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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살·뼈에 비유한 법성게 해설 선사 한마디처럼 마음을 두드리다

  • 불서
  • 입력 2019.01.21 11:23
  • 수정 2019.01.21 13:07
  • 호수 1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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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성게-꽃으로 꾸민 화엄세계’ / 동봉 스님 지음 / 도반

‘법성게-꽃으로 꾸민 화엄세계’
‘법성게-꽃으로 꾸민 화엄세계’

‘법성게(法性偈)’는 의상 스님의 화엄사상 요지를 간결한 시로 축약한 글로 불리기도 하는 데서 알 수 있듯, 60권 ‘화엄경’의 내용을 7언 30구 210자로 읊은 시다. 그리고 ‘일승법계도’라는 이름으로도 유통되고 있다.

의상 스님은 서문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데 있어서 ‘이름 없는 참 근원’으로 되돌아가게 하기 위해 시를 지었음을 밝히고 있고, 일연 스님은 ‘삼국유사’에서 솥의 국 맛은 한 숟가락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는 비유로 ‘일승법계도’가 ‘화엄경’의 전 세계를 다 보이고 있다고 극찬했다.

의상 스님은 ‘화엄경’과 ‘일승법계도’를 강설함으로써 수많은 제자들이 깨달음을 얻고 화엄법계에 노닐 수 있게 했다. 특히 제자 진정 스님의 어머니를 천도하기 위해 강설할 때 3000마리 학들이 화엄법문을 들은 것으로 알려져 그 가치를 특별하게 하고 있다. 때문에 ‘법성게’는 지금도 영가들을 극락왕생하도록 떠나보내기 직전, 도량을 돌면서 금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꼭 듣고 가게 하는 천도법문이기도 하다.

이렇게 사람의 삶에서 죽음까지 그 전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법성게’의 주요 골자는 법성(法性)이다. 그래서 “‘법성게’ 전체가 법성을 밝힌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며, 지금까지 많은 수행자와 학자들이 자신의 이해를 더해 해설서를 내놓고 있다.

대각사 주지 동봉<사진> 스님이 이 ‘법성게’를 사람의 뼈와 살에 비유해 읽는 이의 마음속 깊이 박히도록 해설한 ‘법성게-꽃으로 꾸민 화엄세계’를 펴냈다. 스님은 “‘법성게’는 우리 몸의 뼈와 같고 살갗과 같다. 법성의 법(法)이 감싼 살갗이라면, 법성의 성(性)은 숨은 뼈다. 그래서 평소 인식하지 않더라도 찰나도 없어서는 절대 안 되는 것들”이라고 말한다.

스님은 또 ‘법성게’가 법과 성의 두 요소로 짜여 있음을 강조한다. 법과 성이 우주 대자연의 변화와 더불어 그를 도와주는 틀과 질서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법(法)은 드러난 모습이니 사람의 살갗과 같고, 성(性)은 감추어진 것이니 사람의 뼈와 다름없다”는 점을 역설한다. 그리고 “화엄일승법계도 그림을 보노라면 뼈와 뼈를 잇는 관절과 마디를 쉰 네 각도로 그린 것 같다. 나는 살갗에 해당하는 법성게의 ‘노랫말(偈)’ 이전에 뼈와 관절에 해당하는 화엄일승법계도를 중시(重視)한다”고 자신의 관점을 밝혔다.

스님이 이처럼 ‘법성게’를 사람의 뼈와 살로 표현했기 때문일까?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여러 이야기들을 풀어가고 있는 해설은 마치 살갗 같고, 그 속에 뼈처럼 핵심적인 내용이 담겨 있어 오랫동안 마음에 깊이 박힌다.

부처님 가르침을 옮긴 옛 선지식들의 가르침은 뼈가 없으면 허무한 살덩이처럼 의미 없는 내용이 되고, 살이 없으면 딱딱하고 건조한 학문적 접근에 그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동봉 스님의 ‘법성게’ 해설은 현대과학과 문명에 대한 다양한 안목과 해석을 넘나들며 경전 한 구절 한 구절이 현대사회에서도 얼마나 가치가 높은 것인지 절실히 느낄 수 있게 하려고 고민한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다. 화엄의 안목으로 현대의 삶을 그대로 관찰하며 진짜 화엄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체 650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부드러운 살갗 같은 글이 지루함을 녹이고, 내용 전체를 관통하는 뼈 같은 메시지가 선사들의 한마디처럼 강력하게 마음을 두드리는 책이다. 3만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73호 / 2019년 1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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