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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유공포(無有恐怖)

저출산을 두려워 말자

과거 독재정권은 국민들에게 자주 겁을 줬다. 전쟁의 위험을 내세워, 반공이념 앞에 줄을 세웠고, 저항하는 사람은 간첩협의로 가두거나 목숨을 뺏는 것으로 국민을 협박했다.

이제는 이런 공포를 느끼지 않아도 된다. 매일 청와대 앞 시위가 끊이지 않는 백가쟁명(百家爭鳴)의 민주주의를 만끽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국민에게 겁을 주는 못된 버릇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것 같다. 정부는 2018년 합계출산율이 0.97명으로, 출산율 0명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발표했다. 0명대 출산율은 가임기여성이 평균 1명도 채 낳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부는 인구가 감소하면 생산성 저하, 사회보장비용 증가, 국방공백 등 국가적 재앙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명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희생은 둘째로 치더라도 인구가 준다고 재앙이 닥친다는 주장은 겁박 이상의 의미를 갖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엄청난 국토에 비해 인구가 2~3천만명에 불과한 호주나, 캐나다는 이미 몰락했어야 한다. 스웨덴, 노르웨이도 인구 1천만명이 안 되지만 가장 행복한 나라들이다.

우리가 직면한 청년실업이나 비정규직 문제는 인구과잉에 따른 필연적 부작용이다.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가 밀집돼 벌어지는 현상이다. 인구가 감소하면 절로 해결된다. 특히 인공지능의 발전에 따른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면서 ‘저출산은 국가재앙’ 운운은 이율배반적이다. 출산율이 저하되면 인구가 줄고, 자연스럽게 청년실업이나 비정규직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일자리가 남으면 노인들도 직장을 갖게 될 것이고, 사람이 너나없이 대접받는 사회가 되면 출산율은 정부의 겁박이 없어도 늘게 돼 있다. 

‘반야심경’에 무유공포(無有恐怖)라는 말이 있다. 두려워하지 말라는 뜻인데, 저출산은 결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저출산에 대한 두려움은 오직 노예처럼 부려먹을 인구의 부족을 걱정해야 하는 일부 갑질 재벌의 몫일 뿐이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475호 / 2019년 1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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