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는 자애심과 자비심으로 해야 합니다. 남에게 베풀 줄 아는 마음으로, 함께 슬퍼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다른 이의 아픔을 다독거리는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 남을 칭찬할 줄 아는 마음으로, 함께 기뻐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다른 이의 즐거움에 웃어줄 수 있는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 이런 마음으로 기도를 하면 불보살님과 신중님은 무량한 가피를 내려 여러분을 지켜줍니다.”
세상사람 누구나 일상에서 원하는 일이 있고 원하는 삶이 있다. 그래서 원하는 대로 이뤄지고 원하는 대로 살 수 있기를 바라지만, 누구도 원하는 대로만 살지 못하는 게 보통 사람들의 삶이다. 많은 이들이 원하는 것을 이뤄달라고 마음을 모아 기도하는 이유다. 하지만 삶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인드라망처럼 연결된 것이기에, 나 혼자만 잘 되기를 바라는 기도는 성취하기 어렵다. 그래서 자애심과 자비심이 함께하는 마음가짐이 그만큼 중요하다.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은 ‘시험을 잘 치러서 좋은 학교를 가게 되기를, 운전하는 사람은 사고 없이 무탈하기를, 좋은 인연을 만나 혼인하기를, 직장생활이 부디 무사하기를, 부부는 금슬이 좋고 행복하기를, 아이들은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소원이 10월이면 조계사 마당에 피는 국화꽃만큼이나 많은 것을 보면서 “함께 모여 기도한 공덕으로 모든 가정이 늘 행복”하기를 부처님께 기도해왔다.
그리고 그 모든 이들의 기도에 자신과 남을 향한 자애심과 자비심이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도했다. 스님은 그렇게 일상에서 기도하며 하나씩 기록해온 이야기들을 이 책 ‘천천히 아주 천천히’에 옮겼다. 사부대중의 행복을 축원하는 글인 셈이다.
조계사에서, 봉화 청량사에서 스님은 새벽 예불을 마친 후나 법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혹은 산사를 찾은 불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함께 하는 모든 이들을 부처님으로 여길 수 있기를, 자신에게 닥친 모든 일이 복을 짓는 소중한 기회인 것을 알 수 있기를, 내딛는 발걸음 하나하나에서 알아차림 할 수 있기를” 손 모아 나직이 기도해왔다. 그래서 그 축원에는 불자뿐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와 함께 그 기도를 나누고자 하는 스님의 원이 담겨 있기도 하다.
“자신의 그릇은 자기 자신이 만듭니다. 더욱 큰 그릇을 갖기를 원하신다면 먼저 손을 내미십시오. 부디 나를 알아봐주는 사람을 찾지 말고 내가 진정 좋은 사람을 못 알아볼까 염려하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길 오늘부터 함께 노력해보는 건 어떨까요.”
“웃음은 행복을 표현하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웃음은 불행을 떨쳐내는 가장 좋은 무기입니다. 하루 한 번 웃음을 선물하세요. 눈이 마주치면 활짝 웃어주세요.”
“조금만 넓은 마음으로 바라보면 북적거림도 소란스러움도 모두 기도입니다. 오히려 이 어수선한 모습이 지금 가장 필요한 수행의 과정인지도 모릅니다.”
그때그때 만난 이들의 바라는 바가 이뤄지기를 축원하며 전했던 이야기들은 이처럼 다양하다. 그런가 하면 스님의 축원에는 산사를 찾은 할머니들의 모습 속에서 가족을 지켜가는 어머니의 사랑을 다시 일깨우고, 아무 말 없이 내리는 비와 계절 따라 바뀌는 숲의 모습에서 세상을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보도록 하는 내용이 적지 않다.
그리고 우리 삶의 행복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이뤄갈 때 더욱 공고해질 것이란 믿음으로 “더불어 이루는 숲이 얼마나 건강하고 웅장한 숲이 될 수 있는지 실천함으로써 깨달아가고, 더욱 건강한 숲을 만들고자 노력해 보자”는 스님의 축원을 통해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 주인이 바로 ‘나’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더불어 그 비법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나아가는데 있음도 알게 된다. 붓으로 동양화를 그린 듯한 남종현 작가의 사진을 보는 행복은 덤이다. 1만3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77 / 2019년 2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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