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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보현보살의 발원, 보현행원

기자명 고명석

우리의 삶과 세상을 아름답고 평화롭게 만들기

보현보살, 보살행으로 행복 이끌어
열 가지 행원 닦아 보살마하살 돼
세상의 부채 갚으며 사는 존재들
할 일로 여기면 보살의 원력 같아

화엄 불국토를 장엄하는 것은 보현보살의 힘찬 원력의 발걸음이다. 사진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최된 봉축음악회 ‘보현행원송’.
화엄 불국토를 장엄하는 것은 보현보살의 힘찬 원력의 발걸음이다. 사진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최된 봉축음악회 ‘보현행원송’.

모든 생명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내 몸속에는 온 세상의 생명과 그 생명의 흔적들이 담겨 있다. 그 생명들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태어나고 사라지며 변화한다. 저 시간의 처음이 없는 시작부터 마지막이 없는 끝까지, 저 공간의 보이지 않는 티끌로부터 밤하늘의 별들로 총총한 가없는 공간까지 수많은 생명의 물결이 넘실되고 있다. 그것이 화엄의 우주관이다. 화엄세계는 이름 모를 자그마한 들꽃들을 비롯하여 가지가지 꽃으로 장엄된 불국토를 일컫는다. 그렇게 불국토를 아름답게 장엄하는 것은 보현보살의 힘찬 원력의 발걸음이다. 그것을 행원(行願)이라 한다. 보현보살의 행원으로 세상은 들꽃처럼 아름답고 향기 그윽하다. 부처님의 가없이 훌륭한 공덕도 보살의 길을 걷는 행원의 결과이다.

보현보살은 세계 곳곳에 빠짐없이 모습을 드러내어 어질고 선한 보살행으로 뭇 생명들을 행복으로 인도하는 실천적 성인이다. 그는 열 가지 행원을 닦아 보살마하살이 되었다. 보현행원이란 말이 생겨난 이유다. 보현행원은 본원력으로 작용하여 사람들을 돕는다. 그래서 보현보살은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몸소 실천했던 열 가지 행원을 닦으면 그들을 도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그 아름다운 세상의 주인공이 바로 그들이라는 사실을 깨우친다.   

보현행원은 선재동자가 53선지식을 만나는 구도의 과정 속에서 터득한 성과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선재는 생명에 눈을 뜨고 보살의 길을 가는 소년이며 또 다른 보현이다. 또한 그는 생명에 눈을 뜬 우리 자신이기도 하다. 보살의 삶은 생명의 자각이기 때문이다.

보현보살의 열 가지 행원은 불자들이 외는 발원문의 기본 골격을 담고 있다. 법회의식 절차도 열 가지 행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왜 그럴까. 그것은 보현행원의 가르침이 생명을 깨워 우리의 삶과 세상을 아름답고 평화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현행원 하나하나의 의미를 살펴보는 것은 나 자신을 깨우는 일이다.

▪매일 모든 부처님께 예경하오리다(禮敬諸佛願). 과거·현재·미래 온 세상의 아주 작은 티끌세상 속 모든 부처님께 눈앞에 보듯 예배하며 공경하는 원이다. 
▪모든 부처님을 찬탄하오리다(稱讚如來願). 티끌세상 모든 부처님의 공덕을 아름다운 시로, 거룩하고 환희로운 음악으로 찬탄하는 원이다.
▪부처님께 두루 공양을 올리오리다(廣修供養願). 티끌세상 모든 부처님께 꽃과 향, 갖가지 맛난 음식 등으로 공양한다. 그런 공양도 좋지만 법공양이 최고다. 법공양이란 부처님 말씀대로 수행하는 공양을 비롯해 온 생명들을 이롭게 하고 공감하고 받아들이며, 그들의 고통을 대신 받는 공양 등이다.
▪제가 지은 모든 업장을 참회하오리다(懺除業障願). 자신의 탐욕과 질투, 그리고 어리석음으로 지은 모든 잘못을 참회하고 다시는 그런 잘못을 짓지 않겠다는 원이다. 
▪다른 이가 지은 공덕을 함께 기뻐하리다(隨喜功德願). 티끌세상 모든 부처님들의 수행과 보살행의 결과 열반을 성취한 그 갖가지 선행에 감사하며 함께 기뻐하는 것이다. 나아가 모든 보살들과 온 생명들이 이룩한 공덕을 함께 기뻐한다.
▪부처님께서 법을 설해주길 청하옵니다(請轉法輪願). 티끌세상 모든 부처님이 갖가지 방편으로 법문을 설해주길 바라는 원이다.
▪부처님이 세상에 오래 머물러 주시길 청하옵니다(請佛世住願). 부처님이 열반에 드시지 말고 오랜 세월 세상에 머물러 중생들을 이롭게 해 주시길 바라는 원이다.
▪언제나 부처님을 따라 배우며 부처님처럼 살리라(常修佛學願). 부처님이 깨달음을 이루고, 온 생명들을 그 근기에 맞게 구제하신 일, 열반을 보이신 일 등 부처님의 행을 따라 배우고 부처님처럼 살겠다는 원이다.    
▪언제나 모든 생명들과 함께 하오리다(恒順衆生願). 세상의 모든 생명들에게 다가가 그들을 섬기고 존중하며 공양하기를 부모님, 스승, 부처님과 다름없이 받드는 원이다. 병든 이에게는 의원이 되고, 길 잃은 이에게는 바른 길을 보여주고, 캄캄한 밤에는 빛이 되는 등 모든 생명을 고루 이롭게 한다. 그러한 행위가 바로 부처님 존중하며 기쁘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제가 지은 모든 공덕을 회향하오리다(普皆廻向願). 첫째 원부터 아홉째 원까지 이룬 모든 공덕을 온 생명에게 회향하여 이익을 주는 원이다. 그 결과 모든 존재들이 고통에서 벗어나며, 모두 해탈을 이루고 위없는 보리를 성취한다. 

광덕 스님의 번역을 빌어 보현행원 게송 몇 구절을 소개해 본다(약간 자구 수정을 했다).

“청정하온 바라밀을 힘써 닦아서/어느 때나 보리심을 잊지 않으며
모든 업장 모든 허물 멸해 버리고/일체 모든 묘한 행을 성취하오리.
연꽃잎에 물방울이 붙지 않듯이/해와 달이 허공 속에 머물잖듯이
어두운 밤 미욱한 업 마경계라도/세간살이 그 곳에서 해탈 얻으리.
일체악도 온갖 고통 모두 없애고/중생에게 즐거움을 고루 주기를
긴긴 세월 다하도록 쉬지 않으며/시방중생 위하는 일 한이 없으리.
어느 때나 중생들을 따르오면서/오는 세상 일체 겁이 다할 때까지
보현보살 광대원을 항상 닦아서/위없는 대보리를 이루오리다.”   

교토학파의 니시타니 게이지는 말한다. ‘세계-내-존재’는 횡적으로 무시무종한 무한한 시간과 연결되어 있으며, 종적으로 존재하는 지옥, 아귀, 축생 등 이류중생을 포함한 모든 생명, 사물과 결부되어 있다. 그렇게 모든 존재는 전체 생명과 연관 속에서 끊임없이 행위하며 세상 모든 것에 대한 부채를 지고 그 부채를 갚으며 살아간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 생명의 고통을 대신 지는 것은 나의 부채를 탕감하는 일이다. 그런 부채와 짐이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고 당연히 내가 할 일로 삼는다면 그것은 자발적 유희로서 나의 원이 된다. 그렇게 다함없이 자신을 열어가면서 모든 생명을 위해 즐겁게 산다. 그것이 보살의 원력이며 삶이다. 이러한 이치를 함축적인 시어로 보여주는 보현행원 게송으로 글을 맺는다.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 다하고/ 업과 번뇌 다하면 모르거니와 이와 같이 일체 것이 다함 없을세/나의 원도 그와 같이 다함 없으리.”

고명석 불교사회연구소 연구원 kmss60@naver.com

 

[1475호 / 2019년 1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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