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학원 법진 이사장의 ‘적반하장’

  • 기자칼럼
  • 입력 2019.02.18 10:43
  • 수정 2019.02.18 12:44
  • 호수 1477
  • 댓글 2

며칠 전 재단법인 선학원 기관지 ‘불교저널’에 실린 법진 이사장의 칼럼을 읽고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여시아문’이라는 제하로 지난 2009년부터 매월 1편씩 10여년 가까이 써온 법진 이사장의 칼럼은 지난해 6월 이후 중단됐었다. 그러다 지난 1월30일 법진 이사장은 6개월여 만에 칼럼을 게재했다. 그런 만큼 관심을 모았다. 

법진 이사장은 이번 칼럼에서 ‘구업(口業)’을 언급했다. “말은 내면에서 일어나는 의식에 기반한다. 말로 지은 죄를 흔히 구업이라고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벼린 날을 감춘 말은 세상을 험악하게 하지만, 온기가 스민 말 한마디는 세상을 밝고 향기롭게 만든다.” 

여기까지는 지극히 당연하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수많은 말이 오가는 현대에서 바르게 말하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말이다. 그러나 법진 이사장이 이 칼럼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의도는 다음 구절에 담겼다. 

법진 이사장은 “지금 우리 재단을 향해 온갖 말이 난무하고 있다. 특정인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전횡을 일삼는다거나 탈종단화 하고 있다는 등의 억지”라며 “이익을 위해 벼린 날을 감춘 거짓말과 이간질, 험담, 기이한 말을 재단을 향해 퍼트리는 이들은 ‘온갖 죄를 늘이고, 모든 재앙을 낳는 과보’가 자신에게 돌아옴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법진 이사장이 쓴 칼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그는 수년 전부터 정관을 고쳐 재단법인 선학원을 사유화하고 선학원을 설립한 선대스님들의 유지와 다르게 조계종의 종지종풍과 다른 행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재단에서 근무하던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6월형을 선고 받아 종교인으로서는 수치스러운 ‘성추행범’이라는 전과를 가지게 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거나 공개적으로 참회를 한 사실이 없다. 오히려 선학원 이사들의 비호를 받으며 이사장 자리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런 법진 이사장이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는 이들을 향해 ‘구업’을 운운하는 것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어선 일이다. 

예로부터 우리사회는 ‘염치(廉恥)’를 강조했다. 이를 모르면 사람으로서 근본을 모르는 것으로 지탄을 받았다. 잘못한 일을 저질렀을 때 남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것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일이기도 했다. 
 

권오영 기자

지금 법진 이사장에게 필요한 것은 피해자에게 진정어린 참회와 용서를 구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것이 최소한 종교인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염치 있는 행동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는 이들에게 오히려 ‘과보’를 말하며 엄포를 놓는 것은 ‘도둑이 되레 몽둥이를 들고 있는 꼴’과 다르지 않다.

oyemc@beopbo.com

 

[1477 / 2019년 2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