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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산청 석남암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

기자명 이숙희

동아시아서 가장 오래된 비로자나

중대석에서 발견된 사리호에
766년 석남암사서 조성 명문
연대 알게 된 가장 오랜 불상
통일신라 첫 등장 사실도 확인

석남암사 석조비로자나불상, 766년, 높이 105㎝, 국보 제233-1호.
석남암사 석조비로자나불상, 766년, 높이 105㎝, 국보 제233-1호.

최근 경상남도 창녕 법성사에서 전국에 있는 비로자나불상을 모아 책으로 출간하는 일을 함께 했다.(‘비로자나불 상·하’, 영축산 법성사, 2017) 

비로자나불상을 소개하고 알리는 작업은 불교조각을 공부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더할 수 없이 행복한 시간이었다. 총 150점에 이르는 현존하는 비로자나불상을 정리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중에서 불상의 조성연대가 알려져 있거나 원 소재를 알 수 없는 비로자나불상, 절터에서 발견되었거나 오랫동안 노천에 방치되어 있던 비로자나불상, 특이한 형식을 하고 있거나 근래 새로 발견된 비로자나불상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이런 소소한 얘기들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비로자나불상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불교의 진리세계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경상남도 산청군 삼장면 내원사 비로전에 안치된 석남암사 석조비로자나불상은 현존하는 비로자나불상 중에서 가장 이른 시기의 예로 조성연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불상의 대좌 중대석에서 766년(永泰 2)에 지리산 석남암사 관음암에서 비로자나불을 조성하였다는 글자가 새겨진 사리호(舍利壺)가 발견됨으로써 불상의 존명과 원소재지, 조성연대가 모두 밝혀졌다. 

아울러 신라 비로자나불상의 등장이 종래에 알려진 9세기 후반 보다 1세기 정도 앞선 8세기 중엽의 통일신라시대에 처음 등장하였다는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와 비슷한 시기인 8세기 중엽의 중국이나 일본의 비로자나불상의 존재가 아직 확인된바 없다는 점에서 동아시아에서는 가장 오래된 비로자나불상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석남암사 비로자나불상은 현재 광배와 대좌 일부가 파손되었고 전체적으로 마멸이 심한 편이다. 1930년경 지금의 내원사로 옮기면서 무게를 줄이기 위해 불상의 뒷면과 다리의 밑부분을 깎아서 전반적으로 양감이 줄어들면서 신체비례가 맞지 않는다. 

얼굴은 둥근 편으로 원만하며 건장하고 당당한 불신의 모습 등에서 석굴암 본존불을 비롯한 8세기 중엽경의 불상에 나타나는 특징을 보여준다. 법의는 양쪽 어깨를 덮은 통견식으로 입었으나 내의의 표현이 분명하지 않다. 

두 손은 지권인을 하고 있는데 오른손은 곧게 세운 왼손의 둘째손가락 끝만 쥐고 있어 왼쪽 손가락이 많이 드러나 있다. 광배는 오른쪽 윗부분이 심하게 파손된 상태인데 두광과 신광으로 구분된 2줄의 선 위에 원형의 장식이 군데군데 배치되어 있다. 대좌 역시 통일신라시대의 전형적인 팔각연화대좌로 단판연화문으로 구성된 상대와 모서리에 기둥만 표현된 팔각의 중대, 복판연화문의 하대로 이루어져 있다. 

석남암사 비로자나불상은 그 지역의 단월들과 몇몇 승려들에 의해 모든 중생이 삼악도업을 없애고 성불하기를 기원하는 염원에서 조성된 것이다. 이는 8세기 중엽 이후에 나타나는 불교계의 새로운 변화로 보이며 불교신앙과 불사(佛事)가 지방으로 점차 확산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9세기에 이르면 비로자나불상 역시 신라 왕실의 중심인 경주지역을 벗어나 경상북도를 비롯하여 전국적으로 조성되었다.  

이숙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shlee1423@naver.com

 

[1475호 / 2019년 1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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