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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수행 박애순-상

기자명 법보

현실의 벽 부딪혀 불교 찾게 돼
스님이던 남동생 친구 도움으로
경전 독송하며 광명진언도 염송
삼천배 성공하며 매력에 ‘흠뻑’

57, 무량과

결혼을 하면서 남편과 함께 성당을 다녔다. 교리를 배우고 세례도 받았다. 나름 만족하며 순탄하게 일상을 이어왔지만 IMF가 오면서 경제적으로 힘든 현실에 직면했다. 성당을 다녀도 마음 한구석이 항상 허전하고 편하지가 않았다. 그 시기 시어머니와의 갈등도 힘든 요인이었다. 결국 아파트와 자동차를 정리하며 그나마 빚을 정리했지만 여전히 많이 남은 상황이었다.

그러는 사이 큰아이가 교통사고가 나는 등 집안의 모든 것이 엉망이 됐다. 힘이 들어 무속인도 찾았다. 무속인이 시킨 대로 기도를 하며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성당은 더 이상 다니지 않게 되었다. 종교를 바꾸는 것에 대한 갈등도 많았다. ‘성당을 다니는 동안 은혜도 많이 받았는데….’ 하는 생각도 불쑥불쑥 올라왔다. 그래도 다시 성당을 향하겠다는 마음은 나지 않았다. 오히려 몸과 마음은 기다렸다는 듯이 불교로 향하기 시작했다. 

남편과 함께 매주 부산 범어사를 다녔다. 마침 남동생의 친구가 스님이었다. 스님께서는 남동생에게 ‘지장경’과 무상법문을 권해주셨다. 우리 부부도 “집안이 편해질 것”이라는 그 말씀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집에서 무상법문을 읽었다. 경과 법문을 독송하면서 광명진언도 1년 동안 꾸준히 염송했다. 그 과정에서 ‘금강경’을 알게 되었다. 당시 나만의 경험이 있다. 한글로 된 ‘금강경’을 사무실에서 5번 읽고 나니 앉은 자리에서 향과 꽃의 향기가 한참 동안 피어났다. 분명히 향을 피우지 않았는데 신기한 일이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 후 갑자기 일감이 늘어났다. 그 때의 경험은 남편이 이후 지금까지 ‘금강경’을 읽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이후 내 몸이 많이 아프기 시작했다. 큰 병원에서 메니에르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2~3개월 동안 사무실에 나가지 못했다. 공황장애도 생겨 밤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몸이 아프니 우울증도 찾아왔다. 이대로 병고에 시달릴 수 없었다. 스님들의 말씀과 가르침을 떠올렸다. 어딘가에서 들었던 치유의 수행법, 절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아비라카페에 가입하면서 삼천배 수행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경혜 보살의 ‘오체투지’도 읽었다. 어떻게 그 몸으로 하루에 1000배를 매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사무쳤다. 책을 통해서 성철 큰스님도 알게 되었다. ‘그래, 절을 해보자. 절을 하면 업장도 소멸된다니 그까짓 것 못할 것 없지’ 그렇게 마음먹었다. 

우선 하루 108배를 시작했다. 차츰 숫자를 늘리다 1000배를 이틀 동안 해보니 마음이 한결 편해지는 기분이었다. 삼천배를 신청할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2009년 2월, 첫 백련암 삼천배의 여정에 올랐다. 설레고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무척 떨렸다. ‘삼천배를 다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별의별 감정은 백련암에 당도하자마자 사라졌다. 이미 도착한 많은 인원을 보며 놀라움이 먼저였다. 관음전에 자리를 잡고 저녁공양을 한 뒤 6시50분부터 수행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견딜만했지만 2000배를 넘긴 이후부터 너무 힘들었다. 부처님 명호를 부를 힘도 없었다. 그저 몸만 수그리고 머리가 땅에 닿기 바빴다. 그렇게 삼천배를 회향했다. 주위에서 처음치고 삼천배를 원만히 마쳤다며 축하해 주셨다. ‘무량과’라는 법명도 받게 되었다.

삼천배 정진을 다녀 온 이후에도 건강은 썩 좋지 않았다. 열이 떨어지지 않아 병원에 갔더니 이번에는 신종플루라는 진단을 받았다. 병원 행은 반복됐다. 어느 정도 회복하면 또 시간이 흘러 다른 병이 찾아왔다. 한동안 목 디스크도 심했다. 그래도 아비라카페에서 계속 도반들의 좋은 글을 읽었다. 매일 빠지지 않고 카페 활동을 했지만 삼천배 정진 이후 병고를 이유로 절수행은 이어가지 못했다. 그래도 삼천배 매력을 잊을 수 없어서 언젠가는 다시 도전하리라는 발원만큼은 거듭 새겼다. 

 

[1474호 / 2019년 1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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