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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그녀-외출

기자명 임연숙

시대 초월해 현대 여성에 건네는 한 마디

비단위에 섬세한 인물 표현은
인물 품성과 심상까지 나타내
여성 삶에 대한 자문자답 궁금

김선정 작 ‘그녀-외출’, 45×60cm, 비단에 채색, 2016년.
김선정 작 ‘그녀-외출’, 45×60cm, 비단에 채색, 2016년.

조선시대 화원화가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의 미인도를 연상시키는 이 여인의 모습은 조선시대와 현대를 넘나드는 이미지로 묘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비단위에 세필로 섬세하게 인물을 표현하는 김선정 작가의 작품이다. 작가는 주로 종이가 아닌 비단을 바탕으로 작업을 한다. 종이보다 씨줄, 날줄 사이에 공간이 있어 붓의 표현이 더 섬세하고 세밀한 표현이 가능하다. 씨줄, 날줄 사이의 공간을 아교와 백반을 녹인 물로 채우고 그 위에 색감을 내기 위해 흐린 채색을 여러 번 발라 색감이 올라오게 만드는 기나긴 작업과정을 거친다. 인물만을 표현하는 그림은 문인화나 수묵 산수화보다는 절대적인 기량이 필요한 작업이다. 그런 면에서 김선정 작가는 인물을 잘 그린다. 닮게 그리는 것을 넘어서서 인물의 품성이 느껴질 수 있도록 충분히 대상의 심상을 표현하려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작가가 다루는 주제는 초지일관 인물이다. 작가는 어린 시절 종이 인형놀이에 자신의 작업을 비유한다. 바비인형이 대중화되기 이전에는 종이인형을 만들어 그 옷을 그리고 끼워서 입혀보곤 했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은 이런 역할놀이를 통해 상대의 입장을 자연스럽게 알아가고 공감능력과 소통능력을 키워간다. 이 인형놀이는 자연스럽게 작가의 비단 화면으로 옮겨간다.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은 당시 그림에 등장하지 않던 여인들을 그림에 많이 등장시켰다. 조선시대는 여성이 드러내놓고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시대가 아니다. 능력이 있어도 여성의 활동은 집안으로 제한되었다. 그림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여성은 그런 면에서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림에 ‘盤礴胸中萬化春 筆端能與物傳神 가슴에 그득 서린 일만 가지 봄기운을 담아 붓끝으로 능히 인물의 참모습을 나타내었다’라고 혜원은 화제를 남기고 있다. 곱게 빗은 머리는 윤기가 나고 갸름한 얼굴선과 초승달 같은 눈썹, 자그마하면서도 봉긋한 입술과 한국인의 특징인 외꺼풀 눈까지 순수하면서도 앳된 모습이 지금의 기준에서도 미인이다. 

김선정 작가의 ‘그녀-외출’은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의 주인공이 시대를 초월하여 현대를 살아가는 이 시대의 여성들을 향해 무슨 말인가 건네려한다. 조선시대의 대표 미녀, 아마도 기녀로 살았음직한 이 아름답고 앳된 여인이 우리들에게 건네고픈 말이 궁금하다. 어릴 때 놀던 종이인형이 비단위의 먹과 채색으로 바뀌었을 뿐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여전히 여성의 사회활동이 제약받고 있는 이 시대를 과거의 모습에서 꺼내며 여성으로서의 삶과 사회적인 활동에 대한 자문자답과, 하고 싶은 많은 이야기를 빈 말풍선으로 표현하고 있다. 세필로 그은 머리카락과 세필로 섬세하게 표현된 희고 맑고 앳된 피부, 컬러풀한 삼회장 저고리의 얇은 비단의 질감, 고운 한복위에 풍선껌을 씹고 풍선을 불고 있는 거리낌이 없는 여성으로 인해 그저 예쁜 미인도라고만 할 수 없게 한다.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이 바라본 미인과 작가 김선정이 바라본 인물의 관점이 달라 한층 더 흥미롭다. 다양한 인생 속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과 전개는 언제 들어도 재미있는 이야기 감이다. 거기에 어떻게 오늘의 감성을 덧입힐지는 오늘을 사는 작가들의 몫이다. 빈 말풍선에 들어갈 다양한 말들을 생각해 본다.

임연숙 세종문화회관 예술교육 팀장 curator@sejongpac.or.kr

 

[1474호 / 2019년 1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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