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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파야즈 테파 사원

1세기 세워진 우즈베키스탄 불교 건축의 진수

1936년 첫 발견 후 발굴 시작
불보살상·벽화·스투파 확인
사원이 있는 테르메즈시는
중앙아시아 옛 불교 중심지

지금은 돔 구조로 덮여 보존된 파야즈 테파 사원.

2500여년 전에 세워졌다고 전해지는 아주 오래된 도시 테르메즈(Termez)시는 암다리아강(오크소스강이라고도 불린다) 오른쪽에 자리 잡은 곳으로 우즈베키스탄 전체 영토 중에서 가장 남쪽 끝에 자리 잡고 있다. 다양하고 풍요로운 역사를 지니고 있는 이 도시는 한때 중앙아시아 전역에 걸쳐 불교 중심지로 중요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었다. 어쩌면 아시아를 관통하며 가로지르는 실크로드 중간에 위치한 지리학적 측면이 불교 중심지가 되는데 커다란 이점으로 작용했을지도 모르겠다. 테르메즈시는 현재의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아프가니스탄, 카슈미르와 북인도에 걸친 거대한 지역을 통치했던 쿠샨 왕조가 그 전성기를 보내던 시절 가장 번영했다. 기원후 1세기에 시작되어 2세기까지 카니슈카왕이 쿠샨 왕조 왕위에 오르던 순간은 테르메즈시가 가장 역동적으로 번영했던 순간으로 간주된다. 사실 카니슈카는 불교를 받아들이고 스스로 독실한 불자가 된 후 대승불교와 소승불교 모두를 연구했다고 전해진다. 이런 카니슈카왕 덕분에 중앙아시아 전역에까지 불교는 더욱더 널리 퍼져나갔다.

테르메즈시가 한 때 이 지역에서 가장 큰 불교 중심지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고고학적인 증거들이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예를 들어 7세기 인도로 수행을 떠났던 중국 당나라 현장법사는 성스러운 불교 경전을 찾고 불법의 진리를 얻기 위해 인도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로 여정을 넓혀 갔었고 그의 유명한 작품 ‘서유기’에서는 테르메즈시를 방문하는 스님의 이야기를 찾을 수 있다. 

테르메즈시의 종교였던 불교는 당시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에게 있어서 삶의 가장 소중한 철학과 가치였다. 불교 철학들은 그림에서부터 시작해 조각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표현됐고 불교 사원들은 다양한 예술 작품으로 장식됐다. 이런 불교 사원들은 당시 테르메즈시에 거주하는 불자들에게 큰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사실 아무다리야강 주변에는 테르메즈시 말고도 불교 도시가 몇몇 개 더 있었다. 오늘날 이런 불교 유적지들의 흔적은 일반 건물, 사원, 스투파 등등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지역은 훈족과 사산왕조 페르시아에 의해 여러 번 침입을 받으며 불교의 중심지 테르메즈시의 사람들은 이슬람 신도들로 점차 바뀌었다. 불교 사원들은 이슬람 교육을 위한 학교로 바뀌었고 불교 사원을 장식해 놓았던 불교 예술 작품들은 제거되기 시작했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현재 이 지역 이슬람 학교들을 방문해 보면 학교의 건축 양식이 이슬람 건축 양식보다는 불교 건축 양식에 따른 것이라는 것을 한눈에 발견할 수 있다. 
 

쿠샨 왕조 시대 불교 예술의 절정을 보여주는 삼불상은 파야즈 테파 사원 내에서 발굴되었다.

1936년 이 지역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던 몇몇 고고학자들은 이곳을 거닐던 목동이 우연히 석상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테르메즈시 근처 위치한 사암으로 된 언덕에서 스님들이 거주하던 장소가 묻혀 있을 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에 의해 발굴 작업이 이루어졌고 얼마 후 그들은 지하에 위치한 거대한 구조의 방들을 발견했다. 놀랍게도 그곳에는 불상을 안치해 놓은 불당과 스님들이 거주했을 듯한 숙소, 그들이 사용했던 주방과 식당을 찾을 수 있으며 불자들이 예를 올렸던 방 등을 찾아낼 수 있다. 건물 안에서는 다양한 크기의 불상들, 보살상, 부처님 모습을 그려놓은 벽화들이 발굴됐다. 이렇게 1963년 발굴된 불교 사원의 이름은 파야즈 테파(Fayaz Tepa)였다. 무려 10미터 높이에 달하는 스투파 또한 사원 근처에서 발견되었다. 

파야즈 테파 사원에서 발굴된 조각상과 토기들은 그 우아함과 기교함 덕분에 예술학적으로 큰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특히 보리수 아래 가부좌를 틀고 앉아 계시는 부처님과 그 좌우를 지키는 두 명의 스님들의 모습을 표현한 조각상은 파야즈 테파 사원에서 발견된 불교 예술품 중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석회암을 주재료로 조각된 이 작품 위에는 금박이 정성스레 입혀져 있다. 오늘날 이 아름다운 조각상은 우즈베키스탄 역사박물관에서 가장 중요한 소장품이다. 거대한 스투파 주변으로 진신사리가 보관돼 있는 여덟 개의 작은 스투파들도 발견됐다. 

또한 고고학자들은 파야즈 테파 사원 근처에서 기원 후 3세기에 제작된 그림들을 발굴해 내기도 했다. 4세기에 제작된 듯 한 그림에서는 수많은 불자들이 이 파야즈 테파 사원을 방문하고 있었던 모습이 표현돼 있기도 하다. 이런 수많은 예술 작품들을 바탕으로 볼 때 파야즈 테파는 그 당시 테르메즈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불교 사원이었음이 분명하다. 또한 브라흐미 문자와 카로스티 문자 또 박트리안 문자들로 표기된 다양한 불교 경전들 또한 이 파야즈 테파 사원 내에서 발견됐다. 고고학자들은 이렇게 발굴된 파야즈 테파 사원의 건축 시기를 1세기 정도였을 거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4세기까지 가장 중요한 불교 중심지로서 역할을 하다가 사산왕조 페르시아에 의해 공격을 받는 순간 그들의 전리품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슬람을 받아들인 현재의 우즈베키스탄인들은 그들의 종교와 상관없이 과거의 불교 중심지였던 파야즈 테파 사원을 방문해 그들의 방식만으로 소원을 빌기도 한다.   

오늘날 우즈베키스탄 역사학자들은 프랑스와 일본 출신의 고고학자들과 손을 잡고 테르메즈 지역 곳곳에서 불교 사원 흔적들을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실제로 파야즈 테파 사원 말고도 카라 테파(Kara Tepa)나 달베르진 테파(Dalverzin Tepa) 등 알려진 사원들이 발견되고 있다. 2012년 10월에는 손상이 전혀 없이 보존된 석회암 조각상 하나를 발견하기도 했는데 그리스 불교미술 양식으로 제작된 듯한 이 조각상은 칭이즈 언덕에 있었던 불교 사원 내에 소장돼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우즈베키스탄 남부 지역에서 이렇게 발견된 소중한 불교 예술품들은 우즈베키스탄에 위치한 중앙아시아 유일의 고고학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현재 파야즈 테파 사원의 스투파들은 반구형 지붕 아래 보호돼 있는데 이곳을 방문해서 파야즈 테파의 사원 가이드에게 정중하게 요청한다면 그는 돔 지붕 아래로 당신을 이끌어 그 오래전 세워진 스투파 주변을 돌 수 있게 허락해 줄 것이다. 2000여년 전 스투파 주변 같은 장소를 돌며 불심을 키워갔던 불자들을 생각하며 오늘도 부처님 말씀 한 구절 한 구절을 가슴 깊이 새겨본다. 

알랭 베르디에 저널리스트 yayavara@yahoo.com

 

[1476 / 2019년 2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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