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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과 제자는 법연으로 맺어 졌다”

  • 교계
  • 입력 2019.02.18 13:32
  • 수정 2019.02.18 13:47
  • 호수 1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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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년 동안거 해제법어] 태고종 종정 혜초 스님

이번 삼동(三冬)에는 참으로 기이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가 사라졌다가 했지만, 이것은 사바의 본분사(本分事)요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도를 닦는 납자들에게는 다 지나가는 바람소리 계곡물 흘러가는 소리로 여겨야 화두공부가 잘 되는 법입니다. 선문(禪門)에서는 예로부터 참선하는 장소 잘 만나야 하고 도반 잘 만나야 하고 스승도 잘 만나야 한다고 했습니다. 잘 먹고 잘 입고 편안한 잠 잘 자려고 대중의 외호를 받았던 것이 아닙니다. 석 달 동안 정진했던 선물을 주고가야 다음 안거에 또 용상방(龍象榜)에 법명을 올릴 것입니다. 누구 한번 살림살이를 내놔보시지요?(良久)

오늘 해제법문에는 스승과 제자가 맺어진 이야기 한 토막을 하겠습니다.

중국 당나라 때 배휴(裵休791~870)라는 재상이 있었습니다. 그가 한 고을 군수로 있을 때 대안정사(大安精舍)란 절에 들렀습니다. 마침 이 때 저 유명한 황벽(黃蘗)선사가 정체를 감추고 대중에 섞인 채 전당(殿堂)을 청소하고 있었습니다.

지객(知客)의 안내로 대중 방에 들어가서 차를 마시면서 벽을 쳐다보니 그림 한 점이 벽에 걸려 있어서 물었더니,

지객 왈, “高僧의 초상입니다.”라고 했습니다.

배휴 왈, “초상은 볼 수 있지만 고승은 어디에 있소?”라고 묻자,

대중이 답을 못했다고 합니다. 배휴가 묻기를 “ 이 절에는 참선하는 스님이 없소? 라고 물었습니다.

지객이 말하기를 “요즈음 어떤 스님이 왔기에 절의 일을 시켰는데, 그가 참선하는 스님 같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이에 배휴가 “그를 청해서 얻은 바가 있는지 물어 볼 수 있을까요?” 라고 하자, 지객이 황벽 희운 선사를 찾아오니, 배휴 공이 첫 눈에 보고 기뻐하면서 법거량(法擧揚)을 했습니다.

“제가 아까 한 가지 질문을 했는데, 여러 스님들은 대답을 아끼셨습니다. 이제 상인(上人)께서 그들을 대신하여 한 말씀 해주시겠습니까?”라고 하니

황벽선사 왈, “상공(上公)의 마음대로 물으시오” 하니, 배휴가 앞의 말을 되풀이해서 물으니,

대사(大師)가 소리 높여 외쳤습니다.

“배휴여!”

공이 “네”

하고 대답하니, 대사가 말했습니다.

“어디에 있는가?”

공이 당장 종지(宗旨)를 깨달은 것이 마치 상투속의 구슬을 얻는 것과 같았습니다. 공이 말했습니다.

“나의 스승은 참된 선지식(善知識)이십니다. 사람에게 이렇게 분명하게 지적하시거늘 어째서 이런 곳에 눌러계십니까?

이때 절의 대중들이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우리 선문에서는 이처럼 스승과 제자는 종지(宗旨)로 계합하여 맺은 법연(法緣)이지. 한 갓 이름으로 맺어진 사제(師弟)가 아닙니다.

해제라고 해서 마음을 풀어 놓지 말고 몸은 비록 팔방(八方)에 있더라도 납자로서 본분을 잃지 않도록 바랍니다.

본래 우리태고종은 자각각타(自覺覺他) 각행원만(覺行圓滿)의 선교겸수(禪敎兼修)를 종지로 하고 있습니다. 시비(是非)가 너무 잦으면 중구난방(衆口難防)으로 승문(僧門)이 어지러워지고, 구족(具足)을 갖추지 않은 적주승(賊住僧)들이 기고만장(氣高萬丈)하면 종문(宗門)이 쇠해집니다. 이쯤해서 단막시비(但莫是非)하고 자정기의(自淨其意)하여 부종수교(扶宗樹敎)의 태고법손(太古法孫)이 되어 광도중생(廣度衆生)의 대승보살도(大乘菩薩道)를 구현합시다!

[1477 / 2019년 2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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