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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 아닌 ‘정치’ 선언한 한기총

  • 기자칼럼
  • 입력 2019.02.01 20:41
  • 수정 2019.02.11 10:22
  • 호수 1476
  • 댓글 6

지난 1월29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 25대 대표회장에 선출된 전광훈 목사가 ‘정치’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기독교계 대표적 보수우파인사로 손꼽히는 전 목사의 한기총 회장 출마를 놓고 일찍이 기독교계 내부에서 제기됐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전 목사의 극우성향, 그리고 앞서 2012년과 2016년 총선에서 기독당을 배후에서 지원했던 그의 행적이 기독교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이미지를 증폭시키고 한기총을 변질시킨다는 지적이었다. 이 때문에 한기총 회장선거를 앞두고 한기총 자체의 해체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전 목사는 차별금지법을 비롯해 동성애, 이슬람, 종교인과세 등 다수의 종교관련 법률 및 정책들에 대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해왔다. 전 목사는 한기총 회장 당선 직후에도 “동성애, 이슬람, 차별금지법을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 “목회자 세금납부는 원점으로 다시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열린 공청회에서는 “원래 교회는 정치하는 집단”이라며 기독자유당의 국회입성 등 정치활동을 통해 ‘기독교입국론’이라는 그의 소신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 목사가 이미 시행되고 있는 종교인 과세 철폐를 천명하는 것은 기독교계에 대한 사회적 반발을 폭발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기독교계 내부에서도 적지 않다. 또 차별금지법을 포함해 동성애, 이슬람난민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하고 포용하기 위한 법률과 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그의 확고한 입장은 적극적인 자세로 이들 문제에 포용적 자세를 보이고 있는 불교계와의 마찰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더군다나 정치활동을 천명한 그의 행보는 향후 한기총을 이웃종교로 대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한다. 

인도의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는 ‘세상의 7가지 악덕’ 가운데 하나로 ‘희생없는 종교’를 손꼽았다. 종교는 여러 사회, 여러 시대, 여러 교주에 의해 탄생했지만 그 궁극의 목표를 정치에 두었던 종교는 그 어디에도 없다. 정치권력 못지않은 권력을 행세했던 중세의 기독교조차도 표면적으로는 ‘사랑’과 ‘헌신’을 표방했다. 

남수연 기자
남수연 기자

한발 양보해 정치가 비록 국민을 위한 행위라 해도 그것이 모든 국민이 아닌 특정 집단을 위해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면 그것은 정치가 아닌 붕당이나 당파로 전락하게 된다. 조선시대를 혼란과 쇠락으로 이끌었던 당파가 ‘정당’으로 평가받지 못하는 이유, 그들의 행위가 정치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 또한 당파에 속한 특정 가문이나 사림의 이익만을 대변했을 뿐 백성을 두루 위한 행보를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종교를 앞세운 정치행보는 종교도 아니고 정치도 아니다. 그리고 오늘날 국민들은 붕당이나 당파를 정치와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어리석지도 않다.

포용과 헌신으로 종교가 우리사회의 소수자와 약자를 보호하고 종교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해야 할 때다. 정치가 아닌 헌신을 통해 한기총도 그 길에 함께하길 바란다.

[1476 / 2019년 2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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