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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세 가지 불과 아들의 살점

기자명 고용석

탐욕·증오·망상은 피해야 할 불길

부모·식솔·고귀한 품행과 청정
셋은 받들어서 모셔야 할 불길
지나친 육식 습관은 극한에서
자신의 아들 살 먹는 비극 불러

기원전 1800년부터 유목민 아리안족이 남하하여 인도의 지배계급으로 등장한다. 동물희생제사와 육식을 워낙 탐닉하고 조장하다 보니 넘쳐난 수요는 고기공급을 강제하고 토지를 비롯한 생태계는 급속히 황폐화된다.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반목축에서 집약농업으로 전환한다. 농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상대적으로 불살생을 강조한 불교의 등장은 폭발적 인기를 얻는다. 이에 위협을 느낀 아리안 지배계급은 힌두교에 아힘사(비폭력)를 삽입한다. 소를 도살하는 희생제를 포기하고 채식을 강조할 뿐 아니라 심지어 암소숭배 사상까지 출현한다. 저명한 문화인류학자 마빈 해리스의 주장이다. 

부처님은 동물을 죽이고 그 시체를 태우는 당시 관행을 잔인하고 무의미한 것으로 보았다. 초기경전 ‘앙구따라 니까야 불길경’에선 부처님이 황소 500마리, 수송아지 500마리, 암송아지 500마리, 염소 500마리, 양 500마리를 도살해 태우는 제사를 준비하던 부자에게 정작 피해야 할 세 가지 불이 있고 가까이 받들고 모셔야 할 세 가지 불이 있다고 설한다.

피해야 할 세 가지 불은 탐욕과 증오, 망상의 불이다. 이 불길에 사로잡혀 남을 해하고 자신도 해하는 행동과 말, 생각을 하게 되므로 세 가지 불은 꺼야 한다. 가까이 받들고 모셔야 할 세 가지 불길은 자신의 부모, 식솔, 그리고 고귀한 품행과 청정한 마음으로 수행하는 수행자들이니, 이들은 나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밝혀주는 소중한 불길이니, 언제나 잘 돌봐야 한다는 것이다.
부처님의 조언에 동물을 죽여 태우려던 부자는 그 자리에서 깨달음을 얻었고 곧 끌려온 동물들을 모두 풀어주면서 “마음껏 풀을 뜯어먹고, 시원한 물을 마음껏 마시고, 잔등 위에 스쳐 부는 산들바람을 마음껏 즐기라”고 축원했다.

또한 부처님은 감정·의지·의식·음식 등 중생을 도와주는 네 가지 자양분을 언급하고, 특히 우리가 먹는 음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망명자에게 들은 이야기를 언급하며 육식습관을 자기 아들의 살점을 먹는 것에 비유하는 얘기가 ‘상윳따 니까야 자육경(子肉經)’에 나온다.

젊은 부부가 다른 나라로 망명하기 위해 국경을 넘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어린 아들이 있었고 사막을 반쯤 건넜을 때 음식이 바닥나고 말았다. 그들은 자기들이 죽을 것임을 두려워 끔찍한 결론을 내렸다. 살아남아 사막을 건너기 위해 아들을 죽이고 그 살점을 먹는 것이었다. 부부는 살점 가운데 한 부분을 먹고 나머지는 태양 아래 말려 육포를 만들었다. 매일 한 점씩의 살을 먹으면서 그럴 때마다 서로를 보며 자신들의 사랑스러운 아들은 지금 어디 있는지 생각하며 울부짖었다. 가슴을 치고 머리를 잡아당기며 고통을 겪었지만 아들은 이미 죽은 후였다. 마침내 그들은 사막을 건넜고 정치적 망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이야기 후 부처님은 부모의 마음처럼 그렇게 음식을 대하고 먹는 수행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 마음가짐이 우리들 가슴속에 자비심을 붙들어 매 둘 것이고 이렇게 우리 안에 있는 자비를 지킬 수 있도록 먹지 않으면 우리 자식의 살점을 먹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그 밖에 ‘열반경’에서는 ‘왜 출가승이 삼정육과 구정육을 먹도록 하셨는지’ 묻는 가섭에게 부처님은 ‘그것은 상황에 따라서 필요했기 때문이고, 사실상 육식에서 점차 벗어나도록 하기 위한 단계였다’고 말했다. 또한 ‘능가경’에서는 ‘미래에 어리석은 자들이 계율을 함부로 해석하여 부처가 고기 먹는 것을 허락하였다고 말할 것이다. 지금부터 스스로 죽었든 살해되었든 중생의 고기를 입에 대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렇게 명백히 말했는데도 여래를 비방하고 부처가 고기 먹는 것을 허락했다고 말한다면 영원히 악업에 묶여 삼악도에 떨어진다는 것을 알라’고 설했으니 정말 깊고 깊이 되새겨 볼 일이다.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directcontact@hanmail.net

 

[1475호 / 2019년 1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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