과 탐구를 심화시키고 그 의미를 현재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고, 지금 불교계가 3·1운동에서 어떤 가치를 발견해야 되는지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년 동안 불교근현대사 연구는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다. 연구주제도 다양화되고 불교계 독립운동에 대한 연구도 진척되었다. 하지만 일반대중이나 불교신자조차 불교계 독립운동하면 여전히 한용운, 백용성 스님밖에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불교계 독립운동의 대중적 인식제고를 위한 노력이 부족했으며, 그간의 관심도 특정 인물 연구와 현양에 집중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불교근현대사 연구자들은 불교계 독립운동 연구 심화를 위한 몇 가지를 지적하고 있다. 기초자료의 조사와 정리, 지방 사찰들의 독립운동에 대한 연구, 잘 알려지지 않은 불교계 독립운동가의 발굴과 기념사업의 필요성이 그것이다. 이에 대한 종단을 비롯한 교계의 폭넓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불교계는 3·1운동의 현재적 의미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3·1운동 100주년을 정부, 지자체의 기획에 편승한 구색 맞추기식 이벤트로 허비하지 않기 위해서는 불교계의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실천적인 의미 탐구가 필요하다.

그러한 측면에서 100년 전 3·1운동에서 현재의 불교계가 발견할 수 있는 메시지 중 하나는 바로 ‘화합’이 아닐까 한다. 역사학자들은 1919년 3월1일, 어떻게 전국 7개 도시에서 동시에 만세시위가 일어날 수 있었는가에 대한 여러 해답 중 하나를 종교간, 종교와 학생간의 ‘연대의 힘’에서 찾고 있다. 그 연대의 힘이 동시다발적으로 전국적으로 확대된 만세시위를 가능하게 만들었고 일제의 폭압에 대항하여 한 목소리를 내게 만들었다. 3·1운동은 평화와 자유, 정의라는 대의의 실현을 위해 서로 다른 존재, 단체들이 폐쇄성과 이기심을 이겨내고 화합을 이루어낸 과정이었고 그 결과는 엄청났다.

물론 당시 3·1운동의 위대한 의미를 퇴색시킨 인물들도 있었다. YMCA 총무였던 윤치호는 3·1 만세시위가 일어나자, 순진한 젊은이들이 애국심이라는 미명아래 위험을 향해 자진해서 달려가는 모습에 눈물이 난다며, ‘골치 아픈 문제에 연루되지 않기 위해’ YMCA 회관을 봉쇄해버리는 어이없는 결정을 하고 말았다. 불교계 일부의 행태도 마찬가지였다. 3·1운동 직후 상해로 건너가 임시정부에서 활약하다가 국내에 잠입한 신상완은 청년 승려 이석윤과 함께 지방 사찰을 찾아다니며 독립자금을 모집하고 조선독립을 위한 불교계의 단합을 호소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맞닥뜨린 것은 일부 부유한 사찰 승려들의 냉담과 질시였다. 불교계를 대표하는 독립운동가 신상완을 불온사상의 소유자이며 공갈미수범이라고 검사에게 진술한 것도 그러한 냉담 승려들이었다.
자유와 독립이라는 대의를 위해 화합의 힘을 신뢰하며 역사의 주체가 된 이들과,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방관하며 자신들의 안위에 갇혀있던 이들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준엄하다. 3·1운동이 지니는 화합과 연대의 의미는 불교계의 현재 속에서 끊임없이 참구되어야 할 것이다.

이경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glib14@korea.kr

 

[1473호 / 2019년 1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