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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수리수리마하수리’

기자명 현진 스님

힌두교 포용 위한 관세음보살의 다른 호칭

‘쉬리’ 힌두신화 등장 여신
‘마하쉬리’ 대관음보살 의미
‘스와하’는 찬탄의 뜻 담겨
힌두신을 불교적 의미 변형

‘금강경’이 조계종단의 소의경전이라면 한국불자들에겐 ‘천수경’이란 소의경전이 있다고 예기들 한다. 그 ‘천수경’의 첫머리에 있는 구업(口業)을 맑히는 진실한 말씀인 다라니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는 최소한 우리나라에선 아라비안마술을 비롯하여 온갖 마술을 불러들이는 최고의 주문으로 각인된 지 오래다. 예전에 동네 뒷골목을 뛰어놀던 어린애들도 외우던 이 주문은, 지금도 절에 가서 스님에게 그 의미를 여쭙더라도 “다라니 주문은 본래 의미를 해석하는 게 아니야!”라며 단호하게 해석을 거부하신 덕분에 오랜 불자라도 그저 입이 닳도록 외우고 있을 뿐이다.

진언(眞言, 참된 가르침의 말씀)인 다라니의 해석을 금기시하던 얼마 전까지와는 달리, 근자엔 ‘천수경’의 신묘장구대다라니를 비롯한 진언들의 의미가 나름대로 자세히 설명되어 있는 글들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찾아본 정구업진언의 대표적인 해석은 다음과 같다.

“길상존이시여, 길상존이시여, 대길상존이시여! 극길상존이시여, 그 길상 원만히 성취케 하옵소서.”

그렇잖아도 그 정확한 어원적인 의미가 궁금하던 몇 년 전, 인도에서 오랫동안 산스크리트 언어와 인도철학을 전공했던 지인에게 그 의미를 이메일을 통해 물어보았다. 물론, 받아보면 이내 발끈할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통상적인 번역문 하나를 첨부해서 보냈다.

“[前略] ‘수리’는 좋다 또는 깨끗하다는 뜻의 형용사이며, ‘마하수리’는 크다는 의미의 ‘mahā’가 붙어서 크게 좋다거나 깨끗하다는 뜻을, ‘수수리’는 훌륭하다는 의미의 ‘su'가 붙어서 묘하게 좋다거나 깨끗하다는 뜻이다. ‘사바하’는 수(훌륭히)와 아하(말하다)가 결합된 말로서 ‘말한 바가 잘 이루어지이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전체 의미는 ‘깨끗하고 깨끗하다, 참으로 깨끗하도다. 그렇게 깨끗하니 원하던 바가 다 이루어지이다.’가 된다. [後略]”

받아본 번역문이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던지, 지인은 평소의 회신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답멜을 보내주었다.

“[前略] 고칠게 하나도 없습니다. 맞는 게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천수다라니경’에 등장하는 수많은 신들의 이름은 관세음보살의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으며, 그 관세음보살의 다른 이름들은 모두 힌두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을 달리 부르는 이름이거나 신들의 화신을 일컫는 이름들입니다. 불교가 힌두교의 신들을 빌려옴으로써 힌두교도들을 교화시키려는 포용책으로 보입니다. ‘쉬리’는 부와 명예를 관장하는 여신이자 위쉬누(viṣṇu)의 아내인 락쉬미(lakṣmī)의 다른 이름인데, ‘천수경’에 등장할 때의 쉬리는 그 여신이 불교에 들어와 형성된 관세음보살의 다른 호칭입니다. ‘마하쉬리’는 락쉬미가 위쉬누의 아내로서가 아닌 인간들에게 복을 듬뿍 나눠주는 독립된 여신으로서의 면모가 더욱 강할 때 부르는 이름입니다. 따라서 대관음보살쯤 되겠지요. ‘수쉬리’는 수승하신 관음보살일테고요. 스와하는 일반적인 해석인 ‘수(잘)아하(말하다)’가 아니라 그야말로 스와하 그대로일 뿐입니다. 스와하는 베다에서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며 찬탄의 만트라를 읊조릴 때 그 끝머리에 일컫는 일종의 성스러운 소리입니다. 좀 부드럽게 해석하자면 ‘영예롭고 영예로운 대관음보살님, 수승하신 관음보살님께 마음을 바치나이다!’ 정도의 뜻일 것입니다. [後略]”

비록 ‘쉬리’가 애초엔 락쉬미란 여신의 별칭으로 생성되었다 하더라도 어찌 그것이 고정불변으로 영원할 수 있겠는가! 불교에선 그것을 받아들여 관세음보살로 설정하였고, 또 어떤 이는 문수사리보살로 간주할 수도 있다. 그저 그 원래의 시작된 의미를 파악하고, 다시 변천되어가는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다면 족한 하나의 도구(道具)일 뿐인 것을.

현진 스님 봉선사 범어연구소장 sanskritsil@hotmail.com

 

[1473호 / 2019년 1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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