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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알삼배(通謁三拜)

수행의 한해를 여는 초심

설이다. 음력을 쓰는 오랜 풍습으로, 음력 1월1일이 돼야 우리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새해를 맞이한다. 설날에 고향을 찾아 아침 일찍 부모님께 절을 올리고, 조상들께 차례를 올린다. 새해 첫날 부모님이나 어른들께 올리는 절을 우리는 세배(歲拜)라고 한다. 요즘이야 설날의 의미가 많이 퇴색했다지만 어찌됐든 차례를 포함한 세배는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한 가장 가까운 인연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세간에서 설날 차례를 지내고 세배를 하듯이 사찰에서도 뜻깊은 새해맞이 의식이 있다. 통알삼배(通謁三拜)다. 통알삼배는 범종을 치고 각 전각에 향을 뿌리는 축상작법(祝上作法)이라는 불공을 드린 후 석가모니 부처님을 비롯한 삼보와 여러 부처님과 보살, 호법 신중들, 유주무주 고혼들에게 빠짐없이 삼배를 올리는 의식이다. 삼보와 불보살, 호법 신중들의 은혜에 감사하고 인드라망처럼 얽혀있는 인연들에게 부처님의 자비가 가득하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통알의식이 끝나면 법당에 모인 모든 대중들은 사찰의 가장 어른스님에게 삼배를 올린 후 차례로 삼배를 하는데, 지금은 간단하게 세배로 대체하기도 한다.

통알의식은 절집에서 한해를 여는 가장 중요한 의식이다. 생각이든 일이든 모든 것은 처음이 중요하다. 초심이 깨달음의 시작이고, 첫걸음이 뒷날 결과를 결정한다. 1년을 치열한 수행자로, 참다운 불자로 살기 위해서는 새해 첫날 불보살님께 올렸던 통알삼배의 의미를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지는 나태한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

고향의 몰락으로, 또 종교적 이유로 설날이 예전 같지 않다. 그러다 보니 부모자식이 싸우고 형제간 다툼이 갈수록 흔해지고 있다. 형식이 내용을 결정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경청할 부분이 있다. 새해 아침 쌉쌀한 새벽공기 마시며 대중들이 함께 경내의 전각을 돌며 올렸던 무겁고 장중한 통알삼배의 전통이 영원히 퇴색되지 않기를 바라본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476 / 2019년 2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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