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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대표율사 자운 스님 소설로 만나다

  • 불서
  • 입력 2019.01.28 13:40
  • 수정 2019.01.28 17:37
  • 호수 1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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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계율대로- 자운대율사 일대기’ / 이정범 지음·김종도 그림·태원 감수 / 운주사

‘부처님 계율대로- 자운대율사 일대기’
‘부처님 계율대로- 자운대율사 일대기’

“우리 승려들이 매일 예불을 모시고 참선수행을 하고 독경과 염불을 하듯 율장을 필사하는 건 내게 수행과 매한가지입니다. 특히 오래전부터 율장을 널리 전파하겠다는 원을 세웠으니 이 정도 정성과 노력은 당연히 필요합니다. 힘이 들더라도 반드시 필사를 마칠 것입니다.”

근현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율사 자운 스님은 1940년 봄부터 1942년 봄까지 꼬박 2년여를 조선총독부 도서관으로 매일 출근해 ‘만속장경’에 수록된 5부 율장을 필사했다. 스스로 율장을 공부하는 동시에, 필사를 원고로 삼아 책을 펴내 각 사찰과 스님들에게 보시를 하겠다는 원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스님은 15세 되던 1926년 오대산 상원사에서 혜운 스님이 들려준 ‘백년삼만육천일 불급승가반일환(百年三萬六千日 不及僧家半日閒, 세속의 100년 3만6000일보다 출가의 반나절이 더 낫다)’라는 청나라 순치황제의 출가시를 듣고 출가를 결심했다. 이듬해 해인사까지 걸어서 혜운 스님을 찾아가 팔만대장경을 보관한 장경각에서 1만 배 정진 후 출가한 후 경학연구에 매진하며 1934년 범어사에서 보살계와 비구계를 받았다. 

출가 후 수행자의 본분사를 생각하며 장좌불와 오후불식의 용맹정진을 거듭하던 스님은 1939년 오대산 상원사에서 하루 20시간씩 ‘100일 문수기도’를 하던 중, 99일째 되던 날 “굳건히 계율을 지키면 불법이 다시 흥하리니 정진하라”는 문수보살의 가르침을 받고 불교중흥의 단초가 계율을 철저히 지키는 데 있음을 확신했다.

스님은 이후 율장을 필사하면서 본격적으로 율장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대각사에서 ‘범망경’ ‘사미율의’ ‘사미니율의’ ‘비구계본’ ‘비구니계본’ 등의 간행을 준비했다. 하지만 1950년 한국전쟁으로 수집한 자료가 모두 잿더미로 변했다. 한순간에 모든 노력이 날아갔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부산 감로사에서 다시 자료를 수집, 한글·한문본 율서 4만8000권을 간행하며 한국불교에서 율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자운 스님은 율장을 공부하는 동시에 필사본을 원고로 삼아 책을 펴내고 보급하기 위해 2년간 매일 5부 율장을 필사했다.
자운 스님은 율장을 공부하는 동시에 필사본을 원고로 삼아 책을 펴내고 보급하기 위해 2년간 매일 5부 율장을 필사했다.

스님은 또 1955년 해인사 주지, 1967년 범어사 주지, 1976년 조계종 총무원장 소임을 맡으면서 종무행정에도 탁월한 능력을 보였고, 1981년 조계종 단일계단의 전계대화상으로 추대돼 1991년까지 수많은 수행자들에게 계를 주며 지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뿐만 아니라 해방 후 봉암사 결사에 참여해 성철, 향곡, 청담 스님 등과 함께 한국불교에 새로운 가풍을 불러일으키는데도 기여했다.

자운 스님은 또 계율과 정토수행이 둘이 아니라는 계정일치(戒淨一致)를 제창하기도 했다. ‘무량수경’ ‘자비도량참범’ 등 정토 관련 경서를 펴낸 이유다. 더불어 해인사에 염불만일회, 서울 보국사에서 대동염불회를 결사해 정토수행을 진작시키는 한편, 열반 때까지 매일 10만 번의 ‘아미타불’ 염불과 ‘아미타경’ 48편 독송, 미타예경, 1080배, 염불진언과 일종식을 실천하며 정토 수행자로서의 면보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처럼 평생을 한국불교 율의 중흥과 불법홍포를 위해 노력했던 스님은 1992년 2월7일 해인사 홍제암에서 세수 82세, 법랍 66세로 입적했다.

소설 ‘부처님 계율대로-자운대율사 일대기’에는 일제강점기 왜색화된 한국불교를 중흥시키기 위해 청정계율을 근간으로 수행하면서 후학들을 지도하는 한편, 율장 연구와 한국불교 율의 중흥을 위해 노력했던 스님의 삶과 사상, 그리고 가르침이 고스란히 담겼다. 1만7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75호 / 2019년 1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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