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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비구 정목 스님

기자명 이제열

진지함과 구도적 열정 갖춘 선지식

진여 실재한다는 그른 견해
정확한 논리로 이치를 설명
현재 존재한다는 의미 아닌
변화의 가능성 이야기 한 것

양산 정토사 주지 정목 스님은 내가 존경하는 비구스님이다. 크게 알려진 분은 아니지만 치열한 연구와 수행으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탁월한 실력을 갖췄다. 거기에 포교 의지도 강해서 부처님의 바른 법을 전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불자들을 향해 끊임없이 법문을 설한다. 내가 평생 불교활동을 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스님을 꼽으라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분이기도 하다.

내가 그 스님을 알게 된 것은 불교 언론에 실린 내 글로부터 비롯되었다. 입만 열면 ‘참나’를 찾으라는 어느 큰스님의 법문을 내가 비판했는데 정목 스님께서 내 글을 반박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 시내 찻집에서 지인과 대화를 나누는 중에 지나가시는 스님을 뵈면서 가까워졌다. 처음 뵀을 때는 어색함이 없지는 않았지만 스님의 소탈한 성품과 법에 대한 열정에 금세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됐다. 대화를 하면서 누구든 진지한 자세와 구도적 열정으로 정목 스님과 대화를 한다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훌륭한 선지식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스님으로부터 잊히지 않는 법문을 들은 것은 스님과 세 번째 만남 때였다. 그동안 나는 부처님 가르침 가운데 ‘일심이문(一心二門)’의 진여문(眞如門)에서 ‘진여의 성공덕(性功德)’에 대해 내 견해가 과연 옳은지 그른지를 누군가로부터 점검 받았으면 하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 진여의 성공덕이란 우리 마음에 부처의 성품인 불성이 있는데 그 불성이 본래부터 지니고 있는 여러 공덕들을 말한다. 중생의 마음에는 탐진치를 비롯한 번뇌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지혜와 자비와 해탈과 청정 등 온갖 공덕의 성품이 깃들여져 있는 것을 진여의 성공덕이라 한다.

그런데 내가 그동안 만난 수많은 분들이 이 진여의 성공덕을 실체화시키는 경향들이 있었다. 중생의 탐진치 번뇌 속에 별개로 밝고 깨끗하고 영원한 참된 성품이 실체로써 존재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진여불성을 연기와 공성으로 파악하지 않고 브라만교의 참나(眞我)나 유교의 성리(性理)로 오해들 한다. 바로 이러한 진여불성의 성공덕에 대해 정목 스님께서는 정확한 논리로 그 이치를 설명하셨다. 옮기면 다음과 같다.

“법사님, 진여의 성공덕이란 지금 현재 그 공덕이 존재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렇게 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중생의 무명과 탐진치 등 번뇌가 부처님의 공덕으로 전환할 수 있는 변화의 가능성이지 지금 완전한 상태로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짧지만 긴요하고도 과녁을 벗어나지 않은 올바른 말씀이었다. 예를 들어 여기 밀가루가 있다고 치자. 이때 밀가루 속에는 빵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밀가루는 언제든지 가공을 하게 되면 맛있고 영양가 있는 빵으로 바뀌게 된다. 밀가루 속에 빵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밀가루가 빵으로 변하는 것이다. 이것이 곧 부처님이 “일체 중생이 모두 불성을 지니고 있다”거나 “중생의
탐진치가 여래의 해탈의 모습이다”라고 말씀하신 의미이다.

나는 스님의 이러한 말씀을 들으면서 현재 한국의 명망 있는 수행자들이 얼마나 왜곡된 견해에 빠져 있는지가 비교됐다. 부처님이 설하신 진여불성을 무아나 공으로써 파악하지 않고 유견(有見)이나 실체(實体)로 파악해 정법을 파손·변질시키는 것이다.

현재 스님은 중생의 일심(一心)을 중심으로 법을 펴고 계신다. 특히 원효성사의 여러 저술에 의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데 염불수행법으로 정토의 이치를 깨달아 부처님의 지견에 들도록 지도한다. 스스로 공부했다는 지견이나 상을 세우지 않으면서 열정을 다하여 사람들을 인도하고 있다. 기해년 새해를 맞이해 부디 스님이 그동안 닦으신 진여불성의 공덕이 법계에 충일하기를 기원 드린다. 

이제열 법림선원 지도법사 yoomalee@hanmail.net

 

[1474호 / 2019년 1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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