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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비로자나불상의 개념과 도상

기자명 이숙희

대우주 상징하는 존격으로 큰 의미

두 손 모두 지권인 한 게 특징
지권인은 ‘중생과 부처 하나’ 뜻
지혜 갖춰져 깨달음 증득 상징

지권인 형태.
지권인 형태.

비로자나는 범어 바이로차나(Vairocana)를 음역한 것으로 ‘빛이 온 세계 어느 곳에나 두루 비친다’는 광명편조(光明遍照), 편일체처(遍一切處)를 의미한다. 비로자나불은 오래전부터 광명신 또는 태양신으로 여겨 왔다. 그래서 인도 고대 신화에 나오는 대표적 신인 아수라(Asura)에서 비롯되었다는 설과 태양신과 같은 존격이며 힌두교 신인 비슈누에서 유래되었다고 보는 설이 있다.

특히 아수라는 고대 조로아스터교 최고신인 아후라 마즈다(Ahura Mazda)를 가리키며 원래 빛의 신이었던 것이 악마로 바뀌었다가 다시 빛나고 눈부시게 비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비로자나불은 ‘온 세계의 모든 것을 두루 비추어 어둠을 없애주고 광명은 항상 빛나고 생멸하지 않아 세상의 모든 것을 밝게 해준다’는 진리의 빛을 의미한다.

비로자나불은 언제 등장하게 되었을까? 비로자나불의 명칭은 5세기에 한역된 ‘잡아함경’ 권 22에 태양을 의미하는 신으로 처음 등장하였다. 이후 ‘60화엄경’에서는 현재불인 노사나불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었다가 ‘범망경’ ‘법화경’ ‘80화엄경’에 이르러 비로자나불의 개념이 나오게 되었다. 특히 ‘80화엄경’에 이르러 법신, 응신, 보신의 삼신불(三身佛) 개념이 체계화되면서 비로자나불은 불교의 진리를 상징하는 법신불로서 모든 부처 중 가장 으뜸이 되었다.

이와 같이 ‘화엄경’에서 전형적인 법신불로서의 위치를 차지하게 된 비로자나불은 대우주를 상징하는 존격으로서 큰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8세기 중엽에 번역된 ‘대일경’ ‘금강정경’과 같은 밀교경전에서는 비로자나불의 성격을 더욱 확대시켜 마하비로차나불(Mahavairocana) 이라 하였다. 즉 비로자나란 세상에 있는 보통의 해보다도 뛰어나기 때문에 ‘큰(Maha=大)’이란 뜻을 더하여 대일로 한역되었다. 따라서 노사나불, 비로자나불, 대일여래는 이름만 다를 뿐, 모두 태양이란 뜻으로 광명 그 자체를 상징하는 근본적인 불성은 같다고 볼 수 있다.

불교의 진리를 상징하는 비로자나불상은 어떤 모습으로 형상화되었을까? 비로자나불상은 인도나 중국에 그 연원을 두고 있지만 우리나라에 언제 전해졌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8세기 중엽 통일신라시대에 등장하기 시작해 크게 유행했던 불상형식으로 보살형, 여래형, 보관여래형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지만 두 손은 모두 지권인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두 손을 가슴 앞에 올리고 두 번째 손가락만 똑바로 세운 왼손을 오른손으로 감싸서 그 오른손 엄지가 왼손 둘째손가락 끝에 서로 맞닿게 하고 있는 모양이다. 지권인이란 이(理)와 지(智), 중생과 부처, 미혹함과 깨달음이 원래 하나라는 뜻의 수인이다. 즉 지권인을 결하면 보리심이 일어나 견실한 지혜가 갖추어지고 빠르게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다.

지권인의 형상과 존명에 관한 기록은 중국 당대에 번역된 ‘금강정경’ 계통의 밀교경전에 등장하고 있다. 경전 상에서 보면, 지권인은 비로자나불 또는 대일여래가 결하는 수인으로 각승인(覺勝印) 또는 최상보리인(最上菩提印)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러졌음을 알 수 있다. 비로자나불상은 대승불교 경전인 ‘화엄경’의 법신불에서 발전한 개념이나 지권인의 수인은 밀교의 경전인 ‘금강정경’에 의거하여 형상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밀교의 수인인 지권인이 화엄의 비로자나불상에 수용되어 통일신라시대의 대표적인 불상형식의 하나로 정립되어 널리 유행하였던 것이다.

이숙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shlee1423@naver.com

 

[1473호 / 2019년 1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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