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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일하고 성내는 게 어떻게 수행이 될까?

  • 불서
  • 입력 2019.01.21 16:36
  • 호수 1474
  • 댓글 0

‘새말귀 안내서’ / 안경애 지음 / 아침단청

‘새말귀 안내서’
‘새말귀 안내서’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는 누구나 한번쯤 고민하는 화두가 ‘인생이란 무엇인가’이다. 안경애 보림선원 서울선원장도 그랬다. ‘나는 누구인가’와 같은 고전적 의문에서부터 세상에 태어난 이유와 가치를 찾아보려 무던히 애를 썼다. ‘왜 부질없이 왔다 가는 것인가’ ‘내가 보고 듣고 인지하는 것이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 ‘이 세상은 정말 있는 것인가’ 등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물음 속에서 헤매고 또 헤맸다.

그러다가 대학 3학년 때인 1975년 5월 어느 날, 생각의 전환이 이뤄지는 일을 경험했다. 남동생과 함께 장미넝쿨을 보면서 “저 빨간 장미꽃 좀 봐, 정말 예쁘지?”하고 물으니, “빨간 장미꽃이 어디 있느냐”고 했다. 순간 전율이 전신으로 흘렀다. 동생은 적록색맹이어서 빨간색과 초록색 구별이 잘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때 장미가 비치는 눈의 구조와 성능에 따라 다른 모습과 색깔로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해 9월 우연한 기회에 백봉 김기추 거사를 만났다. “이 백합이 무슨 색깔인고?”하는 물음에 순간 멍했다. 다음 순간 “무색(無色), 비색(非色) 아이가”하는 말을 들으며 평안과 감동을 느꼈다. 그날 이후 매일 보림선원을 찾아 법문을 들으며 정진하기 시작했다. 

백봉거사는 24시간 수행할 수 있는 출가수행자와 달리, 가정과 사회를 가꾸면서 살아가는 재가자들도 올바른 방편으로 수행하면 깨달을 수 있다는 ‘거사풍’과 밥 먹고 일하고 사는 것이 바로 수행이 되는 새로운 수행법인 ‘새말귀’를 주창했다. 이 새말귀는 설법을 통해 공부의 윤곽과 바탕을 마련하고, ‘내가 부처’임을 인정하고 믿어서 부처 행을 하는 새 화두다. 밥 먹고, 일하고, 아이 키우고, 공부하고, 운전하고, 성내고, 욕심내고, 좋아하고, 싫어하는 일상사가 모두 수행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새말귀는 ‘모습을 잘 굴리자’ ‘바탕을 나투자’는 말귀로, 깨닫기 전이나 깨달은 후에도 한결같이 수행할 수 있는 수행의 지름길인 셈이다.

지난 2011년 10월 백봉거사가 세운 보림선원의 서울선원장으로 추대된 그는 “선원장으로서 재가자들이 스스로의 자성을 밝혀 행복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다짐했다. 
 

안경애 보림선원 서울선원장이 백봉거사의 새로운 마음공부법인 ‘새말귀’ 수행의 이론과 실제를 익힐 수 있는 안내서를 선보였다.
안경애 보림선원 서울선원장이 백봉거사의 새로운 마음공부법인 ‘새말귀’ 수행의 이론과 실제를 익힐 수 있는 안내서를 선보였다.

이 책 ‘새말귀 안내서’는 그 다짐의 실천 가운데 하나로 빛을 보게 됐다. 백봉거사 가르침의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담아 전체 3개장으로 구성된 책의 첫째마디는 공부의 윤곽과 바탕을 마련하기 위한 장이다. 절대성과 상대성, 일체만법 허공성에 대해 백봉거사의 법문을 인용하고 설명했다. 

그리고 둘째마디는 ‘모습공식’과 ‘바탕공식’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모습공식’은 부처님의 삼법인을 생활 속에서 직접 실천할 수 있도록 만든 것으로 그 이치를 생활 속에서 실제로 적용하고 연습함으로써 연기와 공성의 이치, 즉 공리를 실질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서 ‘바탕공식’을 설명한다. 여기서 허공으로서의 내가, 허공으로서의 모습을 잘 다루며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안내한다. 이어 셋째마디에서는 새말귀에 대한 백봉거사의 법문을 인용해 ‘새말귀란 무엇인지’ ‘새말귀 실제 수행은 어떤 것인지’ ‘새말귀 정진의 방향과 수행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수행 초보자라도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저자의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일상에서 떠날 수 없는 재가불자들이 일할 때도 법신으로 일하고 참선할 때도 법신으로 참선함을 깨달아 ‘허공으로서의 나’를 인식하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1만5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74호 / 2019년 1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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