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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붓다의 유훈

스승 아닌 가르침 등불 삼아 정진하라는 마지막 당부

우상화 같은 어리석음 경계
법과 계율에 따른 수행 강조
스스로를 의지처로 삼아서
반드시 해탈 성취하라 당부

초기불교에서 열반(涅槃, nirvāṇa)은 탐욕․성냄․어리석음이라는 3독심, 즉 번뇌의 불길이 완전히 소멸된 상태를 의미한다. 오늘날에는 열반의 개념이 승려나 재가자의 죽음에 대한 높임말로 수행을 통한 해탈을 의미하는 입적이나 원적 등과 일맥상통하는 개념으로 변용되어 널리 쓰인다. 하지만 붓다의 열반은 승려나 재가자의 일반적인 죽음과는 대별되는 위대한 죽음, 즉 이는 본질적으로 완전한 해탈을 의미하는 반열반(槃涅槃, parinirvāṇa) 혹은 대반열반(大槃涅槃, mahāparinirvāṇa)이라고 한다.

붓다의 열반을 상세히 전하는 초기경전에는 한역으로 아함부의 ‘유행경’이 있고, 팔리경전으로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Mahāparinibbana­sutta)’ 등이 있다. ‘대반열반경’은 다소 기술상의 차이를 보이는 여러 판본이 존재하는데, 대체로 초기경전에서 붓다의 열반과 관련된 기술들은 역사적인 사실에 근거하여 붓다가 열반에 들기 이전의 행적이나 상황을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특히 붓다가 열반에 들기 직전에 아난을 비롯한 제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하는 말씀은 교조로서가 아닌 자신의 실존적인 근본문제를 해결한 붓다의 위대함이나 인간적인 면모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편 ‘대승열반경’은 초기경전에서 보이는 인간적인 붓다의 모습보다는 대승적인 교리나 이념이 반영된 붓다의 초인간적인 위대성이나 종교적인 측면이 크게 두드러진다.

이와 관련하여 초기경전에서 제시되고 있는 붓다의 마지막 가르침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아난다여, 태어났고 존재했고 조건적으로 형성된 것은 모두 부서지기 마련인데,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런 것을 두고 절대로 부서지지 말라고 한다면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난다여, 그런데 아마 그대들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제 스승은 계시지 않는다. 스승의 가르침은 끝나 버렸다.’ 아난다여, 내가 가고 난 후에는 그대들에게 가르치고 천명한 법과 율이 그대들의 스승이 될 것이다. 아난다여, 그대들은 자신을 섬으로 삼고 자신을 의지처로 삼아 머물며, 남을 의지처로 삼지 말라. 법을 섬으로 삼고 법을 의지처로 삼아 머물며, 다른 것을 의지처로 삼지 말라. 이것이 여래의 마지막 가르침이다.” 

요컨대 붓다의 유훈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크게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정리된다. ①스승인 붓다가 열반 이후에는 모든 연기적 현상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통찰을 근거로 법과 율을 스승으로 삼으라는 것이다. ②자신을 섬으로 삼고 자신을 의지처로 삼아 머물며, 아울러 법을 섬으로 삼고 법을 의지처로 삼아 머물라는 것이다. 이때 ‘섬’은 한역에서는 ‘자신을 등불로 삼고 법을 등불로 삼는다.(自燈明, 法燈明)’고 널리 통용되듯이, 이는 ‘등불’로 해석되기도 한다. ③모든 조건적으로 형성된 것은 무상하니, 게으르지 말고 해야 할 바를 모두 성취하거나 부지런히 정진하라는 것이다. 

결국 붓다가 제자들에게 당부한 유훈은 먼저 ①법과 율을 스승으로 삼으라는 것은 스승인 붓다의 갑작스런 부재로부터 올 수 있는 개인적으로나 교단차원의 혼란을 방지하는 기준을 제시하는 의미를 지닌다. 또한 ②자신과 법을 의지처로 삼으라는 것은 초월적인 인격신이나 믿음 등을 근거로 우상화하거나 어리석은 길을 걷지 말고, 세상의 모든 연기적 현상들이나 자신에 대한 연기적 이해와 지적 통찰로 지혜로운 삶을 걸으라는 의미이다. 마지막으로 ③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라는 것은 세상만사나 우리네 인생사가 조건적으로 형성된 것으로 모두 무상하니, 모든 연기적 현상에 대한 지적 통찰로서 자신의 실존적 괴로움을 완전히 해결할 때까지 부지런히 정진하라는 것으로 이해된다.

김재권 동국대 연구교수 marineco43@hanmail.net

 

[1475호 / 2019년 1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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