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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전 중앙정보부장 이후락의 불교 인연

기자명 이병두

불교를 기반으로 정치세력 확장하다

7·11·12대 전국신도회장 맡아
군법당 건립 등 군포교 앞장서
서옹스님 종정중심제 힘 실어

1976년 이후락 신도회장과 종정 서옹 스님이 방송사와 인터뷰하는 모습.
1976년 이후락 신도회장과 종정 서옹 스님이 방송사와 인터뷰하는 모습.

박정희 정권에서 대통령 비서실장과 중앙정보부장 등 요직을 지낸 이후락(1924~2009, 이하 HR)은 숱한 사건의 주역 또는 배후 인물이었다. 3선 개헌‧10월 유신 강행과 김대중 납치사건 등 현대사의 비극과 치욕에는 박정희와 그의 이름이 나란히 등장한다. 그런가하면 HR는 1972년 5월 극비리에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을 만나고 두 달 뒤인 7월4일에는 남북한이 합의한 ‘7‧4 공동성명’을 발표해 세상을 놀라게 했으며, 그 뒤 남북조절위원회 남측공동위원장을 맡는 등 남북대화 역사에도 큰 자취를 남겼다.

HR이 2009년 10월31일 세상을 떠났을 때, 중앙신도회는 “신심과 열정으로 불교계 발전을 위해 헌신했으며 체계적인 조직정비를 통해 신도회 발판을 마련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추모했다. 제7대(1969~70)와 11‧12대(1976~79) 조계종 전국신도회장을 지냈다고 해도 HR이 실제로 신도회장을 맡은 기간은 4년밖에 안 되는 데 비해 불교계에 남긴 그의 자취는 적지 않다.

그러나 HR이 ‘신도회장 자리를 정치 야망을 달성하는 도구로만 이용했다’는 일부의 비판이 있으므로, 과연 그가 불자로서 신행활동을 제대로 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수필가 맹난자씨의 회고에 따르면 HR은 대장경 한글번역 사업과 동국역경원 설립의 주역이었던 운허 스님 후원 모임인 무문회 회장이었던 부인(정보현행)과 함께 서울시내 중심에 스님을 초청해 ‘능엄경’ 특강을 빠지지 않고 들었다고 한다. 

사진은 1976년 신도회장 HR이 당시 종정 서옹 스님과 조계사 대웅전 앞 회화나무 아래에서 방송사와 인터뷰를 할 때의 기록이다. 나뭇잎이 푸르고 인물들의 옷차림이 가벼운 것으로 보아 7월 말 회장에 취임한 뒤 얼마 지나지 않은 9월 초 무렵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면 신도회장이 취임 직후 왜 종정스님과 함께 인터뷰를 했을까.

서옹 스님은 1974년 종정 취임 이후 계속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었다. 1975년 8월에는 원장(경산) 등 총무원 집행부 전원에게 사퇴를 종용하고 본사주지 발령에 종정의 재가를 받으라고 지시하는 등 종정과 원장 사이의 갈등이 크게 깊어졌다. 10월2일에는 원로들의 지원을 받아 ‘종단 비상사태 수습을 위한 담화문’을 발표하고 12월에는 중앙종회에서 종정중심제로 종헌을 개정해 새로운 집행부를 출범시켰으며, 1976년 4월에는 종정이 불교방송국과 승가대학 설립 등을 담은 ‘한국불교의 중흥을 위한 유신선언’을 발표하는 등 의욕을 보였다. 그리고 6월 당시 문공부장관이 종정을 만나 ‘불교분규 종식을 위한 대화’를 가지는 등 정부가 서옹 스님에게 힘을 실어주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HR이 당시 신도회장 김제원(신진자동차 회장)을 설득(또는 협박)해 그 자리를 맡게 되었으니, 박정희의 분신으로 불리던 그에게 거는 기대가 컸을 것이다. 불교를 기반으로 정치 세력을 확장하려는 HR과 종정중심제를 굳히려는 서옹 스님의 동상이몽(同床異夢)이 이 인터뷰를 성사시키지 않았을까 추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HR은 ‘지나치게 적극적’이었던 신도회장 역할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전국에 신도회 지부를 만들었으며 군법당 설립과 군신도회 창립에 힘을 쓰는 등 군포교에 많은 노력을 했다. HR이 군부대 불교 행사에 참석할 때면 사단장이 자리를 같이 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고 이것이 박정희의 의심을 사게 되어 1979년 7월 말 결국 신도회장을 그만 두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474호 / 2019년 1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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