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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군승파송 50주년

기자명 법장 스님

호국불교, 국가·국민 위한 대승보살의 실천행

원광의 세속오계 보살계가 밑바탕
신라 태현 스님도, 정치 분쟁할 때
스님들이 참여하는 것 파계 안 돼
군승은 호국불교 사상 전승한 것

2018년은 군승파송 50주년이 되는 해였다. 남북관계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길로 들어서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불교의 특징 중 하나인 호국불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시기이다. 한국불교는 유구한 역사 속에서 항상 민중들의 고난과 기쁨을 함께 해왔다. 특히 국가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출가 승려임에도 앞장서서 승병이 되어 전쟁터로 나아갔고 독립운동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였다. 이러한 호국활동은 사회적 기준으로 보면 존경받아야 할 모습이지만 출가 승려라는 신분을 기준으로 보면 계율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율장의 세 번째 바라이죄에 ‘살계’가 있고 ‘범망경’ 보살계의 첫 번째에 ‘불살계’가 있을 정도로 불교에서는 살생에 관해서 철저히 금지시키고 있다. 이는 모든 생명이 존귀한 이유이며 마음이 있는 모든 생물들에게는 부처님이 될 수 있는 불성이 있기에 그 가치를 더욱 중요시 한다. 그러기에 전쟁에 참가할 수 있는 군인이 된다는 것은 승려로서는 엄연히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특히 천태지의 스님은 ‘보살계의소’에서 칼이나 창 등의 무기를 두는 것도 살생의 가능성(殺法)으로 보고 금지시킬 정도로 불교에서는 살생에 관련된 모든 것을 중죄로 본다.

이런 계율 속에서 어떻게 우리는 ‘호국불교’라는 사상으로 민중과 함께 할 수 있었을까? 여기에는 보살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선 호국불교의 정신을 잘 표현한 원광법사의 ‘세속오계’를 들 수 있다. 이는 원광법사가 보살계를 토대로 당시 신라의 시대 상황을 담아 귀산과 추향에게 내려준 새로운 계율이다. 이를 통해 통일전쟁에 참가한 화랑들은 국가와 민중에 대한 배려(孝)와 믿음(忠)을 갖고, 헛된 살생을 금하며 전쟁에 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원효 스님은 보살이 상대의 근기를 보고 제도할 수 없는 경우에는 살생을 허락하였고 현수법장 스님은 도적이 재물을 얻기 위해 많은 사람을 죽이고 그로 인해 지옥에 떨어질 것을 미리 알고 자신이 그 도적을 죽이고 대신해서 지옥에 떨어지는 것을 선택한다면 보살계에서는 죄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희생한 계의 실천이라고 하였다. 이처럼 보살계에서는 ‘살생유택’과 같이 부득이하게 전쟁 등에 의해 살생을 하는 상황이 있더라도 그 생명의 존엄함을 잘 알고 대승보살로서 헛된 살생을 절대 하지 않도록 주의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상은 자칫하면 필요에 의해 무리하게 만들어진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이에 대해 신라의 태현(대현) 스님은 불법(佛法)을 지키는 것에 있어서 불제자는 불교의 안을 지켜야 하며 왕은 바깥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데, 여기서 불법이란 단지 불교라는 종교만이 아닌 국가와 국민 전체를 가리키는 것이다. 그렇기에 예전에는 왕들도 보살계를 수계하여 사부대중으로서 국민들과 함께 국가와 불교를 수호하는 호국불교를 펼칠 수 있었다. 그리고 대승보살이 불교의 정법과 삼보를 지키지 않는 것은 죄가 된다고 하여 승려들이 불국토인 국가를 지키는 것이 바로 불교를 지키는 것이었다. 이처럼 단순히 불교만을 위한 것이 아닌 국가와 불교를 하나로 보고 사부대중이 이를 수호하고 바르게 이끌어 나가는 것을 호국불교로 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본래 승려는 정치에 관여해서는 안 되지만 태현 스님은 “승려가 국가의 분쟁을 화해시키기 위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계율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제11통국사명계’를 주석하여 불교의 가르침을 통해 국가와 국민을 바르게 이끌어 가는 것을 보살행으로 보았다.

이처럼 군승파송 50주년은 한국불교가 오랜 역사동안 변함없이 호국불교의 사상으로, 종교를 초월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대승보살의 실천행을 펼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계율 이전의 불교사상을 중요시하며, 불교의 가르침을 바르게 실천하고 포교하여 국민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수행정진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이런 군불교에 보다 관심을 갖고 우리를 위해 지금 이 순간도 자신을 희생하고 있는 군법사님들에게 많은 성원을 보내야겠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474호 / 2019년 1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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