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서산마애삼존불’이라고 부르는 서산 보원사 마애불은 오랜 세월 그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다. 1959년 4월, 당시 부여박물관장 홍사준과 미술사학자 황수영 박사 등이 용현리 계곡 위쪽에 있는 보원사지 조사를 마치고 내려오던 길에 우연히 만난 나무꾼이 아니었으면 그 뒤로도 한참 동안 숨어 있을지도 모르고, 이제는 산림이 우거지고 나무꾼도 사라져서 아예 그 존재가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 홍사준과 나무꾼 사이에 이런 대화가 오고갔다고 전해온다. “이 근처에 불상이나 사람이 새겨진 바위가 없습니까?” “바로 저 위의 큰 바위에 있습니다. 세 사람이 있는데 가운데는 남편 같고, 왼쪽은 본부인 오른쪽은 샛부인[첩] 같습니다.”
이 말을 들은 홍사준이 직감적으로 “뭔가가 있다”고 느끼고 나무꾼이 가리킨 곳으로 가서 이 마애불을 보고 사진을 찍어 왔는데, 나중에 사진을 본 황수영이 서둘러 본격 조사에 착수하여 그 아름다운 미소가 온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지역 사람들 사이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런 이야기가 전해졌다고 한다. “웃고 있는 산신령 옆의 부인이 다리를 포개고 앉아 볼에 손을 대고 놀리자 다른 쪽 부인이 약이 올라 손에 돌을 쥐고 서 있다.” 마을 주민들이야 나무를 하거나 토끼몰이를 하면서 주변 산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으니, 이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 마애불의 존재를 잘 알고 있었고 거기에 자기들 나름의 해석을 붙인 것이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라는 노래 가사가 있지만, 보원사 조사단과 나무꾼의 만남도 우연이 아니었을 것이다. 오랜 세월 숨어계시던 이 부처님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중생들을 보살필 때가 되었다’고 결정하고, 나무꾼과 조사단이 만나는 인연을 지어주었을 수도 있다.
어쨌든 이 부처님들은 그 존재를 드러내면서부터 그 ‘아름다운 미소’로 해서 ‘백제의 미소’라는 애칭을 갖게 되었고, 역사‧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1962년에 국보 제84호로 지정되어 문화재 당국의 관리를 받게 되었다. 그러나 그 순간부터 불제자들의 예경 대상이 아니라 그냥 ‘국보 제84호’로 불리는 관리대상 석조문화재이자 관광상품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불교계에서도 관리 주체를 누구로 하느냐에 주로 관심이 있었을 뿐, 매일 예불을 드리고 차와 향 공양을 올리는 불제자의 본분을 할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15년 전부터 보원사 스님들이 앞장서서 부처님들을 여법하게 모시는 불사를 하고 있으니, 앞으로 보원사 마애 부처님의 미소가 전해주는 희망의 메시지가 온 세상을 밝게 해줄 것이리라 기대한다.
이 사진은 보원사 마애불이 발견된 직후에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 흐릿한 흑백 사진인데도 환한 미소로 중생들에게 희망을 전해주려는 부처님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이 미소가 담고 있는 자비심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그것은 우리들 몫이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475호 / 2019년 1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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